“질문은 정보의 빈자리를 인식함으로써 촉발됩니다. 소크라테스가 끊임없이 상대에게 질문하는 이유도 결국 무지를 알게 하기 위함이지요.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새로 배워야 할 내용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독자가 더 알고 싶은 지점을 인식하지 못할 때는 물음을 던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알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조절하는 가운데, 질문이 떠오를 겁니다.”61쪽, <질문에 관한 질문들> 중에서
모른다는 것을 인식하는 자세가 배움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한다.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아는 척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아는 것은 진짜 아는 것일까. 질문이 나오지 않는 배경은 내가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데 있다.
생성형AI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전문으로 하는 한 기업의 대표는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질문의 방식에 따라서 다른 답을 얻어내고, 짧은 시간에 효과적인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내놓은 것에 대한 판단은 질문을 한 사람이 해야 한다. 결과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생산한 콘텐츠는 다른 사람을 속게 만든다. 챗GPT ‘맥북던짐’사건과 같은 것은 이제 더 질문도 생성도 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대학에서 국어교육을 가르치는 백희정 교수가 쓴 <질문에 관한 질문들?에서 질문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단계적인 질문을 통해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백 교수는, 세부적으로 질문의 의미에서부터 그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가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결과 생성 과정, 그리고 그것을 취사선택해야 할 사용자의 리터러시 필요성에 대해서 살펴본다.
앞에서 언급한 문장에서 처럼, 결국 내가 모르고 있다는 것, 비어 있는 것에 대해서 인식을 할 때 질문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빈자리를 어떻게 인식할 수 있을까. 살면서 얼마나 질문을 떠올리는 상황을 맞이하고 잇는가. 그런 노력들을 하고 있는가. 교실에서 직장에서, 사람과 대화하면서 대화를 하지만, 그 속에서 정말 얼마나 질문을 할까.
질문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났지만, 검색서비스로 질문이 넘어왔다. 그리고 이제는 생성형인공지능이 그 자리를 넘겨받으려고 한다. 사람들은 챗GPT에 어떤 질문을 쏟아내고 잇을까. 무엇을 얻어내려고 질문을 하고 있을까. 백 교수처럼 언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는 아니지만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다보면 어떤 질문이 학생들의 강의참여를 이끌어내는 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백 교수는 질문, 즉 프롬프트를 어떻게 다뤄야할지 고민한다면 의사 앞에서 환자처럼 설명하라고 한다. 마치 우리가 아픈 곳을 치료받기 위해 의사에게 아픈 곳을 설명하듯이 내가 알고자 하는 것들을 핵심을 잡고, 명료하게 말하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질문의 맥락을 우선 살펴봐야 하며, 그다음에는 단계적으로 질문을 하라고 한다. 우리말이 꼬이면 제대로 무슨 말인지 상대가 알아듣기 힘든 것과 같다. 물론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속담도 있지만. 인공지능 챗봇은 오류를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날마다 새로운 인공지능 기반의 서비스들이 나와서 경쟁을 한다. 따라가기도 벅차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질문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이며 과제다. 빈 공간에 어떤 질문을 넣을 것인가. 내놓은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인공 지능이 생성한 텍스트는 인간이 그간 구성해 온 지식을 재가공한 결과입니다. 인간은 인공 지능이 쉽고, 빠르게 흡족한 답을 내놓을 것이라 기대할 테지요. 아쉽게도 인공 지능은 결국 언어 연관성을 기반으로 확률상 가까운 정보를 제공해 주는 알고리즘에 불과합니다.”-144쪽, <질문에 관한 질문들>중에서
백희정 교수의 생각은 얼마나 유효할까. 기업 간 자리다툼으로 수많은 서비스들이 AI 기반으로 탈바꿈하면서 AI를 모르면 안 되는 세상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몰라도 별 일 없이 사는데 이전 메타버스처럼 그렇게 한 번 확 떠오르다 다시 슬며시 자취를 감추게 될까.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속에서 우리는 질문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질문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에 대한 과제를 풀 때 새로운 길이 있다.
<메타 인지의 힘>의 저자, 구본권은 우리가 질문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호기심과 질문은 기존 지식과 관심이 있을 때 가능하다는 점에서 누적된 자산을 요구한다. 뭔가를 질문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기초 지식을 갖고 있거나 흥미를 느껴야 한다. 매사에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라고 해서 저절로 호기심이 생겨나는 게 아니다.”-254쪽, <메타 인지의 힘>중에서
내 생각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내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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