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게이트, 알잘딱깔센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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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fox


2024년 대한민국의 국가 예산은 약 637조 원으로 책정되었습니다. 이 예산은 국방력 강화, 사회 복지 확대, 교육 환경 개선, 일자리 창출 등 5천만 국민을 살뜰히 보살피는 데 사용됩니다. 우리나라의 예산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도 10~13위권에 속할 만큼 상당한 수준인데요. 별안간 미국에서 프로젝트 하나에 725조 원을 투자한다고 전해지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바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입니다.


스타게이트가 뭔데?

트럼프 취임과 함께 발표된 여러 소식 중 테크 업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소식이 바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AI 기술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판단 아래, 민간 자본과 기술을 총동원해 AI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개요

– 투자금 : 향후 4년 간 최대 5,000억 달러(약 725조 원)

– 투자분야 :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 추진배경 : 글로벌 경쟁 심화 및 신성장 동력 확보


참여 기업

– OpenAI : 프로젝트 총괄 및 AI 기술 개발

– 소프트뱅크 : 자금 조달 (MGX도 추가 투자 파트너로 참여)

– 오라클 : 데이터센터 구축 및 클라우드 기술 등 IT 인프라 구축

– 기술 파트너 :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ARM 등


주요 계획

– 텍사스 주를 시작으로 총 15개의 데이터센터 건설

– 전력 공급, 수자원 확보 등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종합적 계획 수립

– 지속 가능한 확장을 고려한 인프라 설계


기대 효과

– 일자리 10만 개 창출

– 미국의 기술 경쟁력 극대화

– AGI 등을 통해 사회 문제 해결


참고로 스타게이트(Stargate)는 Star(별)과 Gate(문)의 합성어로, 원래는 다른 행성이나 은하로 이동할 때 사용하는 장치를 지칭합니다. 다만 가상의 장치이기에,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전통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AI 기술과 인프라에 관한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의미로 사용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타게이트로 보는 미국의 전략 변화

미국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큽니다. 이러한 미국과 중국과의 경쟁을 보면서 문득 카트라이더라는 게임이 떠올랐습니다. 


출처 : spotvgames


1. 미국은 지난 4년 간 중국보다 앞서 달리며 중국이 쫓아오지 못하도록 열심히 바나나 던지며 방해했습니다.

= 고성능 GPU를 비롯해 첨단 컴퓨팅 자원의 수출 제한


2. 그러나 중국은 바나나를 피하며 달리는 연습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주행 능력이 발달했습니다. 

= 기존 AI 모델 개발 비용의 1/10 수준으로 비슷한 성능을 구현해 낸 딥시크의 등장 


3. 미국은 아무리 방해해도 끈질기게 쫓아오는 중국을 보면서, 전략을 바꿔 부스터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 5,000억 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시작


AI 경쟁은 먼저 골인 지점에 도착하면 모든 것을 얻는 승자 독식 경쟁입니다. 이는 1960년대 달 착륙 경쟁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당시에 먼저 달에 깃발을 꽂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번에는 AGI가 최종 목표입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서 OpenAI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현재로선 AGI 개발에 가장 근접한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스타게이트가 승리를 보장하진 않는다  

미국이 앞서 달리는 상황에서 스타게이트라는 강력한 부스터까지 사용한다고 하니, 승리가 확실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카트라이더 경험자라면 알겠지만, 부스터가 항상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1.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의미 없다.

정권 교체기의 대규모 프로젝트 발표는 흔한 일입니다. 5,000억 달러라는 거대한 투자금액이 실제로 집행되고, 참여 기업들과의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되더라도 기술 판도가 급변하거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언제든 멈출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카트라이더에서 부스터는 가속 버튼을 눌러야만 발동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2. 주행 능력이 중요하다.

카트라이더에서 곡선 구간의 부스터 사용은 양날의 검입니다. 그 속도를 잘 제어해 안전하게 통과하면 후발주자와 급격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가드레일에 부딪히거나 심지어 뒤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막대한 투자가 효율적으로 관리되지 못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운전자로 뽑힌 OpenAI가 지금까지는 가장 앞선 주행 능력을 보여왔지만, 이것이 앞으로 영원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3. 골인 지점이 어딘지 모른다.

AI 기술 경쟁의 최종 목표는 AGI이지만, 이곳에 도달하는 방법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희미하게 보이는 빛을 따라 막연하게 앞을 향해 달리고 있지만, 실제 목적지는 예상치 못한 곳에 있을 수 있습니다. 즉, 빠르게 달리는 능력보다 목적지를 알아내는 창의적인 접근이 더욱 중요한 영역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이처럼 다양한 요인으로 스타게이트의 전략이 무너질 수도 있지만, 이는 극단적인 예시에 가깝습니다. 여전히 미국이 압도적으로 빠르게 달리고 있으며, 가지고 있는 아이템도 많기에 이를 활용해 후발주자보다 목적지에 빠르게 도달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도 기회가?

지난 2월 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주목할 만한 만남이 있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OpenAI 샘 알트만 CEO, 소프트뱅크의 손 마사요시 회장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인데요.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정확하게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참석자들의 면면을 보면 이 회동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특히 삼성전자 DS 부문장과 ARM CEO가 배석했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DS 부문은 삼성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이며, ARM은 AI 반도체 칩 설계의 핵심적인 파트너인데요. 이를 통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반도체가 핵심 의제였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700조 원이 넘는 대규모 프로젝트는 단순히 2~3개의 기업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입니다. 또한 미국의 국가 프로젝트를 넘어 글로벌 협력 체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목적이 크기 때문에, 한국과 같은 우방국 기업들의 참여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도체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에게는 이 프로젝트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라

트럼프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AI 산업 규제 행정명령’까지 폐기했습니다. 이 행정명령은 AI가 소비자, 노동자, 국가 안보 등에 미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AI 시스템의 안정성 테스트 결과를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연방 기곤들이 AI 관련 잠재적 위험을 평가하고 대응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한 것은 본격적으로 달릴 준비가 되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딥시크와 같은 효율적인 AI 모델 개발을 추진하면서도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같은 국제 협력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이를 통해 빠르게 달려 나가는 AI 생태계의 중심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위 글은 ‘테크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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