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기구 없는 헬스클럽- Choco ZAP

도쿄 트렌드 2탄이다.

‘한국이 일본을 무시하는 유일한 나라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러한 통념의 근거와 배경은 다양하다.

비즈니스 관점으로만 일본을 보면, 좀 더 구체적으로 마케터의 시각으로 보면 일본은 우리보다 선진화된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근거는 서양의 문화를 더 빨리 받아들이고, 그들의 것으로 유용하게 승화시킨 점, 쏠림 없는 다양한 문화와 취향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된 예를 들어보자. 도쿄 중심지의 레스토랑들은 전 세계의 음식들의 조합이다. 일본 거리, 지하철에서 마주치게 되는 남성들의 스타일을 보면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이 훨씬 우리나라 남성들보다 다양하다.

10년 전 같은 화장품 브랜드를 백화점에서도 팔고 시장이나 거리에 입점하고 있는 마츠모토키요시 같은 드러그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서 올리브 영에 판매되고 있는 브랜드 제품들을 백화점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화장품 아이템을 이것저것 여러 개를 쓰고 있는 한국 소비자들 대비, 일본에서는 2000년 초부터 에센스와 로션, 토너와 에센스 등 아이템 숫자를 줄일 수 있는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었고 시장 반응도 좋았다. 나는 마케터로서 이런 제품은 우리나라에서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바보였다). 그러나, 20년 정도,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소비자들도 젊은 층을 선두로 해서 이런 복합기능의 제품들의 판매가 늘고 있다.

정확성, 정교함, 헤리티지 등은 전 세계 어느 제품에나 기대하는 가치이다. 이런 전통적인 가치를 기준으로 보면 일본이 오랫동안 우위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지금은 여기에 속도와 유연성이라는 두 가치가 더 해졌다. 이 새롭게 추가된 속성에 대해서는 일본이 열세임에 틀림없다.

​

합리적인 가격에 트렌드를 빨리 반영해서 신상품이 자주 나오는 한국의 뷰티 제품이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일본 소비자들을 로컬 화장품 브랜드들이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현상을 말해준다.

​

인트로 너무 길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현재 도쿄에서 유행하고 있는 트렌드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볍고 보지 말자는 것이다. 일본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킨 서비스나 제품은 우리 시장에 적용해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들도 있다.

​

오늘 소개할 브랜드는 Choco ZAP이라는 헬스클럽이다. 일명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헬스장’ . 우리 모두 헬스장 정기 이용권을 큰 마음 먹고 사서 한두 정도 운동한 이후에 시들해져서 헬스장에 아예 발길조차 하지 않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헬스클럽은 이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헬스클럽이 회원이 되도록 하기 위해 여러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고 있다.

콘비니 짐이라는 새로운 업태를 제시하면서 상대적으로 싼 가격, 24시간 운영, 제모기, 에스테틱 기기 무료 사용 등 회원 확보와 유지에 힘쓰고 있다. ‘콘비니 짐’은 과거 헬스클럽과 달리, 운동에 관심이 없어도 잠시 들렀다가 가는 장소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사업이 성장하면서 코인 노래방, 세탁기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갖추는 노력과 골프 연습, 필라테스, 셀프 제모 등 운동이 아니고도 이 초코잡에 방문해야 하는 여러 가지 이유를 고객들에게 만들어 주었다. 2024년 3월부터는 세탁, 공유 오피스 등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였다.

​이러한 새로운 개념의 헬스클럽은 현재 112만 명이라는 회원이 존재할 정도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운동을 열심히 하는 고객들이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로 트레이딩 업 되게 하는 것보다, 운동을 하지 않는 90%의 잠재 고객이 여러 이유로 헬스클럽 멤버가 되게 만든 것이다.

​맥락적으로 보면 1인 가구, 도시에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비중 등 일본의 상황과 결코 다르지 않는 한국 시장 특성을 보면 우리 시장에 도입해서 반응이 긍정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