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적인 감독들은 초반 5분 안에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강하게 끌어당긴 후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이언맨은 토니 스타크가 탄 차가 폭격을 당하면서 시작합니다.
다크나이트는 조커가 은행을 터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해리포터는 얹혀사는 집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해리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관객은 영화 속 인물의 감정과 배경(=맥락)으로 급격히 빨려 들어갑니다. ‘이제 어떻게 될까?’를 궁금해하며 오로지 스토리에만 끝까지 몰입합니다. 정작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영화가 다 끝난 후에 스스로 깨우치게 되죠.
브랜드도 스토리텔러가 될 땐 이 훌륭한 선생님들의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정보성 콘텐츠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면, 스토리 콘텐츠는 고객들이 우리가 해결하는 문제와 솔루션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오늘은 좋은 스토리 콘텐츠를 기획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람들은 광고는 싫어하지만 스토리는 좋아합니다. (+앞으로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훌륭한 스토리텔러는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의 제품, 서비스를 소개할 수 있습니다. 창업자와 마케터에게 꼭 필요한 능력입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마케팅을 위한 스토리 콘텐츠 역시 고객을 우리 이야기의 맥락 안으로 강하게 끌어들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감독이 영화에 자신의 메시지를 대놓고 드러내지 않듯, 우리도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말(=우리 제품/서비스는 훌륭합니다)은 대놓고 드러내지 않습니다.
스토리 콘텐츠의 목표는 스토리가 끝난 후 고객 스스로 우리의 메시지를 깨닫게 하는 겁니다.
[PLAYBOOK]
스토리의 큰 뼈대는 아래 3가지로 구성됩니다.
1. 최소한의 맥락 제시 + 결말에 대한 궁금증 유발 (=HOOK)
: 청중이 빠르게 빠져들 수 있도록 강렬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2. 여정을 청중과 공유
: 결말로 가는 여정에 청중을 참여시켜 몰입도를 높입니다.3. 결말
: 성공, 실패의 결말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스토리의 가장 이상적인 주인공은 고객입니다. 하지만 고객이 주인공이 되면 콘텐츠 제작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산이 늘 부족한 작은 기업은 그 기업의 구성원들이 직접 고객이 되어 스토리를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기 때문에 고객의 역할도 충분히 잘할 수 있죠.
직접 만든 소개팅 앱으로
솔로 탈출에 나선 창업자
1.
현실 친구의 추천을 통해서 가입하는 소개팅앱 ‘내친소’의 창업자 차제은님은 자신이 만든 소개팅 앱을 통한 솔로 탈출 챌린지를 시작합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까지 연애를 해보겠다며 실패하면 ‘붕어빵’을 쏘겠다는 공약까지 내걸죠.
이 서비스를 모르는 사람도 단숨에 상황을 이해하고 결말을 궁금해할 수 있는 시작입니다. (=최소한의 맥락 제시 + 결말에 대한 궁금증 유발)

2.
내친소 앱을 통해 소개팅을 준비하는 모습, 그때의 감정, 심지어 당일 소개팅의 일부 모습까지 릴스로 생생하게 공유합니다. 그 과정에서 제품이 자연스럽게 드러나지만 스토리의 몰입을 깨지는 않습니다. 청중들은 댓글을 통해 제은님을 응원하기도 하고, 장난을 치기도 하죠. (=여정을 청중과 공유)

이 스토리 콘텐츠는 제은님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공개됩니다. 스토리 콘텐츠를 만들 때는 브랜드 공식 계정이 아닌 개인 계정을 활용하는 것이 더 몰입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SNS는 본질적으로 개인의 이야기를 담는 곳이니까요.
3.
결국 솔로 탈출에 실패한 제은님은 약속대로 붕어빵 나눔 이벤트를 열게 됩니다. 결말은 실패로 끝났지만, 그 실패 역시 고객에게 솔직하게 공개합니다. 청중들과의 접점 포인트도 자연스럽게 만들고요.

이 모든 것을 의도하신 것은 아니겠지만, 개인적으로 서비스의 정체성과 메시지를 잘 살린 좋은 스토리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B2C 비즈니스에서만 스토리가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B2B 비즈니스의 고객도 결국 사람입니다. 청중이 몰입할 수 있는 소재와 우리의 가치제안을 연결할 수 있다면 매력적인 스토리 콘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두 명의 창업가를 아파트에 가두고
PMF를 찾게 만든 크리에이터
1.
기술, 사업, 기업가 정신 등의 주제를 다루는 팟캐스트 채널 Technology Brothers의 호스트 Jordi Hays는 자신의 X계정에 게시글을 하나 올립니다. 90일 안에 연 수익 100만 달러짜리 서비스를 만드는 도전에 참여할 참가자를 구한다는 모집 공고였죠.

참가자로 선정되면 약 90일 간 아파트에 갇혀 25,000달러의 자금, 성공한 창업가들의 멘토링 등을 지원받으며 사업을 구상하게 됩니다. 사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가질만한 인트로입니다. (=최소한의 맥락 제시 + 결말에 대한 궁금증 유발)
2.
지원자가 모집되었습니다. 90일간의 그들의 여정은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대중들에게 공개됩니다. 그들이 송출하는 라이브 방송 화면은 서바이벌 게임을 연상하게 합니다. 실시간으로 지출된 비용, 남은 시간, 목표 달성 정도를 보여주죠. (=여정을 청중과 공유)
출처 : pmfordie.com
PMF or DIE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입소문을 통해 순식간에 바이럴 됩니다. 한 베팅 사이트에는 이들의 도전 성공 여부에 대한 베팅까지 열립니다. 청중들의 도파민을 터지게 만드는 전개입니다.
3.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성공 여부는 투명하게 공개될 겁니다. 어떻게 결말을 맺을지 저 역시 지켜볼 생각입니다.
(*물론 작은 기업이 이 정도 스케일로 콘텐츠를 만들긴 어렵습니다. 전체적인 흐름을 참고해 우리의 가치제안, 활용할 수 있는 자원에 맞게 구성 요소를 변경해 가면서 기획해 보세요.)
인식을 남기는 스토리가
좋은 스토리입니다
조회수가 터지는 것에만 집착하면 늘 자극적인 소재만 찾게 됩니다. ‘잘되는 콘텐츠 비슷하게 만들면 나도 터지겠지’하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면 정작 중요한 걸 놓치게 되죠. 이 스토리 콘텐츠를 ‘왜’ 만들었는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사례를 볼 때는 늘 ‘의도’를 함께 헤아려봐야 합니다.
내친소에게 가장 중요한 인식은 ‘신뢰’입니다. 서비스의 랜딩페이지에도 이 인식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앱은 못 믿어도 친구는 믿으니까’라는 카피로 서비스를 소개하죠. 대표가 직접 자신의 서비스를 이용해 사랑을 찾는다는 스토리는 ‘신뢰할 수 있는 소개팅앱’이라는 인식을 남길 수 있는 좋은 스토리입니다. 창업자가 직접 고객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큼 확실한 보증이 또 있을까요?
Technology Brothers의 호스트들은 크리에이터이자 컨설턴트입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인식은 ‘사업에 대한 전문성’입니다. 그들이 만들어낸 다소 자극적인 콘텐츠 포맷은 그들의 청중이자 고객인 창업자들에게 PMF(Product Market Fit)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선택한 수단일 뿐입니다. 이야기의 결말이 나면 창업자들 사이에서의 그들의 권위는 한층 더 단단해져 있을 겁니다.
여러분이 청중들에게 남기고 싶은 ‘우리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먼저입니다. 이게 빠진 공허한 조회수는 그 어떤 성과도 안겨주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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