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없는 사람이 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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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없는 사람이 될까 합니다>

삼쩜삼은 제품이 좋은데 마케팅 뭐 할 거 있냐는 식으로 이야기한 마케터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우리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회사는 고객으로 받지 않습니다.”며 작은 브랜드의 대표님들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의 말과 행동 자체가 그로스 마케팅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부족함을 보여주는 것인데, 아이러니하게 그분은 그로스마케터로 계속 명성을 잘 쌓아가는 것 같습니다.

한때 챙겨보던 북튜브 채널에서 시詩를 다루는 라이브를 열었습니다. 한 구독자가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낭독해 주세요.” 요청했습니다. 크리에이터가 “저도 백석 참 좋아하는데요.”라고 호응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이 놀라웠습니다. “백석의 <나>가 검색해도 안 나오네요.”

아마도 그는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아니라, 백석의 <나> 와 <나타샤> 와 <흰 당나귀> 3편의 시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모를 수 있습니다. 아는 척한 게 문제입니다.

백석 평전을 정독했고, 심지어 이 시는 첫 구절이 너무나 아름다워 외우고 있을 정도인 저로서는, “저도 백석 참 좋아하는데요.”라는 그의 첫 마디만으로도 반가움에 내심 기대하며 귀 기울였던 것 같습니다. “백석의 <나>가 검색해도 안 나오네요.”라는 그의 말은 그래서 충격적이었고, 그 뒤로 그의 콘텐츠를 찾지 않습니다. 교양 있게 아는 척 한 게 문제입니다. 여러 플랫폼에서 추천 콘텐츠로 종종 뜨기는 하는데, 보아하니 계속 크리에이터로 잘 활동하는 듯하며 책까지 몇권 낸 듯합니다.

20대 초반에는 심리학을 좋아했습니다. 전공자가 아니라 깊이도 없고 지식도 없지만, 당시에 몇권의 책들을 읽으면서 나름 깨달은 게 있습니다. 돈을 벌고 인기를 얻으려면 어느 정도는 사짜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니 사짜일 수록 잘 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기독교인입니다. 양심을 불편하게 하고, 죄를 지적하며, 정곡을 찌르는 성경 말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마음에 위로가 되는 듯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지지대가 되어주는 것 같은 일부 성경 구절들만 편협하게, 아전인수 하는 기독교인은 찾기 쉽습니다. 종교 지도자들은 이 포인트를 아주 잘 캐치해서 성공하고, 그걸 부흥이라고 일컫습니다.

어느 카테고리에서건 원론과 본질은 인기가 없습니다. 대중과 시장이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강의 사업하는 사람들도 원론과 본질 이야기하는 사람은 강사로 섭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본질보다는 얄팍한 테크니컬을 다루는 사람들, 명료한 이야기보다는 업계의 전문적(으로 보이는) 용어들을 화려하게 쓰는 사람들이 명성을 얻기 쉽습니다. 그럴 듯 해 보이니까요. 트레바리 모임을 이끌면서도 이걸 많이 느꼈습니다. 원론과 본질을 다루는 책들은 평가가 좋지 않았습니다. 내 사업에 어떻게 적용할지 모르겠고, 당연하고 뻔한 이야기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죠. 정말 당연한 것을 당연한 듯 해내고 있느냐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존경하는 사람들은 ‘그럴듯함’보다는 ‘내실’이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자기의 업,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서 원론과 본질을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는 쉽습니다. 단순합니다. 명료합니다. 어떻게 보면 멋없고, 투박하고, ‘뭐야? 이게 다야?’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들 수도 있는 말과 지시를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제가 따라가고 싶은 길입니다.

투박하고 단순해 보이는 것에서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당연한 것들을 무시하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 알맹이 없이 화려한 포장으로 현혹하지 않는 것. 화려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놓인 상황과 직면한 문제에서 해야 할 일의 핵심을 생각하고 실행하는 것.

아는 것 이상으로 부풀리지 않는 것. 아는 척하지 않는 지적 정직성.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는 실천적 정직성.

남들이 당연하다고 무시하는 것들을 묵묵히 해나갈 것. 뿌리 없이 열매 맺기를 원하듯 과정보다 더 큰 결과를 기대하고, 획기적인 어떤 방법론을 기대했다 실망하며 부화뇌동하는 삶은 애초에 외면해 버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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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욱
글쓴이

황승욱

어쩌다 마케팅을 시작했고, 이왕이면 잘 해내고 싶어서 애써오고 있습니다.
- 삼쩜삼 BX/MKT Tribe Lead
- (Speaker) Digital Marketing Summit 2023
- (Speaker) Max Summit 2023
- (강의) 2023 신한금융그룹 디지털마케팅 강의
- (강의) 2023 삼성금융연수원(삼성금융네트웍스) 디지털마케팅 강의
- (VOD) Wanted Con. 성과를 내는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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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원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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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욱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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