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제텔카스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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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되지 않은 생각의 공동묘지를 넘어서

우리는 매일 뭔가를 스치듯 저장한다.
링크를 복사해 카톡창에 붙이고, 북마크에 넣고, 스샷을 찍고, ‘나중에 보기’로 다짐한다.
그런데 ‘나중’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나 아님…맞음.

정보는 흘러가고, 메모는 잠들고, 아이디어는 다시 꺼내지 않는다.
문제는 저장의 부재가 아니라, 연결의 부재다.


마케터에게 ‘연결되지 않은 메모’는 무엇을 의미할까?

캠페인 회의 중에 나왔던 번뜩이는 인사이트,
누군가 슬랙에 올린 잘 만든 외국 사례,
클라이언트 피드백에서 느꼈던 작은 아이디어의 단서들.

그걸 기억하긴 하는데…
막상 기획안을 쓸 때, 콘텐츠를 설계할 때는 꺼내 쓰지 못한다.

“그때 어디서 봤는데…”라는 말로 묻히는 아이디어들.
이제 그걸 살려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제텔카스텐은 예쁘게 보관한 종이 카드가 아니다

정보 정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일이다.
그러나 제텔카스텐은 처음부터 ‘정리’를 목적으로 설계되지 않았다.

루만이 만들었던 건 사고의 순서를 따르지 않는 메모 시스템이었다.
아이디어 하나를 쪼개고, 다른 아이디어와 연결해보고, 그 사이에 제3의 노트를 끼워 넣는 구조.

정리가 아니라, 생성이다.
제텔카스텐은 메모가 아니라, “메모 간의 길”을 만드는 방식이다.


그런데 지금, AI가 다 해준다?

여기서 질문 하나.

GPT가 요약하고, 분류하고, 태깅하고, 연결까지 제안한다면
제텔카스텐은 이제 무의미해진 것 아닐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그냥 GPT에게 ‘~에 대해 정리해줘’라고 하면 끝인데 굳이 내 손으로 메모를 쪼개고 연결할 필요가 있나?”

이 말에는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다.
AI는 이미 ‘정보를 저장하고, 조직하고, 다시 꺼내는’ 많은 과정을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해낸다.

제텔카스텐이 강조해온 ‘구조화’나 ‘연결’조차도,
AI에게 맡기면 더 잘하는 시대가 이미 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질문

그런데 AI는 연결을 ‘제안’할 수 있을지 몰라도,
‘무엇이 중요한 연결인가’를 판단하지는 못한다.

AI는 연관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의미의 구조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GPT는

  • “이 키워드는 이와 자주 함께 등장해요”,
  • “이 주제는 이런 맥락으로 요약할 수 있어요”,
  • “비슷한 아이디어가 이 논문에도 있어요”
    라고 말해줄 수 있다.

그러나

  • “이건 우리가 다음 분기에 실제로 써먹을 만한 인사이트다”,
  • “이건 브랜드 톤앤매너에 어긋난다”,
  • “이 연결은 지금 우리 팀의 페이즈와 맞지 않는다”
    고 말해줄 수는 없다.

이런 맥락 판단의사결정, 우선순위 설정
여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다.


마케터에게 중요한 건 ‘정보력’이 아니라 ‘편집력’

마케터의 일은 단순히 많은 정보를 아는 게 아니라,
무엇을 채택하고 무엇을 버릴지 결정하는 능력에 가깝다.
이건 곧 ‘편집자적 감각’이다.

AI는 필터가 없다.
무한히 준다.
그래서 오히려 생각의 연결은 더 어려워졌을 수도 있다.


AI가 제텔카스텐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
다만, 그건 우리가 생각을 멈출 때의 이야기다.

제텔카스텐은 더 이상 종이 카드가 아니다.
AI와 함께 쓰일 수 있는 사고의 망이다.
그리고 그 연결을 유의미하게 만드는 건,
결국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달려 있다.

이재훈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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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원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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