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2025년 05월 28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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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글은 <파는 사람들>과 양윤선 대표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철수저’인데 장사꾼이라고요?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브랜드, 레어로우. ‘컬러 맛집’이라 불리며, ‘감성 쇠테리어’로 유명한 이 브랜드는, 지금은 연매출 100억 원 규모를 자랑하고 있기도 하죠. 언뜻 보면 감각 좋은 누군가가 빠르게 키워낸 브랜드처럼 보이지만, 시작은 전혀 달랐습니다.
레어로우를 만든 양윤선 대표는 스스로를 “3대째 철수저”라고 말합니다. 할아버지는 을지로에서 철물점을 운영했고, 아버지는 철제 가구 공장을 운영하였죠. 그런 배경 위에서, 철제 가구 전문 브랜드인 레어로우가 탄생할 수 있었고요.
하지만 브랜드가 지금처럼 성장하기까지 철수저만큼이나, 양대표의 장사 본능 또한 큰 몫을 했다고 합니다. 이미 20살 무렵, 당시 최고 인기 얼짱에게 무작정 연락해 쇼핑몰을 함께 시작하고, 그 쇼핑몰을 키워 매각하는 데 성공했고요. 그리고 그 자금으로 미국 유학까지 다녀왔다고 하죠. 그야말로 타고난 ‘파는 사람’ 그 자체였습니다.
그렇게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뒤, 아버지가 철제 가구 공장을 운영 중이라는 걸 비로소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철제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것이 바로 레어로우의 시작이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걸 만들었습니다
‘철수저’라는 배경은 레어로우의 강점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약점이기도 했습니다. 초창기만 해도 사람들은 철제 가구를 낯설게 느꼈고, 그런 인식을 바꾸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죠. 그러던 중 2018~2019년 즈음에 이케아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적당한 가격에 집을 예쁘게 꾸며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사람들은 비로소 철제 가구도 예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게 된 거죠. 여기에 ‘미드센추리’, ‘쇠테리어’ 같은 트렌드가 겹치면서, 레어로우는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이 단지 운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양윤선 대표는 레어로우를 시작하기 전, 약 3년간 백화점 납품용 B2B 브랜드를 운영하며 경험을 쌓았다고 하는데요. 에잇세컨즈 같은 패션 브랜드의 모듈 선반을 제작하는 일을 하면서 철제 가구의 가능성을 조금씩 발견해 나갔습니다.
고객의 니즈를 발견하고 충족시켜주다 보니, 어느새 레어로우는 지금의 위치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이때의 경험이 지금도 레어로우의 대표 제품인 ‘시스템 000’ 조명 선반으로 이어집니다. 협업 중이던 아모레퍼시픽의 담당자들이 “화장품이 반짝반짝 빛나게 보이도록 조명이 달린 선반이 필요하다”라고 요청했는데요. 이 제품은 단순한 아이디어와 달리 만들기 꽤 까다로웠다고 하죠. 낮에는 밝고, 밤에는 은은하게 광량을 조절할 수 있어야 했고, 선반을 옮길 때 조명도 함께 이동할 수 있어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복잡한 요구를 하나하나 충족해 갔더니, 결국 좋은 제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를 계기로 레어로우는 본격적으로 B2C 시장에도 진출하게 되었고요.
이처럼 레어로우는 ‘처음부터 답을 정해 놓은’ 브랜드가 아니라 ‘잘 팔리는 걸 발전시키며’ 만들어진 브랜드였습니다. 처음엔 단지 하나의 가게로 시작했지만, 고객의 반응을 보고, 팔리는 제품을 키워가는 걸 반복하다 보니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거죠.
이제 균형점을 찾아갑니다
어느새 탄생한 지 11년이 된 레어로우. 시간이 흐르면서 양윤선 대표는 브랜딩과 경영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컬러’입니다. 지금까지 레어로우는 실제로는 화이트와 블랙이 주로 팔리는 상황에서도, ‘컬러 맛집’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다양한 색상을 꾸준히 출시해 왔다고 하죠. 하지만 이제는 브랜드 운영의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해, 일부 컬러는 시즌 한정으로만 선보이는 등 컬러를 많이 정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쁘고 특이하고 세상에 없는 디자인을 하기보다는 더욱 삶에 솔루션을 주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겠다는 거죠.
예전에는 ‘예뻐서 시작한 디자인 브랜드’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국내에 감도 높은 디자인 브랜드 자체가 드물었고, 패키지에 조금만 신경 써도 ‘감각 있다’는 평가를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컬리에서 달걀 하나만 주문해도 예쁜 포장으로 도착하는 시대이고요. 예쁜 건 이제 당연한 기준이 됐고, 그 이상의 경쟁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양윤선 대표는 요즘, 디자인만큼이나 ‘경영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합니다. 레어로우 역시 ‘예쁜 걸 만드는 재미’에서 출발한 브랜드였지만, 이제는 피하고 싶던 숫자 이야기도 피하지 않고 배우며 익히는 중이라고요. 결국 숫자를 제대로 볼 수 있어야, 하고 싶은 것도 오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레어로우는 철제 가구에 대한 인식을 바꿨던 것처럼, ‘내가 사는 공간이 바뀌면 인생도 바뀐다’는 메시지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렇게 차근차근 브랜드를 키워 온 레어로우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해 나가길, 그리고 언젠가 정말 그런 삶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브랜드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글쓴이 소개 – 조혜리
채널톡 콘텐츠 에디터, 스타트업을 취재하는 일을 하다가 이제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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