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와 의미라는 게 있어요.”
저는 자칭 타칭 메추리였습니다. 매출 매출 거려서요. 메추리인 제가 돈 버는 게 중요하지 않다거나, 돈 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때가 종종 있었는데요. 그분들의 말씀이 사실 잘 이해가 가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가치 있는 일을 하면 돈은 따라온다.”라는 주장은.. 결국 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얘기인 거 같아 더욱이 모순처럼 들렸습니다. 물론 어떤 맥락에서 하시는 말씀인지는 알겠습니다만, 여전히 경영진 및 대표라면 매출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매출무새이자 메추리였던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1. 조직 문화는 그냥 유지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21년 5월은 제가 삼쩜삼에서 경험한 첫 종합소득세 정기신고 시즌이었습니다. 성공적인 결과를 얻고 나서 회고를 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회사 분위기 좋고, 동료들이 좋게 평가하는 조직문화와 제도들이 있는데, 만약 실패했어도 이런 분위기였을까?’
그렇지 않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돈을 못 버는데 조직문화만 좋으면 그것도 정상은 아니잖아요. 당시에 이런 회고를 몇몇 동료들과 함께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 이후부터 저는 계속 돈을 벌고 싶다는 이야기를 꾸준히 했습니다. 제가 돈을 좋아해서가 아니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이 회사, 회사의 장점, 조직문화, 제도, 동료들과 일하는 분위기를 해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 가치와 돈은 상반되는 게 아닙니다.
가격을 뜻하는 단어 Price는, 라틴어 pretium 에서 비롯되었습니다. pretium 의 뜻은 ‘가치, 값’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고대 로마시대에서도 같은 의미였는데, 하물며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은 어떨까요? 돈을 벌어야 한다는 관점이 가치를 외면하자는 주장은 결코 아닙니다. 자본주의 시대에서는 가치 있는 곳에 값이 지불됩니다.
마케팅은 고객과 기업의 상호 가치 교환 과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치”에 대한 판단은 시장에서 이루어집니다. 시장에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값, 곧 매출로 치환됩니다. 그러므로 내가 보기에 짜치고 별로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는 서비스임에도 돈을 벌고 있다면, 그건 그 나름대로 시장에서 가치가 있는 제품으로 수용된 겁니다. 반대로, 내가 아무리 가치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시장에서 값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 가치 있는 게 맞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 아닐까요?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미와 비전을 앞세우며 매출을 뒤로 미룬다면…
그럼에도 내가 시장을 혁신하고 싶고, 시장에 의미있는 무언갈 던지고 싶다는 마음이 앞선다면… 자기 돈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책임감이에요. 회사는 혼자 만들어가야 하는 게 아니 잖아요. 투자자가 있고, 고용인이 있고, 같이 일하는 동료도 있습니다.
투자자를 외면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대표 또는 오너를 무시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투자자의 돈과, 고용인이 맡긴 책임을 본인의 비전을 성취하는 데 쏟겠다고 한다는 건… 아직 시야가 트이지 않은 제 입장에서는 조금 무책임한 거 같습니다. 아니면 나르시시스트이거나요. 역지사지 입장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직원을 채용했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내가 채용한 직원이 내가 하려고 하는 건 안 하고, 본인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 하려고 한다면요. 이상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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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의미와 비전과 가치. 이런 것들을 우선시하면서 돈 벌 생각을 뒤로 미루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과, 또 이런 생각에 동의하시는 분들을 꽤 자주 보면서.. 마음 한편이 씁쓸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투자자는 어떡하지. 돈 못 벌면 직원들은 어떡하지.’ 하며 혼자 오지랖을 떨고요. (신기하게 대체로 이런 말 하는 사람들은 이미 좋은 동네 살고 있거나, 좋은 차 타시더라고요.)
물론 돈 버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건 아닙니다. 저 역시 그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시어도어 레빗이 “최근까지도 많은 기업들의 기업의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말은 ‘먹기 위해 산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먹지 않으면 죽지만, 먹는 것은 삶의 필요조건이지 목표는 아니다. 비즈니스에서의 이윤도 그런 개념이다.”라고 말했는데요. 정말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먹이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대체로 가정에서는 부모가 이 책임을 느끼죠. 대표가, 경영진이 돈 벌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입니다. 제때 먹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지 못하면, 그땐 더 많은 걸 희생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마케팅 담당자가, 경영부서가 자꾸 “돈, 돈” “매출, 매출” 하는 게 불편할 수도 있어요. 사업 계획 짜고, 신제품 논의하는데 “이거 시장 규모가 어떻게 될까요?”라는 질문부터 한다면.. 아마 너무 속물처럼 보이고 노골적인 사람으로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외발자전거 보다는 두발자전거로 더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조직이 영속성을 가지려면, 비전(가치)와 돈(수익성)이 함께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뭐가 더 중요하고, 뭐가 더 의미있고 이런 게 아니라요.
그런 의미에서 변명하자면. 혹시 마케팅팀이나 경영부서와 미팅할 때 자꾸 시장성, 돈, 매출 이야기해서 지치시더라도 너무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미움받는 거 알면서도 자꾸 이런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다면 눈치 없다고 속물이라고 흉보지 마시고, ‘조직 내에서 그게 저 사람의 역할이구나.’ 그저 그렇게만 생각해주셔도 참 감사하겠습니다.

글쓴이
- 삼쩜삼 BX/MKT Tribe Lead
- (Speaker) Digital Marketing Summit 2023
- (Speaker) Max Summit 2023
- (강의) 2023 신한금융그룹 디지털마케팅 강의
- (강의) 2023 삼성금융연수원(삼성금융네트웍스) 디지털마케팅 강의
- (VOD) Wanted Con. 성과를 내는 마케팅
- contact : puritanity@gmail.com
황승욱
어쩌다 마케팅을 시작했고, 이왕이면 잘 해내고 싶어서 애써오고 있습니다.- 삼쩜삼 BX/MKT Tribe Lead
- (Speaker) Digital Marketing Summit 2023
- (Speaker) Max Summit 2023
- (강의) 2023 신한금융그룹 디지털마케팅 강의
- (강의) 2023 삼성금융연수원(삼성금융네트웍스) 디지털마케팅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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