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몰라서도 하고 확인하기 위해서도 하지만 다른 답을 알기 위해서도 한다. 알고 있는 답보다 더 나은 답을 얻기 위해서이다. 이런 태도는 언제나 현명하다. 답이 하나라고 믿으면 많은 기회를 놓친다. 답이 여러 가지라고 믿으면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상상하지 못한 다른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답을 맞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답을 얻기 위해 하는 질문은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고 문제의 틀을 새로 구성해서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나게 한다.”64쪽, <질문의 격>중에서
질문이라는 게 뭘까, 궁금증을 갖고 찾아보다 보니 질문에 관한 책을 찾아보고,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찾아보게 된다. 유선경의 <질문의 격>은 단순히 방법적인 이야기 이외에 질문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 질문 흐름을 전반적으로 잡아 볼 수 있어도 좋았다. 질문이 주는 효능감을 다시 생각해 봤고,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도 돌아봤다.
내가 질문에 관한 책을 쓴다면, 나는 어떤 면으로 접근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한다. 질문하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오늘은 내가 만난 사람들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받았는지 짚어본다. 질문을 잘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해야 할 질문은 했는지, 늘 돌아서 나오면 질문을 하지 못한 게 한두 개 남는다.

핵심을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하다 보면 정작 해야 할 것을 놓친다. 먼저 물어야 할 것, 확인해야 할 것을 먼저 해야 한다. 선생님이 교실에서 하는 질문은 어떤가. 답을 요구하는 형식의 질문은 분명해야 한다. 묻는 건지 아니면 의문을 갖자고 하는 것인지, 혼자 하는 것인지를 구분해서 말해야 한다.
질문은 상대에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스스로에게 던지기도 한다. 질문은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후배가 한 기업이 마련한 행사에 참석을 했다고 한다. 학생들의 기술 개발 활동을 지원해 온 다국적기업이 마련한 이벤트였다. 행사에는 후원을 받은 학교의 학생과 지도 교수가 참석했다. 자신들의 개발 활동에 대한 소개를 하고, Q&A 시간이 식순에 따라 이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현장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아니라 패널로 나온 사람들과 주고받는 대화 형식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시간은 큐시트처럼 미리 짜인 대본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질문을 할 테니, 이런 답을 해라라는 것이었으리라.
후배가 중간에 나서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질문은 안 받는다고 주최 측에서 이야기를 했다. 바쁜 시간 내서 여기 왔는데 왜 질문을 못 하게 하냐고 따졌다고 한다. 관객도 아닌데 무대의 관객처럼 앉아 있었던 모양새다. 분위기가 냉랭해지고 담당자의 얼굴도 변했다고 한다.
현장에 기자들이 와 있었지만, 행사 주취 쪽은 기자들에게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았다. 식순에 아예 들어 있지 않은 것을 어떻게 보면 무리하게 기자의 특권을 요청했던 것은 아닐까도 싶다.
후배는 분위기를 망친 것 같은 후회도 들었다고 한다. 다만, 위안을 삼는 것은 그 자리에 있던 후배 기자들이 연락을 해 와 자신들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하면서 전화도 했다고 한다.
기자들의 일은 질문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뛰는 후배 입장에서는 그런 행사 진행이 눈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기자는 그럼 그 자리에서 어떤 태도를 갖는 게 옳았던 것일까. 기자들을 불러놓고 홍보대행하는 사람들처럼 앉혀놓았다는 상황이 불만이었던 것이다. 그 기업은 왜 질문을 빼놓았을까. 물론 행사를 진행하는 기획사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최종 컨펌은 해당 기업 홍보 책임이 갖는 것이니 그는 왜 그런 결정에 오케이 했을까.
학생들이어서 돌발 질문에 행사 후원 의도와 다른 발언이 나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질문을 해야 할 때, 질문이 필요할 때 질문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불리함을 감추기 위해서 질문을 막는 것이다. 질문은 자유로워야 한다. 다만 질문의 격이 필요하다. 그건 하는 사람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질문을 받는 사람에게도 필요하다.
규칙은 초등학생에게만 필요한 약속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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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 질문을 잘 경청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