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세대는 캐나다 작가 더글라스 커플랜드의 소설 Generation X에서 유래한 단어로, 기존 질서로는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세대를 의미했다. 이 단어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한 ‘신인류’라는 말이 언론에 소개되고, 이에 대응해 ‘신세대’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할 때였다.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안정되기 시작한 1970년대에 태어나 대중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 세대를 지칭하는 말로 ‘X세대’가 자리 잡게 된 것은 한 화장품 광고 덕분이었다.

1993년, 태평양화학은 18~25세 젊은 남성을 타겟으로 한 트윈엑스를 출시하며 “나, X세대?”라는 카피를 내세웠다. 모델로는 이병헌과 김원준을 기용했고, 전구가 깨지고 비둘기가 날아오르는 등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흑백 영상으로 기존 남성화장품 광고와 차별화를 꾀했다. 기성세대와 다른 가치관과 정체성에 대한 자의식이 강한 젊은 남성들을 자극한 이 광고 시리즈는 큰 호응을 얻었다. 출시 1년 만에 200만 개가 판매되며 기존 1위 브랜드를 판매량에서 추월했고, ‘X세대’라는 용어는 순식간에 대중화돼 사회문화 전반의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이 캠페인은 한국 광고사에서 최초로 특정 세대를 명명하고 그 정체성을 정의한 사례이다. 광고 카피가 정의한 세대론이 사회 담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카피가 나온 지 30년이 지나면서 신세대의 상징이던 ‘X세대’는, 어느덧 새로운 젊음이 극복해야 할 구세대의 상징이 되었다. 이 단어는 1970년 대생들이 역사에서 퇴장할 때까지 사용될 것이다. 100세 시대,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길어진 것은 이 단어의 유통기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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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남성화장품 판도변화 예고..아모레 ‘트윈엑스’ 시판 호조,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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