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0원 슈카빵, 제빵판 코스트코·다이소일 뿐

오히려 아주 흔하고, 교과서적인 사업 전략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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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5년 09월 03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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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흔한 접근법입니다

ETF 베이커리, 이른바 슈카빵이 요즘 뜨거운 화제입니다.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가 성수에서 연 팝업스토어인데요. 가장 주목받은 건 990원짜리 소금빵이었습니다. 가격이 워낙 파격적이다 보니 온라인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지상파 뉴스까지 3사 모두 다룰 정도로 이슈가 커졌습니다.

당연히 제빵 업계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합니다. 이번 가격은 특수한 상황에서만 가능한 수준인데, 소비자들이 이를 보고 다른 빵집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고 오해할 수 있다는 거죠.

반대로 긍정적인 반응도 있습니다. 한국의 빵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건 사실이고, 슈카가 던진 문제의식 자체는 의미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생계가 걸린 자영업자들의 반발은 거세고, 슈카는 결국 지난 8월 31일 라이브 방송에서 오해를 해명하며 중간에 사과까지 했습니다.

사실 이번 팝업스토어, 영상 예고 단계부터 지켜봤습니다. 이후 공개된 라이브 영상도 챙겨봤고, 오픈 당일 현장에 직접 가 웨이팅을 하며 빵을 사서 먹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슈카빵은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주 흔하고, 교과서적인 사업 전략을 보여주고 있었죠.


마진과 가격을 고정합니다

ETF 베이커리가 파격적인 가격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마진을 일정하게 정해 두고, 그 안에서 가격대에 맞춰 상품을 기획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코스트코처럼 마진을 관리하고, 다이소처럼 상품을 설계한 거죠.

코스트코는 ‘마진율 최대 15%’ 원칙으로 유명합니다. 경쟁사들이 보통 25~35%의 마진을 붙이는 것과 달리,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무르며 그만큼 소비자가격이 내려갑니다. ETF 베이커리 역시 비슷한 방식을 택했습니다. 예를 들어 마진액을 500원으로 고정하면, 원가가 500원인 빵은 1,000원에, 원가가 1,000원인 빵은 1,500원에 판매됩니다. 좋은 재료를 써서 원가가 오르더라도 가격 상승은 최소화되는 구조라 경쟁력을 가지는 겁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목표 가격대를 아예 정해 두고 상품을 개발했다는 점입니다. 성형 과정을 단순화하거나 포장을 줄여 인건비를 절감하는 식이었는데요. 이는 다이소의 방식과 닮았습니다. 다이소는 ‘최대 5천 원’ 균일가 정책 안에서 상품을 기획·공급해 온라인 최저가와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했거든요. ETF 베이커리 역시 가격을 맞추기 위해 원재료 공급 및 포장 비용을 줄이고, 빵의 모양도 단순하게 만들었다고 하죠.

250903_ETF 베이커리_02_빵 사진.png압도적인 가성비는 고정된 마진 금액과 가격에 맞춘 역설계를 통해 구현된 거였습니다

물론 이런 구조는 개별 상품 마진이 작기 때문에 판매량과 회전율이 생명입니다. 개당 이익은 적어도 많이 팔리면 충분한 수익이 나오고, 재고 회전이 빨라지면 매장 운영 효율도 극대화되니까요.

제빵 업계에서 이를 증명한 곳이 바로 대전의 성심당입니다. 단 16개 매장, 그중 주력이라 할 곳은 4개뿐인데 지난해 매출이 1,937억 원에 달했죠. 엄청난 판매량과 회전율 덕분입니다. 이렇게 극한 효율을 내는 성심당의 소금빵은 1,500원에 판매됩니다. ETF 베이커리는 마가린을 섞은 소금빵을 990원에, 버터만 쓴 제품은 1,290원에 내놓았으니까요. 결국 990원은 파격적인 가격이긴 하지만, 업계 기준에서 전혀 비현실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할까요?

ETF 베이커리는 팝업스토어지만 운영 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단순 이벤트가 아니라, 실제로 사업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거죠. 일각에선 “글로우 서울 상장과 연계한 일시적 이슈 메이킹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슈카가 직접 나서 “사업으로 키우겠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따라서 이제 진짜 과제는 이 가격 전략이 얼마나 오래 버티며,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겠죠.

사실 지금 같은 파격적인 가격이 가능한 건 ‘글로우 성수’ 매장 안에 들어가 임대료 부담이 적은 덕분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독립된 상설 매장으로 확장된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더 큰 비용 구조를 떠안아야 하고, 그만큼 판매 속도와 물량이 성패를 좌우할 겁니다.

실제로 첫날엔 인당 3개 구매 제한에도 불구하고 4시간 가까이 줄을 서야 했고, 저는 끝내 빵을 사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며칠 뒤 평일에 다시 가보니 예약으로 더 쉽게 살 수 있었지만, 여전히 완판은 이어지고 있었죠. 일반 빵집이 가격을 크게 낮추지 못하는 이유는 유통기한이 짧아 폐기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ETF 베이커리처럼 매일 완판만 된다면 얇은 마진 구조로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지금은 슈카월드 팬덤과 화제성 덕분에 가능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의존도를 넘어선다면, 이번 실험은 충분히 하나의 사업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겁니다.

한편, 설사 ETF 베이커리가 크게 성공해 지점을 늘린다고 해도 제빵업계 전체가 피해만 보는 건 아닐 겁니다. 애매한 포지션의 빵집은 흔들릴 수 있지만, 뚜렷한 개성과 제대로 된 품질을 갖춘 곳들은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크죠. 시장이 커질수록 ‘진짜 맛있는 빵’을 찾는 수요는 더 늘어나니까요.

저도 어렵게 구한 슈카빵을 먹어봤는데, 솔직히 맛이 특별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평범함이 오히려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하는 듯했죠. 그가 주장한 것처럼 전체 수요를 키우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으니까요. 이처럼 슈카라는 ‘메기’가 던진 파문이 단기 이벤트로 끝날지, 아니면 제빵 업계 전체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촉매가 될지, 이제 지켜볼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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