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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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시작하기 전에 ]

2000년대 이후 세계 경제는 인류 역사상 경험해보지 못한 유동성의 시기였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코로나 19 팬데믹까지 약 13년의 짧은 기간 동안 건국 이래 미국 경제에 풀려 있던 통화의 약 3배를 시중에 유통시켰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광복 이후 풀린 유동성의 2배 이상이 같은 기간 확대되었다. 특히 2019년 말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 19 팬데믹은 파급력을 가늠할 수 없는 새로운 유형의 공포를 만들어냈고, 이에 각국이 취한 조치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강력했다. 

급속도로 위축된 소비심리와 언제 잡힐지 모르는 바이러스의 불확실성 속에서 기약 없이 풀린 유동성은 기업의 R&D와 설비 투자, 고용 혹대로 이어지지 않고 주로 부동산, 주식, 암호화폐 시장으로 유입되었다. 

그 결과 전에 없던 자산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반전되고 가고 있는 추세이다. 자산은 예전의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고 오히려 더 큰 수준으로까지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럼 우리는 이런 현상 속에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그것에 대해서 한 번 알아보도록 하자. 


Ⅰ. 2020년을 덮친 코로나19, 유동성 파도 속 자산 시장

국민의 경제 활동은 국가 전체의 부를 창조하고 확대시킨다. 

예를 들어 A가 원재료를 구입해 반제품을 만들어 B에게 판매하면 새로운 가치가 발생하고, B가 완제품을 만들어 C에게 판매할 때도 새로운 가치가 발생한다. 

각 단계에서 노동과 자본이 투입되지만 결과적으로 투입되는 자원 이상의 부가가치가 생성된다. 우리나라 전체 경제 활동 주 70% 이상을 차지하는 서비스업 시장도 마찬가지다. 

D가 E에게 다양한 유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대가를 창출한다. 

실물자산 시장도 그렇다. F가 토지에 건물을 지어 G에게 판매할 때도 G가 일정 기간 보유 후 H에게 판매할 때도 가치에 가치가 더해진다. 

다만 자산 시장은 경기 둔화나 공급 중가 등의 영향으로 때로는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장기간 관찰하면 가격 하락은 일시적이며, 전체적인 부의 팽창과 비교하면 체감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 

경제 성장과 경기 순환

경기 순환 사이클, 경제가 일정하게 직선으로 성장하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경제에 미치는 변수가 다양할뿐더러 상황에 따라 영향력이 다르고, 이에 대응하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이 후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경제는 음파처럼 파동을 그리며 성장한다. 이런 경제파동은 평균을 중심으로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때는 회복과 확장 과정을 거치고, 경기가 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수축 단계에서는 후퇴와 침체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를 이어서 보면 회복, 확장, 후퇴, 침체로 연결된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제가 천천히 확장하는 확장 상태가 상당 기간 유지되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확장 상태에 들어서면 경제구성원들은 빠르게 투자를 늘려 확장 속도를 가속화하기 때문에 완만한 확장이 지속되기란 어려운 일이다. 

또한 정부와 중앙은행이 제때 제어하지 않으면 경제는 과열을 지나 버블로 가게 되므로 적정 시점에서 경제 확장 속도를 제어한다.

그러다 경기가 정점을 찍었다고 판단되면 시장심리는 확장기 때보다 빠르게 냉각된다. 

그럼 정부와 중앙은행이 좀 더 미세하게 조정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잦은 정책 변화는 가계와 기업에 혼란을 주기 때문에 실제로 정부와 중앙은행은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경제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Ⅱ. 글로벌로 확대되는 인플레이션

글로벌 경제의 66%를 차지하고 있는 빅 3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은 상품과 서비스의 무역뿐만 아니라 금융 시장과 실물자산 시장 또한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이들 국가 중 어느 한 나라라도 경제 펀더멘털이나 자산 가격에 변동이 생기면 주변 국가로 빠르게 전파된다. 

이 중 가장 파급력이 큰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세계 경제의 약 25%를 차지하는 부동의 경제 강국이자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경기가 둔화되면 미국과 무역을 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의 경제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대의 경우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가장 큰 수출입국인 캐나다와 멕시코 경제가 휘청거리면 미국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경제 규모가 미국에 비해 크지 않다 보니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전 세계 경제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보니 경기 부양책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도 강한 연동성을 가진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면 주변 국가들도 연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한다. 

반대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 유동성을 흡수하면 주변 국가들도 이에 따르는 식이다. 

특히 양적 완화와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 하더라도 미국과 유럽, 일본과 같이 일부 선진국만 시행하던 정책이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는 주요 선진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호주, 캐나다, 체코, 브라질, 남아공을 비롯한 신흥국들도 양적완화에 동참했다. 

이러한 통화정책의 동조화로 실물자산 가격의 상관관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IMF 조사한 글로벌 주요국과 신흥국 간의 주식, 채권, 원자재 가격 상관계수를 보면 2008년과 2020년 양적완화가 시행된 이후 상관성이 매우 커진 것을 볼 수 있다. 

유동성 공급과 국가 간 투자자금 이동으로 인해 자산 가격의 동조화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또한 2000년 이후 미국과 우리나라의 주가지수의 상관계수는 +0,82로 매우 높은 상관성을 보이고 있다.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의 외국인 매매가 제한되지 않고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개방 경제 국가의 경우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에 따라 빠르게 유동성이 이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만약 미국이 경기 둔화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거나 양적완화로 풀린 유동성이 주식과 부동산으로 흘러가 자산 가격이 상승한다면, 주변 국가로 실물자산의 상대적 저평가 인식이 확대되고 미국을 뒤따른 통화 완화 정책 기대감으로 인해 자산 가격이 동반 상승할 수 있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각국의 경제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일어나기도 하지만 거의 동시에 일어나기도 한다. 

미국과 한국의 주택 가격 추이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양국의 집계 지역과 거주 형태는 다르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부터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리먼사태의 원인이 부동산 버블 붕괴였기 때문에 2008~2012년 주택 가격은 하락 또는 횡보했지만, 2020년 코로나 19 양적완화 시기부터 양국 다 가파르게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 글을 마치며 ]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는 것은 이미 2021년부터 많은 신문과 뉴스를 통해서 알고 있기는 했었다. 

그런데 막상 인플레이션이 온다고 했을 때 그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수준이 얼마만큼 개개인의 삶에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온 이유는 넘쳐나는 유동성과 미국 위주의 글로벌 경제 체제가 무너져 버린 것이라는 것 정도는 기억하게 된 듯하다. 

그럼 이다음의 세상은 어떻게 전개가 될까? 올해 가장 큰 예상들은 2023년은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최근 사회 변화는 정보의 교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고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예측력이 높고 정확도도 예전보다 높을 것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항상 의외성이라는 측면과 사실에 기반을 둔 정보인가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경기 침체가 올 것을 이미 대부분이 알고 있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 침체의 수준이 과연 우리가 예상하는 것을 넘어서는 수준이 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코로나 19가 왔을 때 경제 회복은 코로나 19로부터 빨리 졸업을 한 국가들부터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당연한 것이 질병으로부터 졸업을 했으니 예전의 정상적인 경제상황으로 되돌아갈 준비를 빠르게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로부터 가장 먼저 해방이 된 곳은 미국과 유럽이었다. 미국은 진정한 질병으로부터의 극복이라고 본다면 유럽은 국민성으로 인해서 빠르게 진전된 부분이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과정이야 어쨌든 지금은 코로나로부터 해방이 된 것으로 봐도 과언이 아니고 마스크도 쓰지 않는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그럼 아직도 코로나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나라는 어떤 나라가 있을까?

중국이 대표적일 것이다. 마스크는 고사하고 아직도 국가 봉쇄나 통제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도 모른다. 

덕분에 중국의 회복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더디다. 그래도 경제 성장률면에서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크기는 하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 동력이 지금처럼 지속 지체된다면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예측도 이런 복합적인 측면에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경기 침체가 온다면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국가 부채를 줄이던지 외국에 지원하던 보조금을 줄이던지 혹은 기업들을 위한 정책을 늘리는 등의 변화가 발생될 수 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와 마찬가지로 어떤 국가가 가장 먼저 경기 침체로부터 벗어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물론 예측이나 생각이 틀릴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다. 

혹은 경기 침체가 오지도 않고 2023년에 극적인 호황이 올 지도 모른다. 물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인 현상이 어떻게 온 것이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으면 변화하게 된들 혹은 변화하지 않은들 기억에 남는 것도 없고 배우는 것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현상을 스스로 예측해보고 읽어보려는 시도를 함으로써 자신만의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보는 것이다. 

참고 도서 : 인플레이션 게임 (이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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