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직장에서나 감각 있게 일하는 사람에게는 ‘감 좋다’, ‘감각 있다’라는 말을 한다. 보통 아이디어가 좋거나 비주얼 기획,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에게 이런 표현을 쓴다. ‘감각 있다’고 불리는 사람들은 회사는 물론 업계에서도 쉽게 소문난다.
이름난 ‘감각 있는 사람’ 중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일의 감각’의 저자 조수용이다. 그는 매거진 B의 발행인이자 카카오의 전 대표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건 단행본을 출간했다.
처음 이 책을 봤을 때는 약간의 오해가 있었다. 저자의 배경을 보고 당연히 심미적 아름다움과 같은 비주얼 감각을 기르는 방법, 혹은 레퍼런스를 활용하는 방법이 담겨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감각’이라는 단어의 정의와 어떻게 감각 있는 삶을 살아갈지에 대한 깊은 통찰로 구성되어 있었다.
조수용은 책에서 ‘감각’을 세 가지로 정의한다.
첫 번째는 진정성이다.
감각은 책임감과 진정성을 가지고 일할 때 자연스럽게 생긴다. 클라이언트의 업무를 할 때도 오너십을 가지고 일할 필요가 있다. 오너의 관점에서 고민하고 생각하다 보면 좋은 감각이 생긴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공감이다.
감각은 공감에서 비롯된다. 소비자와 동료에게 공감하고, 돕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소비자의 마음이 되거나 주변 동료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공감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감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취향을 넘어 타인의 선호를 이해하는 것이다. 나의 취향과 타인의 공감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생기며, 감각이 발현된다고 말한다.
세 번째는 현명한 결정 능력이다.
감각은 현명하게 결정을 내리는 능력과도 같다. 해당 분야의 현재와 흐름을 이해하고 지금 필요한 것을 발견한 뒤, 재구성해 더 나은 방향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감각이 좋은 사람은 모험가적 태도를 보인다. 낯선 분야와 새로운 현상을 탐구하며 정보를 찾아내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한다.
이렇게 개발된 감각은 업무와 삶에서 더욱 주도적인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나만의 기준과 원칙이 있기에 다른 사람에게 끌려가지 않고 선택의 순간에 무엇을 버릴지 판단할 수 있다. 좋은 선택을 위해서는 본질로 돌아가 상식에서 출발해 끊임없이 묻고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
좋은 감각을 가진 사람이나 브랜드는 필연적으로 철학을 갖게 된다. 진정성, 공감, 현명한 결정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과정을 거치며 나만의 철학과 기준을 형성한다. 이는 곧 선택한 것과 선택하지 않은 것들로 서사가 쌓이며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감각 있는 사람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시대다.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웠는데,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좋은 감각을 가진 사람은 결국 자기만의 철학이 있는 사람이었다.
만약 감각 있는 사람을 부러워한다면, 진정성과 공감을 바탕으로 모험가적 마음으로 세상을 탐구해보는 것은 어떨까. 작은 순간들이 쌓여 나만의 철학과 이야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