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2025년 10월 01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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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부산 모모스'라 하드만
‘부산 모모스’. 얼마 전 대대적 리뉴얼을 마치고 문을 연 모모스커피 본점 한편에 놓인 브랜드 매거진의 이름입니다. 부산이라는 지명을 이렇게 당당히 전면에 내세울 만큼, 모모스커피는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10년에 걸친 변모 끝에 완성된 지금의 본점에도 그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죠.
모모스커피의 매장들은 모두 부산을 상징하는 장소에 있습니다. 현재 4개 지점을 운영 중인데요. 부산의 옛 풍경을 품은 영도 로스터리&커피바, 해운대 바다와 맞닿은 마린시티점, 한때 대통령의 숙소이자 오랫동안 부산시장 공관이었던 상징적 공간에 들어선 도모헌점까지 하나같이 부산의 색을 진하게 드러내는 곳에 자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점의 상징성은 더 큽니다. 부산의 뿌리라 할 동래 한복판에 있고, 인근엔 유서 깊은 동래온천이 있죠. 그래서 이 동네는 온천장이라 불리며 100년 넘게 부산 시민의 휴양지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따뜻한 온천수가 주던 위안을 이제는 따뜻한 커피로 이어가겠다는 선언처럼, 리뉴얼된 본점은 그 자신감에 걸맞은 매력으로 공간을 채우고 있었고요.
좌석 대신 정원을 더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바뀐 모모스커피 본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가운데 놓인 정원입니다. 모모스커피는 2014년부터 인근 주택 4동을 매입해 하나의 담장 안으로 묶었고, 마지막으로 매입한 건물은 철거해 정원을 조성했다고 하죠.만약 건물을 유지했다면 추가 영업공간과 좌석을 늘릴 수 있었을 겁니다. 대신 모모스커피는 공간 경험을 선택했습니다. 건물을 과감히 비워 자연을 들이고, 머무는 이유를 좌석이 아닌 풍경에서 찾게 만든 거죠.여러 동으로 구성된 매장 어디에서나 정원이 보이도록 창과 동선을 설계했습니다. 덕분에 시선이 자연스레 모이고, 매장의 매력도 한층 더해졌습니다. 이 공간은 결국 부산시 민간정원 3호로 등록되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모모스커피는 과감하게 매장을 정원으로 채운 데 이어, 아예 이곳을 외부와 공개하는 비효율적인 길을 선택합니다
‘민간정원’은 개인이 조성했지만 시민에게 개방된 공간을 말합니다. 모모스커피는 정원에 별도 출입구까지 내 지역 주민과 함께 누리는 공공적 성격을 더했습니다. 로컬을 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로컬의 구성원으로 참여하겠다는 태도, 모모스커피다운 선택이었죠.
작은 디테일까지 빠짐없이
모모스커피 본점은 서로 다른 시대의 주택들을 품고 있습니다. 처음 자리는 공장으로 쓰이던 곳이었고, 이후 60년대 후반과 90년대에 지어진 대형 주택들이 더해졌죠. 이번 리뉴얼에선 각 건물의 결을 살리되, 가구와 조명까지 세심하게 손봐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서비스 디테일도 눈에 띕니다. 여러 동으로 흩어진 공간 어디에서나 스마트 오더로 편하게 주문할 수 있고, 식기 반납도 가까운 곳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게 동선을 설계했습니다. 머무는 동안 불편함이 최소화되도록 작은 사용성까지 챙긴 셈이죠.
무엇보다 건물과 공간에 담긴 의미를 어떻게 전달하느냐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요즘 브랜딩 공간이 인테리어·음악·향으로 오감을 설계하면서도 정작 의도 설명은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모모스커피는 달랐습니다. 왜 이런 공간을 만들었는지, 어떤 뜻을 담았는지 매장 내 매거진과 공식 소셜 미디어 계정에서 꾸준히 이야기하죠. 이런 친절하고 세세한 소통이 공간 경험을 완성했고요. 그래서 이번 본점 리뉴얼이 유독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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