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업무에서 빠질 수 없는 도구가 바로 AI다. 챗GPT 서버가 다운되면 대한민국 업무가 마비된다는 농담이 이제는 현실처럼 들린다. 나 역시 업무에서 AI를 활용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잘 다룬 AI는 인턴이나 신입사원을 대체할 수도 있다. 그만큼 학습이 잘 된 AI에 좋은 프롬프트만 넣으면, 업무 시간이 3~4시간은 단축된다.
하지만 마케터의 입장에서 보면, AI는 아직 한계가 명확하다. 일부 광고회사가 개발한 마케팅 특화형 AI는 다를 수 있겠지만, 범용 LLM은 인간의 ‘추론’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
수치화되지 않는 기업의 내부 상황, 담당자의 미묘한 심리, 데이터의 행간에 흐르는 소비자의 마음까지. 이런 것들을 AI가 완벽하게 읽어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설사 언젠가 이 모든 정보를 데이터화해 AI가 학습할 수 있게 되더라도, 인간 마케터는 여전히 필요할 것이다.
그 이유는, 사람은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지금 당신이 사용하는 제품들 중 ‘꼭 이 브랜드여야만 해서’ 산 제품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비합리적인 이유로 구매를 결정한다. 예쁜 광고, 마음에 드는 모델, 기업의 철학, 혹은 단순히 리뷰가 많아서 등, 복합적이고 감정적인 요인들이 작용한다.
AI의 직관보다 인간 마케터의 직관이 우위에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지점은 바로 이 ‘비합리성’이다.
AI는 선택하지 않을 그 비합리적인 요소들이, 오히려 사람들의 선택을 이끌어낸다.
물론 AI를 비롯한 기술들은 점점 인간의 비합리성을 보완해가고 있다. 요즘 소비자들은 손실 회피 성향이 더 강해졌고, 구매 전 다양한 데이터를 참고하며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여전히 ‘감정’으로 구매한다. 이 감정은 데이터로 측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기업들은 콘텐츠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의 비합리적인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자 한다.
AI 시대. 인공지능의 직관을 이기는 마케터의 무기는 바로 비합리성에 대한 이해’다. 앞으로의 마케터는 인간의 비합리성을 이해하는 사람만이 차별화된 전략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