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 성장의 끝에서 브랜딩의 길을 묻다.
한 때 한국 콘텐츠 산업의 자부심으로 불리던 웹툰 산업이 조용한 조정기를 맞고 있습니다.
‘웹툰 1조원 시대’ ‘글로벌 IP 확장’ 이라는 슬로건 아래 그동안 질주해 왔던 웹툰 산업이 최근 냉정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창작 작품수는 줄고 있고, 몇몇 플랫폼들이 조용히 퇴장했으며, 사용자수조차 흔들리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산업의 성장성 둔화를 의미하기 보다는, 현재 웹툰 시장의 ‘IP 중심 브랜딩’과 ‘창작자 생태계’ 모두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출처: 캔바)
2024년 기준으로 국내 웹툰 시장의 규모는 약 1.83조원으로 추정되며,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은 북미와 일본을 포함한 글로벌 MAU(월간활성사용자) 1억명 시대를 선언하기도 했었죠.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표면적인 숫자로 상징성을 갖고 최근 변화가 심상치 않습니다.
실제 작년에 국내에 등록된 웹툰 신작수는 전년대비 14.6% 정도 감소했습니다. 2023년 1만 7245편에서 1만 4923편으로 줄어든 것인데요. 새로운 작품수가 줄었다는 것은 공급되는 플랫폼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음을 의미합니다. 피너툰이라든지 배민의 만화경 같은 서비스들이 종료되었죠.
사실 콘텐츠 수가 줄어든 것 못지않게 문제는 콘텐츠 다양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겁니다. 예전에도 이러한 화두를 던진 적이 있는데, 최근 웹툰을 보면 그 경향성이 더 심해진 것 같아요.
아무래도 플랫폼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요가 검증된 작품을 선보여야 이익이 되기 때문에 판타지 회귀물, BL, 로맨스 장르에 집중하고 있고요. 18세 이상 이용 가능한 콘텐츠 비중도 전체 57.7%에 달하면서 콘텐츠가 다양성을 잃고 있습니다.
성인물과 관련하여 작년인가요?
네이버 웹툰에 신작이 올라와 웹툰을 생각없이 보다가 18세 이상 콘텐츠여서 보고 흠칫 놀란 적이 있습니다. ‘아니 네이버에서 이런 장르를?’ 하면서 말이죠.
그만큼 돈이 되는 콘텐츠를 많이 수급하겠다는 의미로도 보이는데요. 예전에는 플랫폼별로 장르가 뚜렷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레진코믹스, 탑툰, 짬툰, 미스터블루 등 시장 점유율이 낮지만 우리는 이러한 방향으로 갈거야 라는 플랫폼들도 있었지만, 네이버-카카오 양강 체제가 굳어지면서 해당 장르를 완전히 흡수하고 있는 모양세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플랫폼은 수요가 일어나는 장르를 더 선호하게 되고, 작품은 죄다 회빙환으로 귀결되는 모양새입니다. 회빙환이란 회귀, 빙의, 환생인데요. 주인공이 죽어서 회귀하거나, 다른 이세계에 주인공에 빙의하거나, 환생을 하면서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것인데 ‘나혼자만 레벨업’이나 ‘재벌집 막내아들’ 등 대표적인 성공작품들에 회빙환이 많다보니, 무분별하게 해당 콘텐츠가 나오기도 합니다.

(출처: 이데일리)
저도 웹툰은 정말 즐겨보는 편인데요.
최근에는 이러한 회빙환에 지쳐서 오히려 ‘동물’이 나오거나 ‘소소한 일상’ 관련된 콘텐츠를 오히려 찾아 보게 되더라고요. 피로감이 지독한 상황인 겁니다.
해외에서도 균열이 시작되다.
K-웹툰의 글로벌 확장 전략도 긍정적으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숫자상으로 뭔가 삐걱대는 모양세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5년 1분기 콘텐츠 산업 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해당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웹툰의 수출액은 전분기 대비 26.7%가 감소했고, 애니메이션의 수출액은 73.1%나 감소했습니다.
그리고 네이버웹툰의 북미 법인인 ‘웹툰 엔터테인먼트’의 경우 25년 1분기 실적에서 MAU(월간활성사용자수)가 10.5% 감소했고, 2200만 달러의 순손실이 났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매출액이 16% 정도 감소하면서 주요 플랫폼의 실적도 부진했습니다. 이에 대해 콘진원의 분석은 ‘나혼자만 레벨업’ 이후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슈퍼 IP가 나오지 않으며, 지속적인 웹툰 산업 성장을 위해 이러한 슈퍼 IP 콘텐츠 발굴이 중요하다고 했죠.

(출처: OSEN)
사실 나혼자만레벨업의 경우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진 웹툰입니다. 저도 정주행을 수차례 했던 작품이기도 한대요. 글로벌 누적 조회수가 142억회, 열람자 1억 7500만명이며 일본에서도 카카오픽코마를 통해 일일 최대 열람자수 82만명이라는 역대 기록을 세우기도 했던 작품이었죠.
그러나 최근에는 안정적인 수요를 일으키는 작품에 주목하기도 하고, 웹소설로 검증된 작품을 웹툰화하는 경향도 보이면서 사람들의 피로감도 누적되고 있습니다. 유료화 정책, 이용자 경험의 불편함 역시 팬덤의 이탈로 이어지게 하고 있죠. 이러한 모습은 웹툰 시장이 성숙기 시장으로 들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 웹툰 시장의 위기는 크게 3가지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1) IP 중심 마케팅의 한계
기존에는 IP 중심의 확장 전략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원천 IP 발굴을 통해 해당 IP 하나로 웹소설, 웹툰, 드라마 영화, 굿즈, 게임 등으로 확장하던 구도 자체가 창작자의 공급 감소, 월간활성사용자 하락 등으로 인해 지속성을 확보하는데 이슈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2) 브랜드 로열티 약화
브랜드 로열티의 경우에도 사용자들은 플랫폼에 대한 팬덤을 가지기 보다는 ‘툰별 소비’에 더 초점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신규 유입이 줄거나 작품 편수가 줄어들 경우 플랫폼 전체 가치가 하락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즉 ‘브랜드에 충성하는 유저’가 아니라 ‘작품만 보고 떠나는 소비자’가 주가 되는 겁니다.
(3) 과잉 기술 의존
마지막으로 AI 추천 알고리즘, UI 개선, 스마트뷰 등 기술 편의성이 업계의 핵심 무기였지만 이제는 유사한 기술이 널리 퍼지며 차별성이 악화되었죠. 그리고 이러한 추천의 경우 문제는 유사한 콘텐츠 추천-소비로 인해 해당 구조 안에 갇혀 있다가 그냥 이탈해버리는 사용자만 양산하는 겁니다. 이들이 팬-작가와의 커뮤니티 유기적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죠.
예전에는 인기있는 작품에는 댓글로 작가-팬들이 상호 소통하거나, 작품 속 주인공을 응원하거나 작가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상호작용이 참 많았습니다. 그로 인해 팬덤도 생기고, 굿즈도 제작되는 등 자연스럽게 팬으로 이어지는 커머스 구조가 나왔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소비하고 이탈하고, 요일별 콘텐츠를 체크하고 나가는 도구가 된 느낌도 있습니다.
마케터의 시선
이와 관련하여 마케터의 시선에서 생각해보면, 이러한 전반 웹툰 시장의 위기는 전환의 기회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리브랜딩의 기회를 찾기 위해 이러한 질문을 플랫폼들은 해보면 좋겠습니다.
“하나의 웹툰 IP가 아니라 웹툰 플랫폼 브랜드는 어떠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가?”
“ 작가와 팬이 참여하는 경험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하는가?”
“소비자가 머무를 이유가 UI/UX의 개선이 아닌 감정적인 연결로 설계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다보면, 현재 웹툰 사용자가 숏폼 콘텐츠에 이탈되고 있는지도 점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출처: 캔바)
사실 숏폼 콘텐츠에 이탈하는 부분은 플랫폼 자체의 문제로 기인하는 것은 아니나, 결국 소비자에게 하루에 주어진 2시간 20분 정도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에서 얼마나 웹툰 플랫폼이 이 시간을 뺏어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긴 합니다.
웹툰 시장은 문화 콘텐츠의 하나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브랜드와 IP가 연동해 콜라보를 만들어내고, 광고가 만들어지고, 커뮤니케이션을 설계해온 하나의 확장형 스토리 플랫폼이었습니다. 그러나 웹툰이 흔들리면 이를 기반으로 캠페인을 기획하던 브랜드들도 흔들리고, 브랜드 감성, 소비자 접점도 줄어들게 됩니다.
성장은 멈출 수 있습니다. 시장의 사이클이라는게 성장과 성숙기를 거쳐 쇠퇴하는 길을 가기 때문에 현 단계가 쇠퇴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성숙기에서 플랫폼은 웹툰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하며, 아울러 웹툰을 소비하는 사용자들을 연결하는 커뮤니티로서 리브랜딩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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