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엄마가 끓여주던 카레의 그 구수한 향기를 잊을 수 있나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카레와 함께한 ‘따뜻한 기억’ 한 조각쯤은 품고 있을 겁니다.
바로 그 ‘국민 카레’의 대표 기업, 오뚜기가 1969년 출시 이후 56년 만에 처음으로 브랜드북 《오늘도 오뚜기 카레》를 펴냈습니다.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문화 아카이브’를 선언한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업계의 시선을 사로잡는 전략적 실험이자, 변화하는 소비 환경 속에서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움직임입니다.
레트로가 일상이 되고, 한 끼의 식사에도 ‘추억’과 ‘취향’을 담아내는 시대. 브랜드가 과거를 다루는 방식이 단순 회고를 넘어 문화 자산 구축으로 진화하는 지금, 오뚜기는 56년의 시간을 응축한 책으로 자신들의 브랜드 서사를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오뚜기는 ‘카레계의 족보책’을 통해 어떤 감정적 경계를 허물고, 56년 브랜드의 숨은 전략을 펼치려 하는 것일까요?

1️⃣ 제품이 아닌, 기억을 파는 브랜드북
오뚜기는 이번 브랜드북을 ‘일반적인 카레 서적이 아니라, 반세기 이상 오뚜기와 한국인의 삶 속에 함께해 온 카레의 발자취를 담은 문화 아카이브’ 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는 제품 중심 홍보에서 사용자 경험 중심 서사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입니다.
‘향긋한 카레 향이 솔솔 퍼지는 오뚜기 카레 마을로의 초대’라는 콘셉트 아래, 책에는 가족과의 저녁 식사, 학교 급식 메뉴, 바쁜 하루를 채워준 한 끼 등 세대를 아우르는 카레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할머니 세대부터 지금의 2030 세대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카레를 즐긴 이야기들이 한 권의 책 안에 모였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개인의 카레 추억을 수집하여 다수가 공감하는 ‘집단 기억’을 형성하고, 이 기억의 핵심 주체로 브랜드를 포지셔닝합니다. 소비자가 경쟁사 제품으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정서적 전환 비용을 높이는 전략이죠. 익숙한 냄비 냄새와 함께 떠오르는 저녁 식탁의 기억이 있는 한, 소비자는 다른 브랜드로 쉽게 갈아타지 않습니다. 단순한 가격 경쟁으로는 넘을 수 없는, ‘기억의 장벽’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외부에 최초로 공개하는 카레 공장 견학기와 제조 비하인드 인터뷰는 이 책을 일회성 홍보물이 아닌 기업 역사를 공식적으로 기록하는 ‘공식 아카이브’로 만듭니다. 특히 오뚜기가 이미 구축한 ‘착한 기업’ 이미지가 아카이브에 담긴 서사를 더욱 강화하는 ‘신뢰 증폭기’ 역할을 수행합니다.

2️⃣ 레트로 열풍 속, ‘트렌드’가 아닌 ‘역사’로 포지셔닝하다
일반적인 레트로 마케팅은 과거의 일시적 재현과 단기적 화제성 확보에 치중합니다. 재미 요소를 강조하지만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기 쉽고, 브랜드에 영속적인 문화적 깊이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오뚜기의 ‘문화 아카이브’ 전략은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연속적인 여정을 기록하여 지속적인 가치를 구축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는 스스로를 유행성 레트로 흐름에서 의도적으로 분리시키고, ‘트렌드에 편승하는 자’에서 ‘문화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자’로 포지셔닝하는 차별화 전략입니다.
레트로 마케팅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브랜드북을 단순 리패키징이 아닌 학술적·역사적 가치를 지닌 ‘아카이브’로 포지셔닝함으로써 경쟁 브랜드와의 전략적 거리를 확보하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고 소비하는 것을 가치 있게 생각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교류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이 브랜드북은 단순한 제품 구매를 넘어 ‘카레와 함께한 한국인의 삶’이라는 문화적 맥락을 소유하게 함으로써 ‘가치 소비’를 실현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오래된’ 브랜드가 아닌 ‘깊이가 있는’ 브랜드로 인식되고, 소비를 통해 자신의 지적·문화적 취향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로 기능합니다.

3️⃣ 브랜드가 ‘문화적 유산’으로 인식될 때 생기는 일
카레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닌 ‘한국인의 따뜻한 추억’을 담은 상징적 아이콘으로 포지셔닝되면, 경쟁사의 저가 공세로부터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강력한 장벽이 구축됩니다. 문화적 유산화는 궁극적으로 오뚜기 카레 제품군 전체에 프리미엄 지위를 부여합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저렴한 카레’가 아닌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담긴 카레’를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브랜드북 출간은 장기적인 문화 자산 구축의 시작점입니다. 단순한 과거 기록 보존이 아니라, 향후 굿즈 제작, 미디어 콘텐츠, 캐릭터 개발 등 모든 마케팅 활동의 독점적인 스토리텔링 자원 저장소가 됩니다. 더 나아가 이 아카이브는 브랜드 세계관의 확장을 위한 기획의 출발점이자, 향후 전시·콜라보 프로젝트, 브랜드 뮤지엄 구축까지도 연결될 수 있는 장기 전략의 허브로 기능할 것입니다. 오뚜기는 이 기록물을 유형 및 무형의 핵심 자산으로 관리하게 되며, 이는 마케팅 소재 고갈을 방지하고 지속적인 신규 콘텐츠와 콜라보레이션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책은 과거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오뚜기가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과 기억을 미래로 확장시키는 출발점이며, 수십 년 뒤에도 브랜드 서사의 중심에서 작동할 문화적 엔진이 됩니다.

오뚜기의 브랜드북 전략은 세 가지 축으로 작동합니다. 집단 기억 형성을 통한 정서적 충성도 확보, 문화 아카이브 포지셔닝을 통한 차별화, 그리고 장기적 마케팅 자산 구축. 이 세 가지가 하나의 책 안에서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56년의 역사를 미래 전략의 토대로 전환했습니다.
브랜드는 더 이상 제품만으로 경쟁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기억’과 ‘의미’, 그리고 ‘문화적 맥락’이 진짜 경쟁력입니다. 오뚜기는 56년의 시간을 단순히 나이로 소비하지 않고 그 시간을 응축하여, 소비자들의 삶 속에 스며든 브랜드만이 가질 수 있는 독점적 자산으로 만들었습니다.
브랜드가 어떻게 ‘문화’가 되는지, 그리고 그 문화가 어떻게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작동하는지. 오뚜기는 한 권의 책으로 이 답을 제시했습니다.
오늘의 소마코 콕📌
✔️ 오뚜기 브랜드북은 제품 홍보가 아닌 ‘집단 기억’을 형성하여 정서적 전환 비용을 높이는 전략입니다.
✔️ 레트로 마케팅의 포화 상태에서 ‘문화 아카이브’로 포지셔닝하여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 브랜드의 문화적 유산화는 가격 민감도를 낮추고 장기적인 마케팅 자산 저장소로 기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