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어김없이 ‘#오하아사’가 오릅니다. 오하아사(おは朝)는 일본 아사히 방송의 아침 운세 코너로 황도 12궁을 기반으로 한 별자리점입니다.

일본에서도 별자리 운세를 챙겨보는 사람이 많지만, 한국에서 X의 한 유저(아침별점, @Hi_Ohaasa)가 해당 코너의 운세와 행운의 아이템을 번역해 알려주는 계정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어 한국의 Z세대들에게도 익숙합니다.

매일 운세가 바뀔 뿐 제공하는 콘텐츠는 같은데도 39.5만 팔로워에 매일 수천 개의 인용이 달리는 인기 계정이죠.
단순한 별자리 운세가 어떻게 국경을 넘어 Z세대의 일상적인 리추얼이자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을까요? 이 현상에 숨겨진 Z세대의 심리적 동인과, 그 안에 설계된 강력한 마케팅 공식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Z세대는 왜 오하아사에 응답하는가?
✔️내 손안의 작은 행운
오하아사의 성공은 별자리점이 정확해서라기보다는, Z세대의 심리적 빈틈을 정확히 파고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불확실성 속에서 오는 작은 통제감입니다. 사회·경제적 불안정성이 높은 시대를 살아가는 Z세대에게, 오하아사는 ‘운세에 맞는 오늘의 미션 찾기’처럼 하루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작고 통제 가능한 과제를 제공합니다.

미국심리학회(APA)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는 전 세대를 통틀어 미래에 대한 가장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거대한 불안감 속에서 ‘오늘의 운세’는 하루라는 작은 단위의 삶에 질서를 부여하고, 사소한 성취감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게 하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가볍게 정의하는 ‘오늘의 나’
두 번째 이유는 MBTI처럼, 가볍게 ‘오늘의 나’를 정의해준다는 점입니다. Z세대는 자신을 규정하고 해석하는 콘텐츠에 열광합니다.
오하아사는 맹신이 아니라 ‘오늘의 나’를 정의하고 하루의 컨디션을 점검하는 가벼운 자기 탐구 도구로 소비됩니다. 마케팅 전문지 애드위크(Adweek)는 이러한 현상을 Z세대가 거대 서사 대신 자신만의 정체성을 구성할 수 있는 ‘마이크로 내러티브(micro-narratives)’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하아사는 매일 아침 ‘오늘 하루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가볍고 즐거운 답변을 제공하는 셈이죠.
✔️‘팀 해물탕’이 되는 즐거움
마지막으로, 오하아사는 느슨한 연결의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오하아사는 타인과 연결되는 고리가 되어줍니다.
오하아사에 대한 반응들을 살펴보면, 타인과 나의 운세를 연결하거나 공유하는 일이 많습니다. 친구에게 “우리 오늘 운세 1위래” 혹은 “오늘 내 최애 별자리가 1위야!”라고 알려주는 식입니다. 심지어 야구 경기 시작전 오늘 올라올 선발 투수의 오하아사 순위가 공유되며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연결의 즐거움이 밈으로 발전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팀 해물탕’입니다.
물고기자리와 게자리, 전갈자리가 종종 비 오는 날 운세 상위권을 나란히 차지하면서 이를 ‘팀 해물탕’이라 일컫는 트윗이 인기를 얻었는데요. 이제는 이 세 별자리를 묶어부르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전갈은 해물이 아니지만, 대충 랍스터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기적의 논리)
세 별자리가 또 비슷한 순위에 몰려있으면 “오, 팀 해물탕 오늘도 화이팅”이라며 서로를 응원하는 식이죠. 이처럼 운세 결과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함께 이야기하는 경험’이 오하아사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오하아사에 숨겨진 마케팅 포뮬러
오하아사는 유저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광고하지 않지만, 매일 유저들의 행동을 끌어내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하아사가 Z세대의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식을 살펴보면 훌륭한 마케팅 공식을 발견할 수 있죠.

① 일상적 루틴에 스며들기: 오하아사는 새로운 행동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SNS를 확인하는 Z세대의 기존 루틴에 ‘오늘의 운세 확인’이라는 단계를 자연스럽게 추가할 뿐입니다. 이는 브랜드가 고객의 일상에 가장 저항 없이 스며드는 방식입니다.
② 즉각적인 보상 제공: 오하아사의 보상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지만, ‘오늘의 순위’, ‘행운의 색’, ‘행운의 아이템’이라는 정보 자체가 즉각적인 보상으로 작용합니다. 이 가벼운 보상은 참여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③ 공유 가능한 명분 설계: 오하아사의 모든 결과는 공유하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1위의 기쁨, 꼴찌의 유머, ‘최애’와의 운세 비교, 그리고 같은 운세를 공유하는 동질감까지. 이 모든 것이 콘텐츠가 자발적으로 확산되고 밈으로 발전하는 핵심 동력입니다.
3️⃣결론: 소비자의 ‘의식’을 설계한다는 것
오하아사의 성공 본질은 점괘의 힘이 아니라, Z세대의 심리적 빈틈을 정확히 파고든 결과에 있습니다. 그 이면에는 ‘루틴-보상-공유’라는 잘 설계된 공식이 불안감과 정체성 탐구, 연결의 욕구를 가진 이들의 마음을 정확히 움직이고 있죠.
오하아사는 마케팅을 목적으로 한 콘텐츠는 아니지만, ‘오늘 하루 행운을 불러오는 법’ 뿐만 아니라 ‘우리 콘텐츠를 매일 확산시키는 법’까지 가르쳐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제 브랜드의 과제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을 넘어, 고객의 하루에 의미 있는 ‘의식(Ritual)’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아침의 작은 위안이 되고, 친구와의 대화거리를 던져주며, 하루를 시작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제공하는 것처럼 말이죠.
오늘의 소마코 콕 📌
✔️매일 Z세대의 아침을 ‘오하아사’가 점령했습니다.
✔️‘오하아사’는 점괘의 정확도가 아닌, 불확실한 시대에 심리적 안정감과 정체성 탐구, 느슨한 연결의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오하아사는 브랜드가 어떻게 소비자의 하루에 의미 있는 ‘의식(리추얼, Ritual)’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