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관을 찾는 관람객이 줄면서 문을 닫는 극장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빨간불이 켜진 위기 상황 속에서 영화관은 ‘영화 상영관’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넘어, 공간 자체를 새롭게 활용하며 위기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불을 켠 채 영화를 상영하는 롯데시네마의 ‘겁쟁이 상영관’, 관객이 함께 노래하는 싱어롱 상영, 낮잠 공간 운영, 단체 대관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죠.

최근에는 KBO 열풍과 티켓 부정 거래 문제로 경기장을 찾기 어려운 팬들을 위해, 영화관에서 야구 경기를 상영하는 단체 대관 관람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이처럼 기존 공간의 정의를 새롭게 해석해 활용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브랜드가 익숙한 공간을 새롭게 연출하거나, 반대로 낯선 공간을 무대로 삼는 팝업스토어·이벤트·OOH 캠페인까지! 보는 순간 🫢 “장소를 뒤집어 놓으셨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요즘 가장 핫한 공간 레퍼런스를 소개해 볼게요.

1️⃣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라이즈 컴백 팝업 전시회 ‘Silence: Inside the Fame’

11월 24일 싱글 ‘Fame(페임)’으로 컴백하는 라이즈는 이번에도 컴백 맞이 팬들을 위한 독특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그중 가장 핫한 콘텐츠는 전시회 ‘Silence: Inside the Fame 고요와 파동’입니다. 해당 전시는 11월 16일부터 30일까지 보름간 진행되며, 멤버들의 내면에 숨어 있던 감정을 사진과 미디어 작품으로 표현한 전시예요.

대부분 아이돌의 전시형 팝업스토어는 성수동에서 진행합니다. 그 이유는 주요 팬층인 10·20세대의 발길이 잦은 지역이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이번 라이즈의 전시는 성수를 벗어나 종로구에 위치한 일민미술관에서 진행한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또 흥미로운 점은 공식적으로 전시 일정을 공개하기 전부터 멤버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은근히 스포일러를 남겼다는 거예요. 팬들은 게시물 속 배경과 지도를 단서 삼아 전시 장소를 추측하며 기대감을 높였죠.

전시회 진행 장소인 일민미술관에서 케이팝 아티스트와 대형 전시를 협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일민미술관의 클래식한 인테리어와 외관은 최근 공개된 라이즈 트레일러의 감정선, 그리고 이번 앨범이 담고 있는 서정적인 무드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어 더 기대됩니다. 단순히 ‘아이돌 전시’로 그치지 않고, 미술관이라는 공간의 무드와 예술적 결을 빌려 브랜드 스토리를 강화한 레퍼런스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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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Allure Korea 얼루어코리아 X

라이즈는 이전에도 IT, 패션, 뷰티, 식음료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며 자신들의 ‘리얼타임 오디세이(성장 서사)’를 감각적으로 전달했는데요. 이번 전시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공간의 상징성을 활용해 ‘성장과 내면’이라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2️⃣ 천장 없는 야외에서 열린 어노브 팝업스토어

팝업스토어라고 하면 보통 더현대서울, AK플라자 같은 쇼핑몰 내부나 성수동의 작은 건물 실내 공간을 떠올립니다. 정해진 동선을 따라 이동하고, 입장 전 긴 웨이팅을 거치는 전형적인 팝업스토어의 형태 말이죠.

하지만 어노브는 고정된 이미지와 정 반대의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얼마 전 신제품 론칭을 기념해 두 번에 걸쳐 성수에서 고객을 만났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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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unove_official X

첫 번째는 성수의 ‘그레이트월’에서 진행한 필오프(PEEL-OFF) 이벤트였습니다. 벽면에 부착된 샘플을 뜯어내면 그 뒤에 가려졌던 어노브의 메시지를 담은 OOH 광고가 드러나는 방식이었죠. 샘플을 모두 제거하면 벽 자체가 완전한 옥외광고로 재활용되어, 참여형 이벤트와 브랜드 노출이 동시에 이루어졌습니다.

여기에 벽을 문지르면 향이 퍼지는 ‘스크래치 앤 스니프’ 기법을 활용해, 성수 거리를 어노브의 신제품 향 ‘누 바닐라’로 가득 채웠어요.

두 번째는 성수 한서빌딩 옆 야외 공간에서 열린 팝업입니다. 일반적인 실내에서 진행하는 팝업은 내부에 사람이 많이 몰리면 외부에서 보았을 땐 브랜드 로고나 체험 공간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어노브는 야외라는 개방형 공간을 택해 시각적 노출과 체험 효과를 모두 높였습니다.

타 팝업 대비 부지는 크지 않았지만 천장과 벽이 없다는 점에서 개방감과 확장성을, 무엇보다 헤어 제품의 핵심 요소인 향을 멀리까지 자연스럽게 전파할 수 있었죠.

또한 준비된 팝업 공간을 넘어, 성수의 인기 카페 22곳과 협업해 특별한 어노브 시그니처 음료도 선보였어요.

이처럼 어노브는 팝업스토어의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 공간에 얽매이지 않는 향처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경험을 기획했어요.

3️⃣ 러쉬의 야외 뮤지컬 ‘러쉬 시어터’

얼마 전 펜타포트에서 ‘러쉬 화장실’을 운영하며 화제를 모았던 러쉬가 이번엔 이번엔 또 색다른 방식의 브랜드 경험 요소를 준비했는데요. 바로 성수동 러쉬 매장에서 진행 중인 팝업 뮤지컬 ‘러쉬 시어터’입니다.

(러쉬의 펜타포트 – 프레쉬 워시룸에 대해서는 이 포스트를 참고해주세요! ➡️ 러쉬는 왜 락페에 왔을까? – 화장실에서 만난 러쉬 대표님)

러쉬 시어터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예약이나 웨이팅도 필요 없어요. 성수동을 지나가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관객이 될 수 있죠.

배우들이 짧은 뮤지컬 형식으로 공연을 펼치는데, 99번의 오디션에서 떨어진 배우가 욕실에서 다시 일어나는 이야기예요. 거품과 물, 춤이 어우러진 퍼포먼스 속에서 러쉬 특유의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전달했죠.

시어터를 위한 무대는 다름아닌 러쉬 성수 매장 2층 테라스와 1층 길거리인데요. 무엇보다 기존 매장의 ‘유휴 공간’을 무대로 전환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별도의 공간을 대여하지 않고, 매장 테라스를 새로운 공연장으로 재활용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 ‘자유롭고 생동감 있는 가치’를 실제 경험으로 확장했죠.

러쉬는 입욕제, 바디워시 등 욕실 제품군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예요. ‘씻자 송’, ENFP 직원들의 자유롭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까지.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와 주 상품군 그리고 이번 공연의 콘셉트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4️⃣ 음악방송으로 무대를 옮긴 뮤지컬 ‘킹키부츠’

지난 7월, 개그맨 이창호가 유튜브

이 큰 화제를 모았어요. 이 영상을 계기로 ‘킹키부츠’를 비롯한 뮤지컬 붐이 시작되었죠.

그리고 이번에 1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킹키부츠’는 조금 다른 방식의 홍보를 택했습니다. 대표 넘버인 ‘Land of Lola’를 공연장이 아닌 Mnet ‘엠카운트다운’ 무대에서 첫 공개했는데요!

물론 ‘열린음악회’ 같은 음악 프로그램에서 스페셜 무대로 공개하거나, 프레스콜을 통해 무대 영상을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대중음악 방송에서 정식 무대를 선보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죠.

‘Land of Lola’ 무대 영상은 공개 3주 만에 조회수 100만 회를 돌파하며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뮤지컬을 음악방송에서 보니 신선하다”, “이런 무대 자주 보고 싶다” 같은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음악방송 특유의 카메라 연출이 더해지면서 기존 공연장에서는 볼 수 없던 시각적 몰입감도 더했죠.

이 무대가 인상적인 이유는, 뮤지컬을 단순한 무대 예술이 아닌 ‘콘텐츠’로 확장하려는 시도이자, 일시적인 트렌드에 머무르지 않고 대중성과 지속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점이에요.

‘킹키부츠’의 음악방송 출연은 공연장이 아닌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해 장르의 경계를 허문 대표적인 레퍼런스로 앞으로 뮤지컬 업계의 다양한 프로모션 방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의 소마코 콕 📌

✔️ 팝업스토어부터 전시회까지, 공간만 새롭게 구성해도 큰 반응을 얻는 사례들이 늘고 있습니다.
✔️ 뷰티 브랜드 어노브는 야외 공간에 설치된 OOH를 활용해 스크래치 앤 스니프 방식의 필오프 샘플로 향을 경험하게 했고, 러쉬는 매장 테라스를 무대로 활용해 야외 팝업 시어터를 진행했어요.
✔️ 라이즈는 일민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진행했고, 뮤지컬 ‘킹키부츠’는 엠카운트다운 무대에 등장하며 의외의 공간을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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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키미
“트렌드&마케팅을 사랑하는 대학원생”

 
 
 

By. 소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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