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2025년 11월 19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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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몬 사옥 앞, 평평하다 평평해


얼마 전 젠틀몬스터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성수에 새 사옥을 열었습니다. 단순한 사무공간이 아니라, 브랜드 복합공간 ‘하우스 노웨어 서울(HAUS NOWHERE SEOUL)’까지 함께 공개했죠. 콘셉트는 말 그대로 ‘어디에도 없는 공간’입니다.


이곳은 오픈 직후 적잖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새 사옥 바로 앞 상가 건물이 시야를 가린다며 매입을 추진했으나 무산되자, 보증금 5억·월세 4천만 원 조건으로 임차한 뒤 건물을 철거했다는 보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간의 미학을 해친다는 이유 하나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점은, 젠틀몬스터가 브랜딩에서 디테일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였죠.


젠틀몬스터는 애초에 ‘공간의 힘’으로 성장한 브랜드입니다. 기괴하면서도 낯선 매장 경험을 통해 단순한 아이웨어를 넘어 ‘세계관을 가진 브랜드’로 자리 잡았죠. 하지만 매출 1조 원을 눈앞에 둔 지금, 과제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매장에 오지 않는 고객에게, 더 나아가 해외 고객에게까지 브랜드의 철학과 미학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올가을 컬렉션 캠페인과 브랜드 필름 ‘The Hunt’는 그 질문에 대한 가장 선명한 답 중 하나였습니다.




매끈매끈하다, 브랜드 경험


핼러윈 직전 공개된 1분 48초짜리 영상 하나가 소셜 미디어를 달궜습니다. 배우 헌터 샤퍼, 사진작가 나디아 리 코헨, 그리고 젠틀몬스터가 함께 만든 단편 공포 영화, 'The Hunt'였죠. 클래식한 공포 영화의 무드를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젠틀몬스터 특유의 기묘하고 아름다운 미감을 담아낸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젠틀몬스터는 전통적인 룩북 대신 인터랙티브 호러 게임 ‘The Room’을 함께 공개했는데요. 오프라인 공간 경험의 한계를 넘어, 온라인에서도 ‘기괴함과 낯섦’이라는 감각을 그대로 확장했습니다. 매장에서만 가능했던 독창적인 세계관을 디지털로 잇는 시도였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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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매장만큼이나 브랜드 필름과 인터랙티브 게임은 기괴하면서도 독특한 미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번 시즌 제품이 기존과 달리 미니멀한 디자인을 지향했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제품 자체는 절제되어 있지만, 강렬한 서사 속에 배치되면서 대비가 극대화됐고요. 결과적으로 제품이 더 또렷하게 드러나는 무대가 되었습니다.


해외 매체들도 이번 캠페인의 포인트로 ‘제품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방식’을 주목했는데요. 단순 이미지 전달을 넘어, 영화적 감각과 세계관 중심의 브랜딩이 럭셔리 브랜드의 문법과 닮았다는 평가가 많았죠.


이처럼 영상에서 게임, 그리고 정식 제품 출시로 이어지는 젠틀몬스터의 브랜드 경험은 끊김 없이 ‘매끈매끈’하게 연결되었습니다. 덕분에 젠틀몬스터가 십수 년간 구축해 온 미학을 시공간을 넘어 국내는 물론 글로벌 고객에게까지 일관되게 전달할 수 있었고요.




넘어야 할 울퉁불퉁 장애물은?


파격적인 브랜딩으로 성장해 온 젠틀몬스터. 어디에도 없는 공간을 짓고, 필요하면 상식 밖의 계약을 맺고, 제품 노출을 최소화한 캠페인 필름과 인터랙티브 게임에도 과감히 투자해 왔죠. 내구성이 가격에 비해 아쉽다는 비판은 여전히 있지만, 적어도 감성 면에선 강력한 팬덤을 확보했습니다. 이번 캠페인에 대한 긍정적 반응도 이런 방향성이 맞았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다만 진짜 럭셔리로 도약하려면 넘어야 할 과제도 남았습니다. 전지현 선글라스 신드롬부터 블랙핑크 제니와의 글로벌 확장까지, 젠틀몬스터의 성장 곁엔 늘 강력한 셀럽이 있었죠. 그런데 2011년부터 장기 모델로 함께한 제니와의 결별로, 이제는 스타 마케팅에 기대지 않고 ‘브랜드 자체가 스타가 될 수 있는가’가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브랜드 캠페인은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축적해 온 세계관과 미학만으로도 설득력이 유지되는지, 그리고 제품·경험 전반에서 일관된 퀄리티를 증명할 수 있는지. 울퉁불퉁한 장애물을 차근차근 넘어, 젠틀몬스터가 스스로 하나의 럭셔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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