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인해 별종이 되어버리는 서비스들

전 세계에서 지금 가장 강력한 키워드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AI일 겁니다. 이제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찾아보지 않아도 일과 삶 곳곳에서 AI의 영향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매주 새로운 업데이트가 발표되고,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옵니다.

이 정도로 주목받는 기술을 기업들이 그냥 지나칠 리 없습니다. 많은 회사가 "우리도 AI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며 방향을 다시 잡고, 가능한 한 빠르게 제품 곳곳에 AI를 접목하려 합니다. 이렇게 서두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존 기술은 순식간에 구식이 되었고, 과거의 기술적 우위도 사실상 리셋됐습니다. 누구든 동일한 제품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됐고, 한 번 확보했던 PMF조차 다음 달에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특히 경쟁 구조를 제대로 만들어두지 못한 서비스라면 그 충격은 더 큽니다.

압박 속에서 많은 기업이 치명적인 실수를 합니다.
기술이 먼저고, 고객 문제는 나중입니다.


1. 기술에서 출발하면 제품은 별종이 된다

"AI로 만들 수 있으니까 일단 만들자", "경쟁사보다 늦으면 안 된다", "우리도 AI 회사처럼 보여야 한다". 많은 팀이 이런 접근으로 제품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빠르게 보이지만, 결국 제품을 이상한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지름길입니다.

문제는 이게 기술이 문제를 찾는 방식이라는 겁니다. 대부분의 실패한 제품이 공통적으로 가진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한 스타트업은 AI 기반 고객 상담 챗봇을 6개월간 개발했지만, 정작 고객들은 여전히 전화로 문의했습니다. 챗봇이 답변하지 못하는 질문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AI 상담 서비스"를 만들었지 "고객이 빠르게 답을 얻는 방법"을 만들지 않았던 겁니다.

AI가 강력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AI 자체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 해결에 AI가 쓰여야 하는 겁니다. 많은 기업이 이 순서를 뒤집습니다. 그러면 고객이 원하지도 않는 기능이 늘어나고, 팀 내부에서도 "우리 왜 이거 만들었지?"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 어려워집니다. 제품 방향은 흐려지고, PMF는 더 멀어집니다.


2. AI 시대일수록 고객 문제 정의가 더 중요

AI 도입에 성공하는 팀과 실패하는 팀의 차이는 단순합니다. 성공하는 팀은 고객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서 출발합니다. 실패하는 팀은 기술을 먼저 정해두고 문제를 끼워 넣습니다.

고객은 기술을 사지 않습니다. 문제 해결을 삽니다. AI는 문제 해결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고객이 시간을 절약하고 싶은 건가요, 정확도를 높이고 싶은 건가요, 더 나은 판단을 하고 싶은 건가요. 아니면 기존 방식이 너무 비싸거나 느린 건가요.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이 없는데 AI를 더한다고 제품이 나아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복잡해지고, 무거워지고, 쓸모없어집니다.

실제로 한 B2B SaaS 회사는 AI 기반 리포트 자동화 기능을 출시했지만 사용률이 5%를 넘지 못했습니다. 알고 보니 고객들이 원한 건 리포트 자동화가 아니라 "어떤 지표를 봐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였습니다. 문제를 잘못 정의한 겁니다.


3. 고객 문제에서 시작하는 AI 도입 기준

첫째, 고객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뭔가요. 핵심 문제를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 문장으로 안 되면 실제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 지금까지 왜 해결하지 못했나요. 제약이 기술 때문인지, 프로세스 때문인지, 경험 설계 때문인지 명확해야 합니다. 이게 불명확하면 AI를 넣어도 같은 문제가 반복됩니다.

셋째,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AI가 정말 필요한가요. AI가 아닌 기존 방식으로 해결하면 더 빠르고 효율적인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넷째, 해결했을 때 고객 가치가 충분히 큰가요. 고객의 행동이 바뀔 만큼 강한 불편함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 네 가지가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AI 기능을 만들지 않는 게 더 안전합니다.

문제는 이 질문들을 회의실에서 던지면 대부분 명확한 답이 안 나온다는 겁니다. "일단 만들어보고 피드백 받으면 되지 않나요?"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렇게 만든 기능은 결국 아무도 안 씁니다.

4. 제품의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문제 해결력

AI는 제품 개발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모든 속도가 가치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기술적 우위가 사라진 시대이고, PMF가 흔들릴수 있지만 진짜 경쟁력은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고 가장 작은 형태로 해결하는 능력입니다.

AI는 제품의 본질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본질을 더 날카롭게 만드는데 활용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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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만들어야 하는가?“의 질문이 너무 중요합니다. 기술에서 시작하는 제품은 시장에서 선택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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