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2025년 11월 26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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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에선 분명 압도적이었는데
지난 주말 성수를 찾았습니다. 목적은 하나, ‘무신사 무진장 25 겨울 블랙프라이데이’ 오프라인 이벤트를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었죠. 그간 성수를 선점하려는 브랜드가 여럿 있었지만, 지금의 승자는 무신사로 굳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역명부터 성수(무신사)로 바뀌었고, 인근에만 1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니까요.
심지어 최근엔 서울숲 일대까지 넓혀 공실 상가 20여 곳을 매입·장기 임차해 ‘패션 특화 거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말 그대로 인근을 ‘무신사타운’으로 만들겠다는 거죠.
성수를 압도적으로 뒤엎은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들, 하지만 온라인 실적의 성장세는 이를 따르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번엔 준비된 이벤트를 온전히 즐기진 못했습니다. 메인이벤트 격인 ‘무진장 치트키’ 게릴라가 조기 종료됐고, 어느 매장을 가도 긴 줄 탓에 입장조차 쉽지 않았거든요. 성수가 아무리 서울 최고의 핫플이라도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선 매장은 흔치 않은데, 무신사 스탠다드 성수, 무신사 성수@대림창고, 엠프티 성수까지 모두 대기 행렬이라 꽤 놀랐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습니다. 이 정도로 오프라인 반응이 폭발적이면 ‘무신사 무진장 25 겨울 블랙프라이데이’의 온라인 실적도 대박이어야 할 텐데, 실제 매출은 그렇지 않았던 겁니다.
시장과 같이 움직였을 뿐입니다
무신사 ‘무진장 블랙프라이데이’는 누적 판매금액을 실시간으로 공개합니다. 종료 하루 전 기준 약 3,180억 원. 분명 큰 규모지만, 전년 대비 21% 성장하며 역대 최대였던 작년 3,654억 원과 비교하면 확실히 줄었습니다. 매년 전년도 실적과 경쟁해야 하는 커머스 업계 특성상 성장 정체, 혹은 역신장은 부담스러운 신호죠.
※ 참고: '무신사 무진장 25 겨울 블랙프라이데이'의 누적 판매 금액 최종 집계는 3,685억 원. 전년(3,654억 원) 대비 근소하게나마 성장하며, 역대 최대를 다시 경신하긴 했습니다.
다만 이것만으로 성적을 단정하긴 이릅니다. 무신사 측은 “올해 패션 전반의 수요 둔화·소비 위축을 감안하지 않은 채 온라인 성과만으로 성장성을 논하는 건 적절치 않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공개된 숫자도 온라인 집계일 뿐, 올해는 온·오프라인으로 매출이 본격 분산되어 온라인만으로 전체 캠페인 성과를 판단하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작년부터 국내 온라인 패션 시장은 역성장하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의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주장은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습니다. 통계청 온라인쇼핑 동향을 봐도 패션 카테고리 온라인 거래액은 작년 1분기부터 전년 대비 ‘제로 성장’이 이어졌습니다. 이미 시장 내 비중이 큰 무신사가 이 흐름을 역주행하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오히려 눈에 띄는 건 무신사의 2025년 3분기 실적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도 매출이 전년 대비 11.8% 증가했으니까요.
무신사가 방어를 넘어 두 자릿수 성장을 만든 건, 위기 전에 반박자 빠르게 대응했기 때문입니다. 무신사 온라인 스토어 성장세 둔화를 체감하기 전 29CM를 새 성장 엔진으로 확보했고, 실제 29CM의 연중 최대 행사 ‘2025 겨울 이구위크’는 거래액 1,479억 원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30% 성장했습니다. 무신사가 잠시 주춤해도 29CM가 공백을 메워 주는 구조가 된 셈이죠.
공격적인 오프라인 확장도 유효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은 올해 30곳을 넘겼고, 1~10월 누적 방문객이 2천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무신사 스토어’ 오프라인 채널 확대에 더해 대형 ‘무신사 메가스토어’ 출점도 준비 중입니다. 이처럼 미리 챙겨 둔 우산 덕에, 거센 비가 와도 무신사의 흔들림은 적었던 겁니다.
앞으로도 '속도'가 중요합니다
다만 온라인에서 새 성장축을 세우고 오프라인까지 넓혀도, 무신사는 결국 내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상장을 목표로 하는 입장에선 국내 패션 시장이 작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이 시장만으로는 원하는 기업 가치에 도달하기 힘들죠.
그래서 무신사는 이번에도 한 발 앞서 글로벌을 준비했습니다. 12월 상하이 매장을 시작으로 중국과 일본에 오프라인 출점을 이어가며 본격 도전에 나선 겁니다. 여기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합니다. 성공하면 성장의 ‘천장’을 뚫을 수 있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니까요.
그럼에도 무신사는 늘 빠르게 준비해 성과를 만들어온 팀입니다. 당분간은 오프라인이 떨어진 온라인의 성장성을 받쳐 주고, 그 사이 글로벌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확보한다면 안정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관건은 두 가지죠. 올 12월과 내년 상반기에 차례로 오픈하는 ‘무신사 메가스토어’의 실적, 그리고 중국·일본에서 매장 확장 속도를 얼마나 빠르게 가져가느냐입니다.
여기서 첫 단추는 ‘무신사 메가스토어’가 연간 1천억 원 이상의 추가 성장을 보태 시간을 확보하는 일. 그 사이 글로벌 볼륨을 그룹 차원에서 체감될 단계로 끌어올린다면 남은 숙제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정리될 겁니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반박자 빠른’ 실행 속도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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