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대만으로 휴가를 다녀왔는데요. 뜻밖의 장소에서 반가운 국내 캐릭터를 만났습니다. 바로 다이노탱(Dinotaeng) 팝업스토어였습니다. 현지 주요 쇼핑몰의 꽤 큰 공간을 차지하며 성황리에 운영되는 모습을 보니, 국내 캐릭터가 해외에서 이렇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에 ‘국뽕(?)’까지 생기는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다이노탱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대규모 글로벌 진출을 해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뒤에는 라인프렌즈(IPX)라는 든든한 대기업이 글로벌 인프라와 공신력으로 받쳐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제 기억에 라인프렌즈는 브라운과 샐리 같은 오리지널 IP나, 글로벌 스타와 협업한 BT21 정도로 유명했는데 말입니다. 이제 국내 인디 캐릭터와도 사업 파트너십을 체결해 글로벌 IP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행보는 최근 온라인에서 뜨겁게 사랑받는 캐릭터이자 우리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버린, 가나디와의 협력에서 더욱 주목할만 합니다. 이미 두 번의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듀 가나디는 이번 팝업스토어부터 라인프렌즈와 손잡고 팬들을 만나는 중입니다. 트위터에서 휘갈긴 그림체로 시작한 듀 가나디는 어떻게 라인프렌즈같은 대기업과 협업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라인프렌즈가 오리지널 IP를 넘어 마이크로 크리에이터 IP까지 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듀 가나디의 비즈니스 성장 사례에서 인디 브랜드 마케터들이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정리해보았습니다.
1️⃣라인프렌즈 IP 전략의 3단계 진화
라인프렌즈(IPX)의 IP 비즈니스를 먼저 살펴보려고 합니다. 라인프렌즈의 비즈니스는 그간 ‘규모의 확장’을 넘어 ‘IP 포맷의 혁신’으로 진화해 왔는데요.

그 첫 번째 단계는 브라운과 샐리로 대표되는 라인프렌즈를 통해 오리지널리티를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라인 메신저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체적인 캐릭터 스토리텔링과 상품 기획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BT21이라는 글로벌 슈퍼스타 IP를 탄생시킨 것입니다. 방탄소년단과의 공동 창작(Co-creation) 모델을 도입하여 IP 비즈니스의 글로벌 규모를 극대화하고, 아티스트의 오리지널리티를 존중하는 성공 공식을 정립했습니다. 이후 아이브, NCT DREAM, i-dle 등 다양한 케이팝 아티스트들과 협업 중입니다.

가장 최근의 단계는 다이노탱, 듀 가나디와 같은 마이크로 크리에이터 IP를 포용하는 것입니다. 이는 ‘디지털 네이티브’ 환경에서 태어난 IP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IP 생태계의 다양성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라인프렌즈는 가나디와의 협업을 통해 캐릭터의 ‘완성도’ 그 자체 보다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잠재력’을 가진 IP를 발굴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듀 가나디의 짤은 고도의 기술적 완성도보다 ‘감정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라인프렌즈는 이 ‘짤’이 가진 바이럴 확산 능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시킬 잠재력을 본 것입니다.
가나디가 라인프렌즈와 콜라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 라인프렌즈가 찾는 IP의 조건
라인프렌즈와의 협업은 인디 IP가 글로벌로 스케일을 키우기 위한 기회입니다. 듀 가나디가 수많은 크리에이터 IP 중 ‘선택’을 받고 초고속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라인프렌즈가 주목하는 IP의 조건이 몇 가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보편적 감정의 강력한 포착력: 듀 가나디를 유명하게 만든 “나 안아…”와 같은 슬로건과 일요일 밤의 표정, 삶을 대하는 태도 등은 현대인의 보편적인 감정을 정확히 건드렸습니다. 트위터(X)에서 시작된 이 짤들은 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한 감정(공감)을 통해 빠르게 밈(Meme) 현상을 일으켰습니다.
디지털 오리진 기반의 진정성: 듀 가나디만의 단순하고 친근한, 날 것 그 자체의 손그림은 고도로 정제된 상업 캐릭터와 달리 ‘무해함’과 ‘진정성’을 제공합니다. 이는 ‘B급’과 ‘날것’이라는 이름하에 진솔함을 추구하는 Z세대 소비자의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하며 높은 팬덤 충성도를 이끌어냈습니다.
빠른 ‘상품성’ 검증과 전환: 트위터 인지도를 기반으로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5탄까지 출시되고, 온라인 굿즈 판매에 이어 오프라인 팝업스토어까지 이어진 현상은 듀 가나디의 온라인 인기가 실제 ‘구매력’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초기 마플과의 협업으로 소규모 시장 검증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라인프렌즈와의 협업으로 글로벌 규모의 생산과 유통으로 도약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2️⃣가나디의 급속 성장 : F&B, 뷰티, 패션 장악 후 일본 진출까지
한편 가나디의 성장은 단지 굿즈 판매를 넘어, 입소문으로 성공한 IP를 어떻게 초고속 사업 확장 모델로 전환했는지에 대한 매우 중요한 인사이트를 보여줍니다. 올해는 가나디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다양한 업계에서 사랑을 받았는데요.

먼저 CU와 진행한 키링 & 띠부씰 스티커는 순수한 수집 가치만으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는 가나디가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IP파워를 가졌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최근 오픈된 메가MGC커피와의 악마 가나디 케이크 콜라보는 듀 가나디가 단순한 밈을 넘어, 대형 프랜차이즈의 메뉴 판매를 직접 견인하는 강력한 파워 IP임을 증명했습니다.

F&B 뿐만 아니라 패션/뷰티 영역에서도 활약을 보였습니다. 올리브영에서 판매되는 토리든(Torriden)과의 협업은 듀 가나디 캐릭터를 활용한 한정판 패키지 및 굿즈를 선보여 큰 성공을 거두었고요, 패션 브랜드 스파오(SPAO)와의 협업을 통해 티셔츠, 파우치 등 일상복으로 출시되면서, 듀 가나디가 패션이라는 광범위한 카테고리에서도 안정적인 판매력을 가진 대중적 IP임을 확고히 했습니다.


국내에서 상업적 성공을 입증한 듀 가나디는 올해 10월, 일본까지 진출했는데요. 아직 일본 공식 계정만 오픈된 상황이고 일본 시장에서의 제품 출시 소식은 전해진 바가 없지만, 라인프렌즈와 함께 공략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이노탱이 대만으로 진출한 것처럼 말이죠. 듀 가나디의 일본 진출은 인디 크리에이터가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현지 인프라 (물류, 리테일 파트너 계약, 대규모 생산(SCM)) 등의 문제를 라인프렌즈가 플랫폼으로서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3️⃣이번 팝업은 어떨까? ‘천사 vs 악마’ 가나디



듀 가나디의 새로운 팝업스토어 ‘천사 vs 악마 가나디 팝업’은 라인프렌즈 스퀘어 성수점에서 12월 3일부터 29일까지 한 달 여 간 진행됩니다. ‘천사 vs 악마’로 대비되는 컨셉은 귀여우면서도 악동미 있는 가나디의 모습을 더욱 입체적으로 확장했습니다.




단순하고 심플한 캐릭터를 고품질의 공간 기획 및 굿즈로 구현하여, 방문객들에게 휴식과도 같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과하게 몰입이 필요한 세계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극적인 스토리텔링이 있는 것도 아니죠.



단순한 선으로 그려진 가나디를 따라 작은 전시 공간을 구경하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다보면 놓칠 수 없는 굿즈 하나쯤 손에 들고 퇴장하게 됩니다. 가나디의 몽- 한 표정에 둘러쌓여있다보면 어딘가 위로를 받는 느낌마저 들게 되죠.
이번 가나디 팝업은 SNS 속의 ‘짤’, 그리고 협업을 통한 출시를 넘어 단독 IP로서 대형 콘텐츠로 확장될 잠재력을 또한번 보여줍니다.
4️⃣가나디에서 배우는 스몰 IP 성장 전략
마케터들은 가나디 사례에서 다음의 두 가지 핵심 전략을 배울 수 있습니다.
더 쉽게 생각하자 : 듀 가나디가 만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복잡한 기획 대신 감정을 담은 단순한 ‘짤’로 시작했듯이, 우리의 콘텐츠도 좀 더 쉽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쉽게 제작하고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그래서 더 쉽게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세요. 사람들이 카톡이나 SNS에서 바로 저장하고 퍼 나를 수 있을 만큼 단순하고 공감 가는 형태로요.

우리 IP가 작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습니다. IP의 성장 단계마다 필요한 능력을 가진 파트너를 찾아 협력할 수 있으니까요. 초기에는 굿즈 소량 제작이 가능한 마플과 손잡고 “이 IP가 돈이 될까?”를 빠르게 테스트했습니다. 시장 검증이 끝난 후, 생산 능력(SCM)과 유통망이 필요한 시점에 라인프렌즈(IPX)라는 대형 플랫폼과 협업하며 규모를 폭발적으로 키웠습니다.
가나디는 마치 제가 키우는 강아지처럼 애틋합니다. 가나디의 성장은 자원이 제한적인 스몰 IP가 어떻게 효율적인 콘텐츠 전략과 스마트한 파트너십을 통해 대기업 IP와 경쟁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라인프렌즈와의 협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한 듀 가나디! 가나디만의 고유한 감성이 이번 팝업스토어에서 또 어떻게 구현되고 있을지 궁금하시다면, 그리고 디지털 IP가 오프라인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확장되는지 궁금하시다면 팝업스토어에 방문해 직접 경험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오늘의 소마코 콕📌
✔️듀 가나디의 성공은 기술적인 완성도보다 현대인의 보편적인 감정 니즈를 “나 안아…”와 같은 슬로건으로 압축적 포맷(짤)에 담아 폭발적인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입니다.
✔️라인프렌즈는 마이크로 크리에이터 IP까지 아우르는 종합 IP 플랫폼으로서 그 영향력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인디 IP가 글로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초기에는 시장 검증을 위한 파트너, 이후에는 글로벌 스케일과 퀄리티를 보장하고 해외 인프라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전문 플랫폼을 선택하는 ‘단계적 파트너십 설계’가 필요합니다.

EDITOR 짱수안
“다 아는 이야기 한 번 더 정리해 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