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최근 AI 기술은 이미지 생성부터 영상 편집, 카피 작성까지 광고 제작 전반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이제 광고는 AI와 함께 만들어지는 단계에 들어섰죠. 실제로 많은 브랜드가 제작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AI 광고를 적극 활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같은 AI 기술을 써도 결과는 다른데요. 어떤 광고는 공감을 얻고, 어떤 광고는 거부감을 만들죠. 이 차이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AI를 어떻게 쓰느냐에서 발생해요. 오늘은 같은 브랜드, 같은 AI 광고지만 전혀 다른 반응을 얻은 코카콜라의 두 광고 사례를 통해 성공하는 AI 광고의 조건을 살펴볼게요.
감정을 파는 브랜드, 코카콜라
코카콜라는 오래전부터 맛이나 기능보다 행복, 공유, 추억이라는 감정을 중심으로 브랜딩을 해온 브랜드입니다. 음료 그 자체를 설명하기보다 사람들이 함께하는 순간과 기억을 연결하는 광고를 제작해왔고, 그 결과 단순한 탄산음료를 넘어 일상 속 감정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어요.

이러한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1995년부터 이어진 <Holidays Are Coming> 캠페인인데요. 연말마다 등장하는 트럭 광고는 별다른 설명 없이도 “아, 이제 겨울이구나”라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켜요. 코카콜라는 이 캠페인을 통해 크리스마스, 연말, 가족과 추억이라는 이미지를 브랜드 자산으로 쌓아 왔습니다.
AI 크리스마스 광고 논란

코카콜라는 2024년 AI 기술을 통해 ‘Holidays Are Coming’ 트럭 광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는데요. 캐릭터와 배경 대부분을 GPT-4, DALL-E 등의 AI로 제작했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는 큰 주목을 받았지만 부자연스러운 캐릭터의 표정과 움직임으로 불쾌한 골짜기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AI 광고 재공개와 실패

이어서 2025년에도 AI를 활용한 ‘Holidays Are Coming’ 광고가 공개되었는데요. 샷마다 트럭의 모양이 바뀌거나 캐릭터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광고 댓글은 부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었고 펩시 역사상 가장 수익성이 높은 광고라는 댓글이 베스트댓글이 되기도 했죠.
왜 AI 광고를 고집할까?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왜 AI를 사용해 광고를 만드는 걸까요? 코카콜라 CMO는 “기존에는 촬영과 제작을 포함해 약 1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AI 덕분에 한 달이면 충분해졌죠.”라며 제작 기간 단축과 비용 효율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간 쌓아온 ‘감성적인 크리스마스 브랜드’라는 자산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평가가 압도적이에요.
감정을 확장한 성공 사례

AI를 활용한 코카콜라의 광고 중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광고도 있습니다. 글로벌 캠페인 <마스터피스(Masterpiece)>는 생성형 AI 기술과 실제 촬영물이 어우러진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받습니다. 광고는 미술관에서 졸고 있던 예술 전공 학생에게 명화 속 주인공들이 코카콜라 병을 전달하며 영감을 불어넣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AI 기술이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영감을 시각화하는 강력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인정 받았어요. AI로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서적 공감대가 뛰어나 큰 인기를 끌었으며 창조적이고 지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도 성공적이었습니다.
같은 AI, 다른 결과를 만드는 결정적 차이
코카콜라의 성공작 ’Masterpiece’와 혹평을 받은 ‘Holidays are Coming’ 리메이크 광고의 차이는 기술이 브랜드의 가치를 보조하느냐, 대체하느냐의 차이입니다.

‘Holidays are Coming’은 AI를 제작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한효율 수단으로 활용했어요. 그 과정에서 원작이 지녔던 인간적인 온기와 향수는 사라졌죠. 반면 ‘마스터피스’는 AI를 창의력을 극대화하는도구로 사용했어요. 명화 속 캐릭터들이 코카콜라 병을 전달하는 장면은 실사 촬영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웠고 AI는 이러한 상상력을 시각화하는 역할에 집중했습니다.
시각적 완성도에서도 차이가 나는데요. ‘Holidays are Coming’은 실사에 가까운 하이퍼 리얼리즘을 추구했지만 부자연스러운 동물의 움직임과 장면마다 달라지는 디테일 등 기술적 결함이 드러나며 시청자에게 거부감을 줬어요. 반면 ‘마스터피스’는 다양한 명화의 화풍을 재현하는 데 AI를 활용했기 때문에 다소 비현실적인 표현도 예술적 허용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소비자는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여주는 창의적인 시도에는 환호하지만인간의 정성과 추억을 대체하려는효율 중심의 시도에는 강한 거부감을 느껴요. 지금은 기술의 혁신에 급하게 뛰어들기보다는 소비자의 요구에 발맞추어야 하는 시기예요. AI의 활용이 기업적 가치로 이어질 수 있는지 잘 고려해보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