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링고는 왜 판단의 기준을 디자인에 맡길까?

요즘 제품을 보다 보면, “이 정도는 다들 비슷해졌네”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속도와 기술도 빠르게 평준화되고 있습니다.

듀오링고 디자인 이야기는 UI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디자인이 어떻게 문제 정의에 개입하고 조직의 판단을 한 방향으로 고정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문제는 디자인의 중요성이 아니라 관여 시점이다

많은 조직에서 디자인은 여전히 마지막에 등장합니다. 문제는 이미 정의돼 있고, 방향도 정해진 뒤 디자이너는 결과를 보기 좋게 만드는 역할로 개입됩니다.

이 구조에서는 늘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왜 이 문제가 시작됐는지에 대한 맥락은 충분히 공유되지 않고 책임은 있지만 판단에는 개입하기 어렵습니다. 이건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닙니다. 디자인이 어디서 호출되는가에 대한 조직 구조의 문제입니다.



2. 60% Brain Share

듀오링고 제품 디자인 디렉터 Yudi Sun은 제품, 디자인, 엔지니어링은 서로의 역할을 60%는 공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의미는 단순합니다. 서로의 일을 완벽히 대신할 필요는 없지만, 같은 문제 정의와 같은 판단 기준만큼은 공유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상태가 되면 모든 회의에 함께하지 않아도 됩니다. 각자 다른 자리에서 내린 결정이 크게 어긋나지 않을 거라는 신뢰가 생깁니다. 조직은 정렬을 반복하는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정렬된 상태에서 속도를 냅니다.



3. 너무 멀어도, 너무 가까워도 실패한다

역할이 지나치게 분리된 조직에서는 컨텍스트 설명과 오해, 재작업이 반복됩니다. 판단은 느리고 책임은 흐려집니다. 반대로 모든 결정을 함께 하려는 조직에서는 결정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집니다. 속도를 내려다 오히려 멈춥니다.

듀오링고가 선택한 지점은 그 중간입니다.
60%는 공유하고, 40%는 각자의 전문성에 맡깁니다. 그래서 충돌은 실패가 아니라 의도된 긴장으로 작동합니다.



4. Product Review

듀오링고에는 제품 리뷰라는 명확한 의사결정 구조가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공개된 자리에서 핵심 의사결정자가 직접 승인하거나 피드백을 줍니다.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효과입니다.

판단이 어디서 나는지 명확하고,그 기준이 조직 전체에 빠르게 전파됩니다. 그래서 이 조직에서는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를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같은 기준 위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5. 크래프트는 기술이 아니라 선택의 감각이다

크래프트는 무엇이 맞는 선택인지 아는 취향과 그 선택을 구현하는 기술입니다. 중요한 전제는 하나입니다. 좋은 디자인의 기준은 회사마다 다르다는 것.

듀오링고는 너무 게임 같지도, 너무 미니멀하지도 않은 의도적인 중간 지점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매번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 선택은 정말 듀오링고 다운가?



AI로 제품을 만드는 비용은 낮아졌고 기능은 빠르게 복제됩니다. 속도 역시 더 이상 결정적인 차이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디자인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정말 같은 문제를 보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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