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럭셔리는 일상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이다. 값비싸고 화려한 것으로 둘러싸인 게 아닌, 어제보다 한 걸음 더 나은 내일로 만드는 것이다.”
- Aesop, Brand Philosophy
01.
럭셔리 브랜드의 진화가 시사하는 브랜딩 전략의 방향성
소비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경험으로, 럭셔리는 과거와 다른 차원으로 진화했다.
지속가능성을 럭셔리의 새로운 덕목으로 제시한 프라다 © PRADA
브랜딩에서 럭셔리 시장은 언제나 중요한 축을 담당했다. 최근 럭셔리 시장이 보이는 변화는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 브랜딩에 접근하는 전략적 시각에 중요한 인사이트를 선사한다. 2024년 Bain&Company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럭셔리 시장 주요 부문에서 여행과 호스피탈리티 등 경험에 기반한 럭셔리 소비는 증가한 반면 명품 시장은 처음으로 위축되고 있다. 특히 최상위 고객층을 제외한 럭셔리 고객 수치가 감소했으며, Z세대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 감소세는 더욱 뚜렷하다.
이는 럭셔리 개념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럭셔리의 근간은 인류가 축적해 온 문화와 기술, 예술의 역사에 있다. 중요한 것은 역사가 그렇듯 럭셔리 또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Mercedes-Benz Korea) CSI Newsletter에 기고한 럭셔리 브랜드의 새로운 덕목, 지속가능성에서 다루었듯 럭셔리는 이제 고급스러운 이미지 중심의 소비를 넘어 지속적인 의미와 가치를 위한 라이프스타일의 개념으로 변화했다. 과거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예술의 힘을 빌려 희소성과 영속성을 부여한 것과 달리, 이제 지속가능성이 럭셔리의 새로운 덕목으로 자리 잡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는 브랜드 경험이 성숙한 시장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폐기물로 환경오염을 유발해도 고급스러운 포장이면 럭셔리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해묵은 패러다임은 이미 과거의 개념이 되었다. © COUPANG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럭셔리 브랜드들은 고급스러운 감성과 이미지를 소비하는 차원을 넘어 고객의 삶에 지속적인 영감과 의미를 선사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경험 중심의 럭셔리로 포지셔닝을 확장하는 흐름을 보인다. 이를테면 샤넬과 프라다를 비롯한 명품 패션 브랜드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신소재를 연구하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한 친환경 포장재를 개발함으로써 브랜드가 지향하는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철학을 표명한다. 일견 합리성을 추구하는 시장 논리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일지도 모르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투자가 없이는 더 이상 럭셔리의 근본적인 가치를 지킬 수 없게 된 것이다.
럭셔리의 가치는 더 이상 고상한 이미지가 아니라 삶에 실제적인 가치와 의미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쿠팡 알럭스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폐기물이 늘더라도 고급스러운 포장을 더하면 럭셔리 경험을 전할 수 있다는 해묵은 발상은 더 이상 작용하지 않는다. 문화와 경제가 성숙한 선진 시장일수록 보다 진정성 있는 브랜드 경험을 요구받기 마련이다. 특히 높은 의식을 지닌 소비자들에게 있어 럭셔리란 단순 명품 소비와는 분명히 구별되는 윤리적, 환경적 가치관을 포함한다. 고급스러운 감성과 이미지들이 쉽게 생성되고 빠르게 사라지는 지금, 럭셔리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철학과 관점이 삶에 어떤 의미와 가치를 선사할 수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을 마주하고 있다.
02.
보다 의미 있는 주제를 매력적인 서사로 구현하기 위한 노력
고객의 일상을 고양하고 삶을 향유하는 브랜드 고유의 방식을 제안하다.
로마의 유구한 문화적 유산과 브랜드의 장인정신을 구현한 불가리 호텔의 디럭스룸 © Bulgari Hotels
럭셔리 브랜드가 보이는 또 다른 움직임은 기존의 카테고리를 벗어나 브랜드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노력이다. 패션 브랜드가 레스토랑과 카페를 선보이거나, 호텔 및 럭셔리 주거 공간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반영한 아이코닉한 경험을 선보이는 것도 고객의 일상으로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오프라인 유통 매출의 상당폭을 온라인 플랫폼이 대체하고 있고, 터치 한 번으로 편리하게 주문과 배송을 해결되는 초연결 사회에 럭셔리 브랜드가 오프라인 공간에 투자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럭셔리의 본질이 퀄리티인 이상, 고객의 피부에 와닿는 밀도 높은 브랜드 경험은 한 뼘 크기의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구현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다. 브랜드가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의 퀄리티는 결국 경험이 구현되는 시간과 공간의 퀄리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디지털 환경에서 실현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삶에서 추억할 만큼 의미 있는 경험들은 여전히 우리가 머무는 공간과 순간 속에서 구현된다. 브랜드 경험 또한 마찬가지이다. 제품의 퀄리티와 헤리티지에 집중하던 럭셔리 브랜드들은 이제 기존의 영역을 넘어, 레스토랑, 카페, 호텔, 레지던스 등 의식주를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큐레이션 하는 기획자이자 작가로 진화했다. 이는 고객의 일상 가운데 브랜드 경험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다. 브랜드의 철학이 반영된 파사드에서 가구와 식기는 물론 향기와 음악까지 밀도 높은 공간에서 구현되는 브랜드 경험은 터치 한 번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전부인 이커머스와는 다른 차원의 경험을 제공한다. 이렇게 소비자의 일상에 와닿는 밀도 높은 경험은 단순한 소비로는 불가능한 인식의 변화를 일으키고, 브랜드 고유의 메시지를 임팩트 있게 전하며,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접점으로 작용한다.
도시와 격리된 자연 속에서 비일상적인 모험과 특별한 영감을 선사하는 아만 호텔 © Aman Group S.a.r.l.
이커머스가 소비 행위에 특화된 합리적 채널이라면 오프라인 공간은 럭셔리 브랜드의 서사를 구현하는 몰입과 공감의 채널이다. 단순 제품에 브랜드 정체성과 철학을 반영하거나 고객의 취향과 개성을 대변하는 수준을 넘어, 고객이 머무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더 나은 삶을 향유하는 방식에 대한 브랜드 고유의 관점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럭셔리 브랜드들의 변화는 이 시대의 브랜드 전략 방향성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급스러운 제품과 이미지와 같이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콘텐츠만으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기란 어렵고, 모든 정보와 행위가 디지털로 연결되는 초연결의 미래가 다가올수록 더욱 인간다운 삶에 대한 주제 의식이 요구된다는 사실이다.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하나만 꼽으라면 바로 브랜드 고유의 주제 의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주제 의식이란 브랜드가 지닌 핵심 메시지이며 브랜드 철학 혹은 미션으로 해석된다. 이는 무수한 브랜드 가운데 그 브랜드가 존재해야만 하는 근본적인 가치를 의미한다. 만약 주제 의식이 빈약한 브랜드는 어떤 경험을 제시한다고 해도 브랜드로서 지속될 수 없다. 그저 하나의 제품과 서비스, 그럴듯한 문장과 허울뿐인 디자인에 가깝다. 삶의 기본 요소인 의, 식, 주에 대해 보다 의미 있는 주제를 고민하고 그것을 매력적인 서사로 풀어가는 것. 그것이 미래 브랜딩 전략의 핵심 과제이다.
럭셔리 브랜드의 미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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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위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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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2) : 좋은 브랜딩은 무엇이 다를까? (1)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2) : 좋은 브랜딩은 무엇이 다를까?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