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치킨 프랜차이즈 페리카나가 며칠 사이 공식 인스타그램에 AI로 만든 광고 한 편을 올렸다가 하루 만에 사과하고 내렸어요. 후라이드치킨 부부 사이에서 양념치킨 아기가 태어나고, 남편은 외도를 의심하고, 여의사 펠리컨이 등장해 유혹하는 구조. 종합지·통신사·연성매체 10여 곳이 같은 날 일제히 보도할 만큼 반응이 빨랐습니다.

소마코는 이 사건을 “사고가 났다”로 정리하지 않으려 합니다. 진짜 흥미로운 지점은 따로 있거든요. 음지에서 비웃으며 즐기던 콘텐츠를 1세대 브랜드의 공식 채널이 양지에 그대로 옮긴 순간, 양쪽 다 잃은 결과가 됐다는 점이에요.

영상=채널A 뉴스

1️⃣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광고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후라이드치킨 부부 사이에서 양념치킨 아기가 태어나고,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본 남편이 아내에게 “그때 그놈이지!”라며 윽박지릅니다. 이어지는 회상에서 아내는 결혼식 날 친구가 소개해 준 “남사친”과 “우리 사이 아무도 몰라”라며 키스하는 장면이 나오고요. 다음 컷에선 화내는 남편을 바라보던 여의사 펠리컨이 “저 보호자 오빠, 화낼 땐 은근 섹시해”라고 독백합니다. 마지막에는 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남편 앞에 그 여의사가 다시 등장해 “복수해야죠”라며 웨이브 댄스로 유혹하고, 남편은 코피를 흘리며 흔들리죠.

페리카나 AI 광고 한 장면 — 후라이드 부부와 양념치킨 아기
출처: 페리카나 공식 인스타그램 (게시 후 삭제), 캡처 보존: 커뮤니티

치킨 광고 한 편에 외도·산부인과·복수·유혹이 1분 안에 다 들어갑니다. 페리카나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영상이고, 캐릭터·음성·영상 모두 AI로 생성됐어요. 5월 9일 밤 사과문이 올라왔고 영상은 즉시 삭제됐습니다.

페리카나가 올린 사과문 일부는 이렇습니다.

“최근 업로드된 콘텐츠로 인해 불편함과 실망을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 표현의 적절성과 사회적 인식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게시되었으며 (…) 앞으로 콘텐츠 기획과 검수 과정을 더욱 면밀히 점검해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페리카나 공식 인스타그램 사과문

2️⃣ 페리카나가 따라한 ‘딸기불륜’ 트렌드의 정체

페리카나가 즉흥적으로 만든 결은 아닙니다. 정확히는 요즘 글로벌 SNS를 휩쓰는 ‘딸기불륜’ 트렌드를 그대로 옮긴 거예요. 영문권에선 ‘Cheating AI Fruit’라고 부릅니다.

원작은 2026년 2월 28일 TikToker @trombonechef가 처음 올린 시리즈. 딸기 여성이 남편을 두고 가지 상사와 바람을 피우고, 가지 상사 아이를 임신·출산하고, 결국 혼자 아이를 키우다 총까지 사는 구조거든요. 1편 290만, 2편 2,400만 조회. 시리즈 누적은 2,600만 회를 넘겼어요. 한국화 변형도 빠르게 이어졌습니다. 인스타 릴스·유튜브 쇼츠에 올라온 ‘내 남편의 체리녀’, ‘엄마가 내 남편을 뺏었다’, ‘브로콜리씨와 딸기주스 만들고 싶다’ 같은 시리즈가 일부 1,000만 조회를 찍었고요.

조금 더 큰 흐름에서 보면 2025년 초 등장한 Italian Brainrot 계보의 한 갈래입니다. 의도적으로 부조리하고 저질스러운 미학 — 보는 사람도 만든 사람도 “이게 뭐야”하면서 보는 결의 콘텐츠죠.

딸기불륜 트렌드의 정체를 정리한 영상 (영문) · 영상=YouTube

여기서 중요한 건 이 트렌드의 작동 방식이에요. 딸기불륜은 잘 만든 드라마라서 2,600만 회가 나온 게 아닙니다. “AI로 이런 막장도 만드네 ㅋㅋ”하며 비웃고 공유하는 콘텐츠. 시청자도 “이건 이상한 거 알면서 본다”는 합의 위에서 클릭하는 결의 영상이에요.

3️⃣ 음지에 있어야 작동하는 콘텐츠를 양지로 옮기면

페리카나 사고의 본질은 여기에 있어요. 음지의 ‘비웃음 합의’ 위에서만 작동하는 콘텐츠를 1982년 시작한 1세대 치킨 프랜차이즈가 공식 인스타에 진심으로 옮긴 순간, 두 가지 일이 동시에 벌어졌습니다.

음지의 합의가 먼저 깨집니다. “기업이 진심으로 이걸 한다고?”라는 반응이 먼저 오죠. 한쪽에선 양지 톤과의 미스매치가 터졌고요. “도대체 누가 컨펌했냐”는 분노가 따라붙습니다. 결국 음지에서도 양지에서도 거부당했어요.

시청자 반응이 이 본질을 정확하게 짚어줍니다. 한쪽에선 양가적인 결의 평가가 따라붙었어요.

“어그로는 잘 끈 거 같은데”

YouTube 영상에 달린 댓글 중

동시에 커뮤니티 베스트로 올라간 한 줄은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짚었습니다.

“초딩들 많이 보는 브레인롯에서 본 것 같아 — 니들은 대기업이잖아”

관련 커뮤니티 게시판 인기 댓글

영상 자체의 완성도나 어그로 능력은 인정해요. 다만 그걸 공식 채널에서, 그것도 1세대 브랜드가 한다는 게 결을 이상하게 만든다는 거죠. 페리카나도 사과문에서 “표현의 적절성과 사회적 인식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게시되었”다고 인정했어요. AI 생성 단계에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아보다가 “검수가 마지막에 한 번 더 필요했다”는 자인에 가깝습니다.

4️⃣ 마케터가 가져갈 만한 한두 줄

요즘 AI 광고는 코카콜라 크리스마스 캠페인(2024·2025)이나 Toys R Us의 Sora 광고(2024)처럼 글로벌에서도 백래시가 반복됩니다. 다만 페리카나 케이스는 결이 조금 달라요. 글로벌 사례가 “영혼 없다 / uncanny valley / 일자리 위협” 같은 윤리·미학 백래시였다면, 이번 건 트렌드 발견에서 공식 채널 게시까지의 검수 단계가 통째로 비어 있던 사고에 가깝거든요.

글로벌 백래시 (2024~)

“영혼 없다 / 일자리 위협”

  • 코카콜라 AI 크리스마스 광고 (2024·2025)
  • Toys R Us × Sora 광고 (2024)
  • 윤리·미학 차원의 거부감
  • “AI에 사람을 갈아 넣었다”
페리카나 케이스 (2026)

“검수 단계가 통째로 비어 있었다”

  • 음지 트렌드를 양지에 그대로 옮김
  • 브랜드 톤 가드레일 부재
  • 한국식 변형 사고 — 결이 다름
  • “누가 컨펌했냐”는 분노

여기서 마케터가 가져갈 점은 두 가지 정도입니다.

첫 번째. 트렌드를 발견했다고 바로 공식 채널에 옮기지 않는 게 좋아요. SNS에서 잘 도는 결을 봤을 때 “이 트렌드가 비웃음을 위한 것인가, 공감을 위한 것인가” 한 번 더 묻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비웃음을 위한 콘텐츠를 진심으로 따라하면 브랜드 자체가 비웃음의 표적이 되거든요. 음지 콘텐츠는 음지에 있을 때 작동합니다.

두 번째. AI는 빠르게 만드는 도구지, 빠르게 검수해 주는 도구는 아닙니다. 만드는 시간이 줄었다면 그 시간을 검수에 다시 써야 해요. 1시간이면 만들 수 있다는 건 1시간이면 망할 수도 있다는 뜻이거든요. 결국 마지막엔 사람이 한 번 더 들여다보는 단계가 들어가야 합니다.

📌 오늘의 소마코 콕

SOMAKO

페리카나가 따라한 결은 ‘딸기불륜’ 트렌드 — 시청자가 비웃으며 보는 음지 콘텐츠예요

음지의 비웃음 합의 위에서 작동하는 결을 공식 채널이 양지화하면 양쪽 다 잃는 사고가 됩니다

AI는 만드는 시간을 줄여줄 뿐, 검수 시간까지 줄여주지는 않아요

EDITOR
다 아는 이야기 한 번 더 정리해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