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커들은 특별한 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선물을 주고 싶나요? 저는 옷, 반지, 케이크와 같은 선물도 좋지만, 가장 주고 싶은 선물은 바로 ‘꽃다발’이에요. 향긋한 꽃 내음을 맡으며 함께 행복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죠. 오늘은 이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꽃 선물 뿐만 아니라, 나를 위한 꽃 정기구독까지 해볼 수 있는 화훼 브랜드 ‘꾸까’의 부대표&CCO 임주엽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새로운 도전과 확장을 두려워하지 않는
꾸까의 부대표&CCO(Chief Creative Officer) 입주엽님
🟦 안녕하세요! 위픽레터 구독자 분(피커)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플라워 테크 브랜드 ‘꾸까’의 부대표 겸 CCO이자 인간문화연구가인 임주엽입니다.
🟦 주엽 님께서는 패션부터 요식업 그리고 현재는 화훼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해오고 계신데 평소에도 새롭게 도전을 하는 걸 좋아하셨는지,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또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저는 소비자 입장에서 패션, 음식, 술, 꽃 모두 디깅하면서 즐겼어요. 그래서 그 소구 포인트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틀에 박혀 있는 것보다는 내가,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만을 모아서 제안을 해보고 싶었어요.
소비자인 동시에 공급자로써 그 소구 포인트를 오히려 역으로 내가 공유한다면 소비자의 수준이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더불어, 상품을 제안하는 공급자들은 부단히 더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선순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범주를 막론하고 허슬했던 것이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 주엽 님처럼 새로운 분야로 이직을 꿈꾸고 있거나 바운더리를 확장하고 싶어 하는 마케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저도 울타리 안에서는 사실 바깥을 볼 수가 없었어요. 영화 아일랜드 보면 복제 인간들이 자기가 실제 인간을 위한 복제 인간인지 모르잖아요. 그 안에서는 자기가 정말 최고인 줄 알고 있는, 나가기는 두려운 상태인 거예요. 나가면 왠지 너무 무서울 것 같고, 그냥 여기 안주하게 되는 거죠. 이 울타리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근데 나가 보니까 “왜 진작 안 나왔지? 내가 쟤보다 훨씬 나은데 왜 쟤보다 내가 못 벌고 있지?” 이런 아이템들이 너무나 많은 거예요. 그래서 저는 퇴사하고 나서 자영업 할 때도 이직이나 회사에 대해서 고민하는 친구한테는 무조건 적극적으로 ‘나와라’라고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조건이 있어요. “네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냐.” 네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고, 네가 남들보다 더 월등하게 무기를 갖기 위해서 얼마나 경쟁력 있게 살아왔느냐가 조건이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내가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는지가 전제조건인 것 같아요.
‘진심으로 떳떳하게 인내하며 열심히 살아왔는가’, ‘뒤쳐지지 않으려 자기만의 무기를 만들려고 시도라도 해봤었는가’, ‘허황되더라도 단기-장기적인 꿈(목표)과 계획을 세워 놓았는가’ 이 질문 중 2개라도 성실하게 해왔다면 이직과 확장성에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당장 춥고 배고프지만 먹을 게 더 많아지니까요. 만약 “난 3개를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들면 연락주세요. 도와드리겠습니다.
🟦 본인을 어떤 부대표/CCO라고 생각하시는지, 혹은 어떤 부대표/CCO가 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후배들이나 제 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비포장 도로를 많이 갈아주는, 간척을 해주는 역할을 많이 해주고 싶어요. 지금 제 모습은 되게 화려하게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해야지 제가 힘이 생기고, 제가 힘이 생김으로써 뒤에 동생들이 더 편하게 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줄 수 있거든요. 저는 후배들을 꾸며주는 악세사리가 되고 싶은 거죠.
그리고 되게 큰 꿈이긴 하지만 한국의 후지와라 히로시가 되는 게 제 꿈이에요. 저 스스로가 IP화가 돼서 후배들이 저를 활용할 수 있게끔 하고 싶어요.
입주엽 부대표가 말하는
꾸까의 리브랜딩 포인트와 성공 비결
🟦 꾸까는 올해 4월 15일에 리브랜딩을 진행했는데, 이렇게 리브랜딩을 진행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리브랜딩 당시 가장 고민했던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요.
8년 차 때, 꾸까가 위기가 왔어요. 예전 방식의 퍼포먼스 위주 마케팅으로는 매출이 성장세였어요. 근데 SNS가 나오면서 거기에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매출이 점점 꺾여가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갔던 거죠. 그러니까 ‘나 그거 아는데’, ‘했었었는데’로 끝나는 거예요.
그 때 대표님이 리브랜딩 하는 데에 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해주셨고, 저도 꾸까에서 나의 크리에이티브를 좀 더 많이 펼쳐봐야겠다 해서 스스럼없이 가게 된 거예요. 작년 11월, 아더에러 출신의 이준재 CD와 같이 넘어가서 둘이서 열심히 리브랜딩을 시작을 했죠.
하지만 많은 고충들이 있었어요. 준재 CD와 저는 브랜딩 위주의 일을 많이 했었어요. 하지만 꾸까는 브랜딩도 필요했으나, 매출이 급급한 회사였던 거예요. 브랜딩이 먼저가 아니었어요. 브랜딩을 원했지만 브랜딩을 잡고 있자니 매출이 낮아지고, 매출을 잡고 있자니 그 전이랑 똑같은 거예요. 브랜딩에는 신경을 못 쓰는 거죠. 근데 어찌 됐건 매출은 잡고 브랜딩은 내가 남는 엑스트라 타임으로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비용을 최대로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것이 돌방(돌아다니며 방문 영업을 한다)이었죠.
🟦 그렇다면 돌방 영업 과정이 실제로 어떠했는지, 돌방을 통해 실제로 진행하게 된 콜라보나 프로모션 등이 있는지 궁금해요.
그래서 먼저, 우리가 광고판이 되어 ‘꾸까’가 뭘 하는 회사던 간에 지속적으로 밈을 만들어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을 했었고, 사람들이 제일 많은 곳이 어딜까에 대해 생각을 해봤어요. 제일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을까 생각했던 게 브랜드 행사장이었어요.
이후, 웬만한 에이전시 팀장, 실장님들한테 컨택을 다 했어요. 그래서 웬만한 행사장은 다 갔습니다. 항상 꾸까콘을 메고, 웬만한 사람들한테 다 명함을 돌렸죠. 그렇게 하다 보니까 행사장을 거의 일주일에 10번 이상은 갔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쟤 대체 뭐지?”, “맨날 꽃 들고 다니는 쟤는 뭐지?” 이렇게 된 거예요. 저는 사실 꾸까라고 하는 것보다 꾸까콘 자체를 각인을 시키고 싶었고, 호기심을 유발하고 싶었던 게 목적이었어요. 결국에는 이게 좀 먹혔던 것 같아요. 내가 총이 없으면 뭐라도 들고 싸워야 되잖아요. 그게 총이 아니라 꽃이었던 거죠.
이 돌방으로 인해서 꾸까가 ‘piknic’에서 ‘꽃과의 공존’을 주제로 전시를 하게 됐어요. 정말 말이 안 되는 거였어요. 2주 동안 성황리에 잘 마쳤고, 이 전시가 사람들에게 꾸까를 많이 알리게 된 계기가 되었죠. 정말 뿌듯했어요. 그 이후에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웃도어 용품 브랜드인 ‘헬리녹스’랑 협업을 하여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돌방이 영향이 컸던 거예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의 확장을 통해
꾸까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
🟦 꾸까는 리브랜딩 이후 테라스 꾸까 리뉴얼, 팝업스토어 및 전시 개최 등 오프라인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데요. 소비자가 꾸까의 오프라인 공간 경험을 통해 무엇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람마다 출생지, 나이, 학력, 직업, 경제력, 이데올로기는 달라도 ‘꽃’이라는 매개체로 우리는 마음 따스이 웃고 정을 나누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모이게 하고, 그 공간에서만큼은 상대성을 인정하고 서로간 절대적 위치에서 사고와 문화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아지트 공간이 되기를 바랬어요.
그래서 11월 16일 부터는 테라스 꾸까가 ‘PT.2 동시대’를 주제로, 기존 캐쥬얼 다이닝&플라워 까페에서 저녁에만 운영하는 바&플라워샵으로 변모할 예정이에요. 그전에는 ‘식(食) 문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주(酒) 문화’로 나아가 보려구요. 좀 더 인간 본연의 감성을 더 끌어올리는 거죠. 그 감성을 극대화했을 때 고객들이 꽃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확인해보고 싶기도 해요.
🟦 GFFG, 시미시미와 같은 F&B 브랜드를 다루신 경험이 테라스 꾸까를 F&B 복합 문화 공간으로 리뉴얼하는 데 도움이 되셨을 것 같아요. 음식과 꽃을 연결 짓고자 생각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일상에서 꽃을 즐기다’ 라는 브랜드 철학을 고객들이 직접적으로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과 더불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중 가장 일상적인 부분인 #식사 라는 부분을 #꽃 과 결합하여 커뮤니케이션하고자 했어요.
사람들이 이제는 배고파서 먹기보다 먹고 싶어서 배고파 지는 시대가 된 것 같거든요. 그만큼 먹는 것에 진지해요. 과거에도 맛집 탐방은 여전했지만 지금 같은 디지털 시대에 맛집 소비 트렌드까지 확장된 것은 분명히 의미 있고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꽃도 사람들이 진지하게 인지하는 시대가 온다면? 꽃이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먼 훗날까지 우리 일상에서 정말 불필요한 사치재로만 남을까요? 적어도 그런 삭막한 현실은 막고 싶은 게 꾸까의 작은 바람이죠.
📝 사람들이 원하는 ‘공간’이란 어떤 곳일까요?
제가 최근에 행사장을 많이 다녀보면서 느꼈던 점은 너무 무분별 한 것 같다는 거였어요. ‘사람들이 진짜 진정성을 갖고 그 행사장에 임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로 이 브랜드를 사랑하고, 즐기고, 감상하는 사람들은 말하지 않아도 같이 그 텔레파시를 느끼는 게 있어요. 그런 무드를 같이 느끼는 사람들끼리 같이 공감대를 형성을 하는 공간이면 더욱 더 좋은 공간이 될 것 같은데요. 하지만 몇몇 공간은 그냥 화려한 이슈 같은 것들에만 치중이 되어 있어요.
기억에 남았던, 진정성 있는 브랜드 팝업 하나를 예시로 들어보자면, ‘인앤아웃’인 것 같아요. 인앤아웃은 지리적으로 미국 근교의 도축장 옆에 바로 있어요. 바로 도축한 고기로 패티를 만들기 때문에 다 도심이 아닌 근교에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인앤아웃이 이전에 신사동 가로수길에 팝업을 한번 열었어요. 줄도 엄청나게 길게 서있었고, 인기도 많았죠. 하지만 인기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런칭을 하지 않았죠. 환경적으로 맞지 않았으니까. 도축장 옆에서 바로 만든 패티로 버거를 만들 수 없으니 매장을 만들지 않는 거예요. 그게 ‘진정성’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게 진정한 팝업이자 공간인 것 같아요.
Q. 사람들의 기대와 스스로가 생각하는 적절한 타이밍 간의 딜레마를 느껴요.
A. 👆❗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지 말고, 직접 올라가서 감을 따라!
감나무 아래에서 입을 벌리며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지 말고, 직접 감을 따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시간이 갈 수록 남들보다 감(感)이 떨어지기 마련이죠. “올라가서 따라! 따라가지 말고 앞서가려고 하라! 그러면 무엇이든 해결된다.”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감나무 아래에서 입을 벌리면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지 말고 감을 따라고 하고 싶어요. 감을 따지 못하고 떨어진 걸 이미 본 순간 ‘나는 감(感)이 떨어졌구나’라고 느낄 것 같아요.
저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다만, 이것을 언제 쓰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기회는 이미 모두 가지고 있어요. 적절한 타이밍에 내가 이 기회를 언제 터뜨리냐를 지켜보는 거죠.
예를 들어 게임을 하다 보면 모든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폭탄이 하나 있잖아요? 지금은 공격을 피할 수 있고, 난이도도 괜찮다면 굳이 쓸 필요가 없겠죠. 하지만 난이도 ‘상(上)’이 됐을 때 그때는 이걸 꼭 써야 될 때가 있을 거예요. 저는 그때 내가 가진 기회를 써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 시기가 30살이 될 수도 있고, 40살이 될 수가 있고, 50살이 될 수가 있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언제까지 공격을 버틸 수 있는지는 개인 차인 거죠. 그래서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고 내가 언제까지 내 스스로 잘 참고 피해갈 수 있는 지를 파악 후 타이밍을 체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주엽님께서 갖고 계시는 고민은?
후배들이 목표가 없어 힘들어하는 모습이 고민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친구들을 끌어줄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해요.
후배들과 대화하면서 목표가 없다는 말이 되게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서 전 그런 친구들한테 “나 마흔인데 너네가 밑에 깔려 있어줘서 감사해. 너네 덕분에 벌어먹고 산다”(웃음) 이렇게 얘기하곤 해요. 각자 본인의 위치에서 흔들리지 않고, 어떻게 하면 목표한 바로 나아갈 수 있을 지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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