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이 결혼식에 가야 해요.

마케터 다큐: 김석현 'POSE NUMBER EIGHT'의 디렉터
2024-05-16

한달 전 무심코 트위터 피드를 올려보다가 귀여운 영상을 발견했다.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 끝에 검정색 남자 구두가 놓여있고,흰색 웨딩 슈즈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검은 구두 옆에 나란히 멈추는, 아이폰으로 즉흥 촬영한 게 분명해 보이는 숏폼 ‘웨딩 인비테이션’. 그레이스 커뮤니티 교회에서 2024년 4월 20일에 결혼한다는 간단한 내용.

인물만 바뀌는 웨딩 스튜디오 사진이 들어간 카카오톡 청첩장이 난무하는 가운데 나는 이 영상을 보고 생면부지의 두 사람 결혼식에 가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잠시 생각하다가, 더 자세한 정보를 알 길이 없어 프로불참러가 되었다.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 ㅎ

가야되나? 말아야 되나?

그렇게 한달 남짓 시간이 흘렀고 영상 원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았다. 팔로워 7900명 정도. 개인적인 일상을 올리는 계정. 특별한 점은 없었는데 역시 에스컬레이터 영상이 46만번 공유되었다.

그런데 댓글이 재미있다. 특히 외국인들.

모두가 이 결혼식에 가야 해요. 그냥 보고 가지 않는 것은 무례한 거예요.

끝났어, 친구. 20일날이었어.

이틀 전 이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가야 해요.

당신을 모르지만, 갈게요.

맙소사! 가고 있어요!
릴스에 달린 외국인들의 댓글

귀여운 인비테이션을 전세계로 보낸 신랑에게 즉석에서 메시지를 보냈다. 


WPL: 우선 늦었지만 결혼 축하드립니다.

김석현: 축하 감사드립니다. 서울에 살고 있고 ‘POSE NUMBER EIGHT’라는 브랜드의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김석현이라고 합니다.

역시 생각대로 브랜드 디렉터

WPL: 영상이 매우 심플하지만 여러 의미에서 멋집니다. 패션이나 브랜딩을 하시는 분이라고 직감했어요. 영상을 만드실 때 특별히 아이디어를 내셨나요?

김석현: 연애하면서 흔히 이야기하는 럽스타그램 같은 것도 잘 못해서 결혼 소식을 어떻게 전할까 하다가 만들게 되었어요. 대단한 기획을 통해 연출한 건 아니었고, 원래는 프로포즈 영상을 올리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지는 것 같아 짧고 담백하게 하기로 했죠. 에스컬레이터는 제가 다니는 헬스장의 에스컬레이터입니다. 신랑이 먼저 입장하고 신부가 뒤이어 입장하는 걸 신발로 표현해 본 거예요. 와이프의 웨딩 슈즈가 예뻐서 소스로 쓰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거기서 아이디어가 시작됐어요.

대단한 기획이 있는게 아니었다. 대부분 그렇다. 화제가 되거나 밈이 되는 콘텐츠들 만들려고 만든게 아니다. 대단한 기획이란 뭘까?

WPL: 그 게시물만 인스타그램 공유수만 43만 회 더라고요. 어떠세요?

김석현: 이렇게 큰 반응을 얻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지인분들께 순수한 의도로 “저희 결혼하는데 축복해주세요!”라는 메시지였거든요. 청첩장 모임도 제대로 못 하고 있었던 와중이었고요.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축하받을 일이 또 있을까 싶어요. 너무나 감사한 경험이죠.

WPL: 결혼식에는 손님이 많이 오셨나요? 혹시 에피소드가 있나요?

김석현: 비 오는 날이었는데도 초대한 분들 이외에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어요. 재밌는 에피소드라면, 영상 속 와이프 구두의 브랜드에서 영상을 불펌해서 브랜드 계정에 올리셨더라고요. 친구들과 뭐 좀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며 웃으며 얘기했던 게 생각나네요.

어쩐지 웨딩슈즈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김해김에 정말로 연락해 보셨으면 좋겠다.
KIMHEKIM : 파리에서 2019년 론칭한 한국인 디자이너 브랜드. 맞다. 김해김씨 그 김해김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97rCpUnkcMk

WPL: 어떤 일을 하시나요? 과거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김석현: GYM CULTURE를 기반으로 한 패션 브랜드 ‘POSE NUMBER EIGHT’에서 디렉터로 있습니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의류 벤더 회사를 거쳐 브랜딩 회사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었어요.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 간 프로젝트 일정을 조율하며, 제작할 것들의 납기 기간과 비용을 체크하고 굿즈 및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역할을 맡았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패션 브랜드를 해보자는 지인의 제안으로 현재 1년 반 동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봄/여름 시즌이 맡은 브랜드에서 전개한 세 번째 시즌이에요.

패션 디자이너-브랜딩 회사의 프로젝트 매니저-지금은 본인이 만든 브랜드의 디렉터

WPL: POSE NUMBER EIGHT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김석현: ‘POSE NUMBER EIGHT’는 짐컬쳐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에요. ‘스투시’가 서핑 컬쳐를, ‘슈프림’이 스케이트보드 컬쳐를 기반으로 전개한 것처럼, 저희는 짐컬쳐와 피트니스 컬쳐를 바탕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기존 운동 브랜드들이 긍정적인 슬로건과 건강한 소재를 강조한다면, 저희는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올 여름 비키니를 입기 위해” 같은 솔직한 이유로 접근하려 해요. 서브컬쳐적 관점으로 운동을 대하고 패션으로 해석하는 것이 저희의 차별점이자 브랜딩 방식입니다.

짐 컬쳐… 재미있다. 바디프로필이 유행하니까. 브랜드를 구매하는 솔직한 이유 : 벗은 몸이 좋아보이려고

WPL: 영감을 받았거나, 좋아하는 기업이나 브랜드 등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세요.

김석현: H&M이라는 패션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어요. H&M은 벌써 20년간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럭셔리 브랜드 또는 스타일 아이콘들과의 콜라보레이션들은 제게 닿을 수 없다고 느껴졌던 브랜드들을 손에 쥘 수 있도록 해주었죠.

럭셔리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와 무드를 H&M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인다는 점이 당시엔 굉장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유니클로, 자라 같은 패스트패션이 세상을 휩쓸기 시작했을 때 H&M은 패스트패션 소비자들의 본능을 빠르게 긁어주었다고 생각해요.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럭셔리 소비에 반(反)해서 패스트패션을 소비한 건 아니고, 경제적 요인만 맞춰지면 더 큰 액션이 돌아올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 것 같아요.

그런 소비자의 심리를 읽어내어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통해 간극이 있는 소비자 군들을 취한다는 점이 참 영리하다고 생각했어요.

콜라보들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종합해 조금 더 상위 브랜드인 앤아더스토리즈도 잘 런칭했었고요.

사실 지금은 상당히 보편화되고 어쩌면 식상한 전략일지 모르겠습니다. 안 하는 브랜드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이 눈에 띄기도 하고요.

다만 일찍이 패스트패션과 럭셔리패션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20여 년째 확보해 가고 있는 H&M의 꾸준하고 영리한 플레이가 제겐 큰 영감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꼼데가르송, 마르지엘라 같은 브랜드를 10대 소년이 알기야 알아도 어떻게 살 수 있었겠어요.

10대 소년의 판타지를 이루어 준 브랜드이기에 고마운 마음에서인지 H&M을 가장 큰 영감을 준 브랜드로 이야기 나누고 싶었습니다. 🙂

WPL: 개인적 또는 사업적인 비전은 무엇인가요?

김석현: 개인적인 비전으로는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탑독이 되는 것도 좋지만, 로열티가 두터운 유쾌한 언더독으로 자리 잡고 싶어요. 저희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소비층은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나는 즐거움을 즐기는 분들일 것 같거든요.

유쾌한 언더독. 뭔지 알겠다… 그런데 언더독…으로 자리 잡는 것이 계속 가능한 일일까? 앞으로 POSE NUMBER EIGHT의 행보를 계속 지켜봐야겠다.

WPL: 자신(자신이 만든 무엇 또는 브랜드)을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모든 사람들이 마케터라고 생각합니다. 마케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김석현: 모두가 마케터라는 표현이 참 흥미롭습니다! 조언을 드리기엔 부끄럽고, 이번 사례를 통해 느낀 점을 나누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영상을 좋아해 주신 이유는 담백한 정보 전달과 간결함, 약간의 위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앞으로도 어떤 정보든 담백, 간결, 위트 이 세 가지를 꼭 되새기려고 합니다.

정보를 전달할 때 담백한 정보, 간결함 그리고 위트


결론은 쌀로 밥짓는 이야기, 마케팅과 브랜딩에서, 진정성이라는 요소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인 요소라는 것. 김석현 디렉터의 영상처럼 어떠한 전략도, 복잡한 기획도 아닌, 순수한 자신의 일상과 중요한 순간을 담백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진정성으로 만든 메시지가 때로는 큰 마케팅 예산으로도 달성하기 어려운 감동과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고 데이터 혐오자가 될 필요는 없다. 마케터로서 데이터를 통해서 우리가 ‘왜’ 투자해야 하는지, ‘어떻게’, ‘누구’에게 투자해야 하는지 객관적인 지표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아이디어가 신뢰성과 설득력을 갖고 현실로 나오길 원한다면 반드시 ‘데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https://letter.wepick.kr/510/4410648/

김석현 디렉터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dolseok/

POSE NUMBER EIGHT 홈페이지_아카이브
https://www.posenumbereight.com/58

POSE NUMBER EIGHT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osenumber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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