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이 정확히 뭘 하는 거죠?

마케팅은 고객 관계를 만드는 일!
20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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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 마케팅이라는 책의 서문에 이런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이 책 저자인 ‘라자’가 MBA를 졸업하고 갓 입사한 회사에서 임원에게 질문을 받는 상황이죠.  

라자, 우리는 마케팅 부서 같은 건 없지만 그래도 이미 업계 선두로 올라섰어요.

내가 잘 이해를 못 해서 그러는데, 마케팅이 정확히 뭘 하는 거죠?

저자는 이 질문을 받고 상당히 당황합니다. 지금은 ‘포브스 선정(클리셰가 아니고 진짜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CMO라는 분이죠. 이 당시에도 이미 이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꽤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막상 저 질문에 답하려니 막막한 겁니다. 여러분이라면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요. 꽤 오래전 원래 스타트업에서 창업 멤버로 일하다가, 디지털 에이전시로 옮기게 됐습니다. 지금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당시 디지털 에이전시는 기능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죠. 직원들 뿐 아니라 대표님들도 디자이너나 개발자 출신이 많았구요. 

저는 원래 전공이 경영학인 데다, 기존 회사에서도 주로 전략과 마케팅 부분을 담당했던지라 제가 맡게 된 팀은 ‘마케팅 좀 아는 사람’들도 채우고 싶었습니다. 아, 쓰다 보니 저는 젊은 ‘라자’가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역할이었네요.

어쨌든 팀명도 ‘디지털 마케팅팀’으로 정하고, 채용을 위한 인터뷰에 들어갔죠. 저의 질문은 퀀텀 마케팅에 나온 사례와 비슷했습니다. 

“지원하신 분은 마케팅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많은 대답을 들었지만,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대답, 그리고 그 대답을 듣고 바로 직원을 채용했던 적은 단 한번 있었습니다. 

“글쎄요, 마케팅은 그냥 돈 버는 일 아닌가요?”



돈 버는 부서? vs. 돈 쓰는 부서?

흔히 마케팅은 ‘돈을 쓰는 부서’로 인식되곤 했습니다. 많은 부서 중 특히 영업팀 같은 곳에서 그렇게 생각을 하죠. 왜 그렇게 됐을까요? 이때의 ‘마케팅’의 의미는 주로 ‘브랜딩’을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브랜드를 알리거나, 충성도를 갖게 하는 목적이 강했죠. 최종적인 KPI는 주로 브랜드 인지도(주로 T.O.M)나, 소비자가 좋아하는 브랜드 1위 같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몇 년 연속 1위 같은 건 마케팅팀에서 반드시 사수해야 할 목표가 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이런 거 선정하는 기관도 우후죽순 늘어났죠.) 

브랜딩이 제일이던 시절, 각 분야 브랜드 1위가 되기 위한 각축전이 있었다. 돈을 주고 사기도 하고…

지난번 글에도 적었듯, 퍼포먼스 마케팅이 대중화되고, SNS가 광범위하게 쓰이기 전, 그리고 매스미디어가 몰락(?) 하기 전에는 ‘브랜딩’과 ‘마케팅’은 어느 정도 혼용되어 사용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마케팅은 어떤가요? 자사몰, 또는 프로모션을 함께 진행할 채널(쇼핑몰 등)과 협의해서 마케팅 플랜을 세웁니다. 어떤 상품을 누구에게 얼마 정도 팔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캠페인(광고) 예산을 책정하죠. 지금은 단순히 매출의 볼륨뿐만 아니라, 투자 대비 효율(ROI, ROAS 등)까지 면밀히 따져야 합니다. 과거의 마케팅이 철학이라면, 지금은 수학이랄까요?

정리해 보면, 그간 마케팅을 돈 쓰는 부서로 인식하게 된 것은 주로 ‘브랜딩’에 투자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 성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나며, 브랜드의 가치는 추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케팅도 돈을 버는 부서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렇기 때문에 ‘마케팅=돈을 버는 일’이라고 답한 직원을 뽑은 거구요. 

자, 그런데 지금은 이미 그런 세상이 돼버렸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죠. 너무 그쪽으로 갔거든요. 모든 것이 수치화 되다보니 브랜딩을 포함해 명확히 성과로 잡히기 어려운 일들에 대해서는 투자하기가 애매해진 겁니다. 



마케팅은 고객 관계를 만드는 일

지금의 마케팅은 돈을 버는 일이라거나, 돈을 쓰는 일로 구분해서 정의하긴 어렵습니다. 브랜딩이냐 마케팅이냐 이런 개념을 굳이 구분해서 말하기도 애매하죠. 

소셜 네트워크 시대의 마케팅은 결국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플랫폼의 MAU를 높이는 일, 우리만의 세계관을 만드는 일, 신제품이 출시되면 오픈런을 감수하며 기다리는 팬을 만드는 일 등이 모두 고객 관계를 형성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음식점에서 소셜미디어를 공유하는 이벤트를 자주 목격합니다. 일반적으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면 음료 등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죠.

사실 사진을 찍어 올리는 행위 자체가 번거롭기도 하지만, 음료수 하나 먹으려고 ‘자본주의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찍는 행위가 부끄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소비자들은 서비스를 받고 매장을 빠져나오며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을 지워버리기도 합니다

< 마케팅 브레인, 김지헌 지음 > 중에서

얼마 전, 요즘 트렌드의 핵심은 ‘취향’이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만.. 결국 취향이 같은 친구 같은 관계가 지금의 마케팅이 추구할 길입니다. 그리고 이젠 나의 캐릭터를 먼저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도 달라진 점이라 할 수 있겠네요. 

곰표, 시몬스, 빙그레, 오롤리데이, 파타고니아, 당근마켓 등 숱한 브랜드들이 커밍아웃을 하고 함께할 친구들을 찾아 나섰죠. (물론 배달의 민족처럼 스스로 선택한 캐릭터에 역공을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위에 인용한 글에서도 만약 나와 취향이 맞는 식당이라면 인스타 공유를 요청하기 전에 먼저 사진을 찍을 겁니다. 


지금 우리 회사의 마케팅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요? 아직 매스미디어 시대에 규정된 마케팅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진 않나요? 미디어가 바뀌고, 소비자가 바뀌었으니 이제 마케팅도 거기에 맞춰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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