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뻔한 광고를 이길까

커블 스트레칭 키트 자판기 아이디어 'Let's Stretch'
2022-12-26

해당 아티클은 에디터의 브런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https://brunch.co.kr/@studiowagzac/11

따봉! 딱 좋아!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따봉!”은 델몬트 주스, “딱 좋아!”는 청인 유산균, “남자한테…”는 천호식품 산수유 제품의 광고이다. 광고는 모두 들어봤겠지만, 제품들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광고는 유명한데 브랜드를 제대로 알리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이 광고들을 보며 우리의 방향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유명하지만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 광고들. 좌측부터 델몬트, 청인, 천호식품 광고.

퍼포먼스 마케팅과 우리의 방향성은 아이디어 측면에서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둘의 목적은 동일하다. 브랜드를 알리고, 브랜드가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광고를 만드는 과정에서 광고의 창의성이 결과보다 중요해지는 순간이 찾아오지는 않는지 경계한다. 회의 때에는 자주 브랜드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적은 옥외광고판, 혹은 브랜드 명만 계속해서 외치는 영상 광고와 우리의 아이디어를 비교해본다. 같은 예산을 쓴다면, 정말로 우리 아이디어가 더 나을까?

창의성을 표방하는 우리의 아이디어는, 정말 노골적이고 전형적인 광고판보다 나을까?

광고의 본질을 잊지 말자는 다짐을 자주 한다. 한 팀원이 광고 대행사 인턴이 되어 첫 출근을 하고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세상에 없던 광고를 만드는 건, 마케팅이 아니고 예술이다.” 검증된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이미 있는 것만을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마케팅이며, ‘창의적 광고 창작’ 같은 건 거의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우리가 잘 하는 일이 바로 그 창의적 광고 창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접 광고 대행사를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무턱대고 예술하지 않는 집단이 되기 위해, 아이디어가 창의적이고 새로울수록 정말로 광고판보다 나은지, 퍼포먼스가 어떨지 따져 본다. 

우리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이유는, 그것이 결과가 더 좋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전국민 바른자세 프로젝트, 커블

커블 스트레칭 자판기 아이디어도 이와 같은 질문과 계속해서 싸우며 발전시킨 아이디어이다. 커블은 자세교정용 보조의자를 판매하는 브랜드로, “전국민 바른자세 프로젝트”라는 메인 슬로건을 쓰고 있다. 또한 “커블체어는 당신의 바른 습관을 제안합니다.”라는 서브 카피와 함께 여러 콘텐츠를 통해 바른 자세를 위한 습관 형성을 돕는 스트레칭 콘텐츠를 배포하고 있다. 커블체어 제품 자체의 기능성에 집중하는 것보다, 바른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평상시의 습관 형성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전략이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바른 자세를 위해서는 습관 형성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소비자의 일상에 더 적극적으로 침투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트렌디한 편집샵인 오브젝트에서 판매하는 책상 생활자용 스트레칭 북처럼, 일상에서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좋아 보였다. 유튜브에 스트레칭을 검색하면 전문성을 갖춘 수많은 콘텐츠가 있는데 소비자는 왜 종이 책을 구매할까? 물성이 있는 사물을 소지하고 있으면 꾸준히 특정 행동을 상기하고 습관을 형성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커블도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 어떤 물건을 소비자에게 나눠준다면 브랜드 메시지 전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책상 생활자의 주 5일 틈새 스트레칭> 출처 : 오브젝트 

주제는 스트레칭으로 잡았다. 일상에서 생각날 때마다 실천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좋은 습관 만들기를 돕는다는 아이디어와 가장 잘 맞는 주제였다. 주는 물건으로는 스트레칭 북처럼 스트레칭 방식에 대한 설명을 포함하면서도, 조금 더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물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떠오른 것은 미니 지압봉이었다. 아쉬운 점은 브랜드 이미지와는 거리감이 있고, 스트레칭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물건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해빗 트래커이다. 해빗 트래커는 일정 기간 동안 꾸준히 실천할 긍정적인 습관을 적어두고 그 달성 현황을 기록하는 양식이다. 첫 줄에 스트레칭을 고정으로 표기해둔 해빗 트래커를 배포하면 소비자가 달성 현황을 체크하는 과정에서 꾸준히 브랜드를 노출시킬 수 있었다.

자판기로 굿즈 나눠주기

어떤 굿즈를 나눠줄지는 정했지만, 어떻게 나눠줄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했다. 인스타그램 댓글 이벤트, 팝업 스토어 무료 배포, 제품 구매에 따른 사은품으로 제공 등 다양한 방식을 생각했다. 매체에 대한 답은 스트레칭 콘텐츠의 개인화를 생각하다 얻을 수 있었다. 스트레칭의 종류는 부위와 목적에 따라 무궁무진했다. 여기에서 자신이 관심 있는 스트레칭 콘텐츠만 받아보려면, 소비자가 직접 고르는 것이 가장 좋았다. 목이 뻐근하다면 목 관련 스트레칭 정보를 고를 수 있어야 했다. 

마치 자판기에서 먹고 싶은 음료를 고르는 것처럼.

자판기가 개인화 된 스트레칭 콘텐츠를 배포하기에 최적의 매체라고 판단했다. 소비자가 자판기에서 부위를 직접 고르는 경험은 제공되는 굿즈의 소장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굿즈가 소비자의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활용되면 커블은 고객의 바른 자세 형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렇게 탄생한 아이디어가 커블 스트레칭 키트 자판기 아이디어, <Let’s Stretch>이다. 2030 소비자가 많이 모이는 장소에 이 자판기를 설치한다. 자판기에는 음료 대신 작은 박스 형태의 스트레칭 키트가 들어 있다. 소비자가 자신이 관심 있는 부위를 하나 선택하면 스트레칭 키트가 무료로 제공된다. 키트 안에는 해당 부위의 스트레칭 정보가 적힌 카드, 습관 형성을 돕는 해빗 트래커, 그리고 경품 드로우 카드가 들어 있다. 

<Let’s Stretch> 자판기와 키트 예시 시안

우선 카드에는 구어체로 쉽게 풀어 쓴 설명을 통해 스트레칭 방식을 알린다. 또한 지속적으로 카드를 휴대, 보관하도록 친숙한 일러스트를 삽입하고 탄탄한 종이 재질로 제작한다. 해빗 트래커의 첫째 줄에는 ‘스트레칭’이 적혀 있다. 소비자는 2주간의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 현황을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스트레칭을 실천할 수 있다. 경품 드로우 카드는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추가한 구성품으로, 카드의 QR코드를 촬영하면 경품 응모 링크로 연결되고 추후 추첨을 통해 당첨자에게 커블의 다양한 제품을 제공한다.

키트 구성품과 스트레칭 카드 상세 이미지

기획하고 나서 안 사실이지만, 자판기는 최근에 Z세대 트렌드 뉴스레터인 캐릿에 실릴 정도로 트렌디한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자판기를 활용한 캠페인에는 장점이 많았는데, 우선 설치 장소에 제약이 적고 비용도 적게 든다. 또한 소비자가 참여하기에 부담이 적어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 우리는 이 캠페인을 일러스트레이터와의 협업과 함께 시행하는 것을 제안했는데, 시각적으로 이목을 쉽게 끌며, 자판기를 하나의 포토스팟으로 만드는 효과를 기대했다. 

‘예술’하지 말자. 우리만의 예술을 하자.

마케팅은 결국 투자한 비용 대비 얼마만큼의 성과를 냈는지가 가장 중요한 활동이다. 다만 우리는 어떻게든 노출만 시키고 클릭만 하게 만들면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그 방식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전형적인 퍼포먼스 마케팅은 수많은 대행사 사이에서 우리가 차별점을 가지지 못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뜬구름을 잡는 ‘예술’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대신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소비자를 설득해 내는 과정이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게 우리가 가진 차별점이기도, 우리가 광고를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안서는 답변을 받지 못했지만, 오랜 시간 준비한 이 아이디어가 그냥 버려지는 것은 너무 아쉽다. 같은 예산을 들인 광고판을 이길 자신이 있는, 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광고 구제샵(@studiowagzac)에서 판매한다. 많은 관심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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