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그리고 사랑의 방정식

마케터의 인문학
2023-01-17

해당 아티클은 에디터의 브런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https://brunch.co.kr/@travlr/378

혹시 여러분은 ‘알쓸인잡’을 보시나요? 김영하 작가를 비롯해 김상욱 교수, 이호 교수 등이 출연해 ‘인간’에 대해 다양한 주제를 여러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입니다. 저도 나름 인문학에 좀 관심이 있다는 1인으로 꼭 챙겨보고 있는데요. 얼마 전 이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인간’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어요. 

그중 김영하 작가가 사랑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그래프로 설명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X축을 ‘매력’으로 놓고, Y축을 ‘신뢰’로 놓았을 때, 가까운 사람은 신뢰가 더 중요하고 상대적으로 덜 가까운 관계는 신뢰 보다 매력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하죠. (혹시 보신 분들은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사랑과 브랜딩의 그래프. 

저는 이 이야기에 참 공감을 하면서 또 한편으로 문득 떠오르는 책이 있었습니다. 케빈 로버츠라는 분이 쓴 ‘러브 마크’는 책인데요. 러브 마크라고 하면.. 여러 가지 상상이 동반될 수 있지만 브랜딩 관련 책입니다. 한때 제가 다니던 광고그룹의 임원 분이 쓴 책이고 마케팅 업계에서도 꽤 이슈가 됐던 책이죠… 지금은 절판됐는데, 그때가 ‘브랜딩’에 대한 관심이 좀 시들해진 시기가 아닐까 싶네요. 


이 책에서 케빈 로버츠는 가로가 사랑(Love)이고, 세로가 존경(Respect)인 4분면을 등장시킵니다. 품질이 평준화되고 새로운 광고가 먹히지 않는 지금 우리 제품은 ‘일용품(commodities)화’가 됩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면 된다는 거죠. 이와 관련해서는 ‘노브랜드의 시대 어떻게 브랜딩 할까’라는 글에서 이야기한 바 있고요. 

‘노’브랜드의 시대, 어떻게 브랜딩 할까?

그래서 케빈 로버츠는 브랜드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러브마크(lovemark)’입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신뢰는 높지만 사랑이 없는 단계가 ‘브랜드’이고, ‘러브마크’는 높은 존경과 사랑을 함께 갖춘 단계인 거죠.  

케빈 로버츠 ‘러브 마크’ 내용을 토대로 다시 만든 그래프

사실 저는 이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저 그래프를 보고 그리 큰 공감은 가지 않았습니다. 브랜딩에 ‘사랑’이라는 말을 붙이기는 좀 오글거리고, ‘존경’까지는 더.. 과연 우리가 존경하는 브랜드가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브랜딩에도 매력과 신뢰가 필요해.

김영하 작가가 ‘러브 마크’라는 책을 보셨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두 개의 인사이트는 꽤나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러브 마크에서의 ‘사랑’과 ‘존경’ 보다는 ‘매력’과 ‘신뢰’가 더 와닿더군요.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사랑’하거나 ‘존경’하는 브랜드가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르겠거든요. (모든 브랜드는 사랑과 존경받기를 꿈꾸겠지만..) 

‘매력’에 대해서는 마켓 5.0이라는 책에도 실려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 예전에는 유명 브랜드나 경험해 본 브랜드를 선호했지만 MZ와 그 이후 세대에서는 ‘매력’이라는 요소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죠.  

필립 코틀러 마켓 5.0

하지만 ‘매력’이 전부일까요? 러브마크에서 이야기한 대로, 또 김영하 작가가 이야기한 대로 ‘사랑’에만 기댄 브랜드는 (또는 그런 인간관계는) 오래 지속되기가 어렵습니다. 일시적인 ‘유행’이 될 가능성이 크죠. 인간의 관계처럼 결국 오래 지속되려면 ‘신뢰’가 필요합니다. 

요즘의 브랜딩은 순간적으로 ‘매력’을 어필해야 하기에 사실 신뢰까지 고민하긴 어렵죠. 수만은 경쟁 브랜드와 엄청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눈에 띄어야 하니까요. 

그렇다면 신뢰는 뭘까요? 어떻게 쌓아야 하는 걸까요? 이에 대해서도 알쓸인잡의 이어진 대화에서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김상욱 교수가 사랑 이후의 단계에 대해 ‘애인의 애인에게’라는 책을 인용하는데요. 원래 방송에선 짧게 나왔지만 저는 꽤 시간을 들여 책을 찾은 김에 좀 더 길게 인용해 보겠습니다.  

“마리, 결혼이 뭐라고 생각해?”
나는 엄마가 했던 말을 기억해 냈다.

“마리, 결혼은 서로가 서로에게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어주는 일이야. 극장에 가든, 쇼핑을 나가든, 여행을 가든 언제나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리란 걸 아는 거.” (중략)

서로에게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었다는 건 중요하고 사소한 수없는 약속들을 지켰다는 증거였다. 그것은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보상이다. (중략)

“지겨운 일이네”
“지겨운 게 결혼의 핵심이야.”

애인의 애인에게, 백영옥

여러분은 공감이 가시나요? 매력을 위해서, 또 요즘 이야기하는 ‘피보팅’ 같은 것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변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국 신뢰는 다른 것 보다 작은 기대와 약속들을 지켜 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참 그 사람답다고 느낄 때 신뢰가 쌓이는 것처럼 브랜드도 그 브랜드다움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이 신뢰가 아닐까요? 

때로는 새로움 대신 지겨움을 택하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최프로의 더 많은 생각이 궁금하다면?

✅ 브런치 https://brunch.co.kr/@trav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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