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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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글과의 통일성을 위해 존칭은 생략합니다.

어제 홍성태 교수의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북스톤, 2022) 북토크의 진행을 맡았다. 

사진 출처: 트레바리

북토크에는 최근에 인상적인 브랜딩과 마케팅으로 각광받는 분들도 게스트로 참여했다. 감자빵으로 수많은 사람을 춘천으로 오게 만든 ‘감자밭’의 최동녘 대표. 의외성 있는 컬래버레이션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곰표’의 브랜딩을 담당하고 있는 변은경 팀장. 테디뵈르 하우스와 GD약과로도 잘 알려진 프리미엄 약과 브랜드 ‘골든피스’의 브랜딩을 담당한 양지우 디렉터.

강연자와 게스트분들의 인사이트와 청중분들의 좋은 질문이 잘 어우러져 기대만큼 좋았던 북토크였다. 관심 있는 분들은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을 읽어보실 것을 추천한다.

본업이 브랜드 컨설팅/마케팅인지라 평소에는 늘 답을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진행자의 본분에 맞게 경청하고 의견은 최대한 자제했다. 이제 북토크는 끝났으니 못다 한 나만의 의견을 자유롭게 적어볼까 한다.


* 질문을 행사전에 미리 알고 있어서 북토크 전에 적어두었으나, 스포일러가 될까 싶어서 북토크 종료 후에 올립니다.

Q. 차별화 포인트,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는데, 이게 진짜 실전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생깁니다. 차별화 포인트를 잡고, 브랜드를 기획하고, 서비스를 오픈하는 과정에서 ‘이것’을 하면 수익화에 도움이 된다! 이런 전략적인 부분이 있을까요?

일단 ‘차별화’라는 말의 뜻을 알아보자.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차별은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서 구별함”을 의미한다. 즉 차별화란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만들어 고객에게 구별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차별화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정반대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은행은 믿을 수 있어야 한다”라는 모두가 공감하는 인식이 있다면 “은행은 믿지 못해야 한다”와 같이 정반대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믿기 힘든 놀라움을 선사하는 은행’이라는 콘셉트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홍성태 교수가 말한 POP(Point of Parity)와 POD(Point of Difference)도 또 하나의 방법이다. 그의 표현을 따르자면 POP는 유사점, POD는 차이점이다. 예를 들어 립밤(POP)인데 얼굴 전체에 바르는 립밤(POD)이 가히가 만든 멀티밤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이해하는 지점에서 시작하여 살짝 변주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차별화를 만들어 냈다면 이를 FOB와 연계하여 수익화를 계획한다.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에도 자세히 나와있지만 FOB는 각각 First(최초), Only(유일), Best(최고)를 의미한다. 차별화가 그저 차별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최초이거나 유일하거나 최고인 무언가로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다. 고객의 인지상에서 말이다.

“배가 오른쪽으로 기울면 가장 먼저 왼쪽에 서서 균형을 잡는다”는 일본 디자인 회사 넘버텐의 철학처럼 차별화를 통해 고객 인식의 새로운 균형점을 만들어야 한다.

Q. 사람들을 유혹하는 브랜드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면 뭘까요? (저 역시 매일 고민하며 분석하는 문제입니다만…) 힙한 브랜드를 만들어낸 실무자분과 브랜딩 마케팅 전문가에게 들어보고 싶습니다) 팁이 있을까요?

자크 라캉은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라고 말했다. 이 말에 유혹적인 브랜드의 공통점이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즉 사람들을 유혹하는 브랜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브랜드를 원하는지를 직간접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이다.

요새 핫플이라 불리는 음식점이나 카페에 가려면 1시간 기다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때로는 줄이 너무 길어서 허탕을 치기도 한다. 그것도 여러 번이나.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그 브랜드에 대해 좋은 감정보다는 짜증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의 음식을 지독히도 원하게 된다. ‘얼마나 맛있길래?’라는 궁금증과 함께. 마침내 경험을 하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인스타그램과 같은 공간에 긍정적인 리뷰를 남긴다. 수많은 시간을 들여 경험한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쓰는 것은 그동안의 시간을 헛되게 만드는 혹은 나 자신을 스마트하지 않은 소비자로 만드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즉 ‘좋아함’이 아닌 ‘원함’이 핵심이다.

명품은 어떠한가? 예전에 에르메스가 버스 정류장 광고를 하는 것을 보았다. 구매층을 생각한다면 터무니없는 매체 선정이다. 에르메스의 주요 고객층은 대부분 대중교통을 잘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라캉의 말을 곱씹어보면 탁월한 매체 선정이다. 에르메스를 구매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욕망하게 만들어 실제로 구매하는 사람들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것이다. 마치 자동차의 승차감은 본연의 기능에 따른다면 하차감은 그것을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에 기인하는 것처럼 말이다.

Q. 지속 가능한 브랜드 사업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처음에 이벤트를 하거나 전방위적인 마케팅을 통해 이름 정도는 알릴 수 있지만, 꾸준히 팬덤을 확보하며 중장기적으로 성장하는 일은 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를 꾸준히 성장시키고 알리는 팁이 있을까요?

마티 뉴마이어는 브랜딩은 부족(Tribe)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즉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기업이 고객을 모으고 유지하는 단계에서 고객이 스스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즉 고객의 참여도를 높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브랜드는 팬들이 뛰어놀 수 있는 세계관이 되어야 한다. 더 정확히는 아즈마 히로키가 말한 데이터관이 되어야 한다. 고정된 세계가 아니라 레고처럼 팬들이 마음대로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조작가능한 세계관인 데이터관을 만들면 지속가능한 브랜드가 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Q. 브랜드 마케터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이고 어떤 것들을 연습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브랜드는 고객 머리에 인식된 상품과 서비스이고, 브랜딩은 이것의 과정이다. 내 방식대로 브랜딩을 정의하면 “공급자가 추구하는 이미지와 소비자가 생각하는 이미지의 간극을 긍정적으로 좁히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브랜드 마케터에게 중요한 역량은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 싶다. 스티브 잡스 이래 인문학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는 결국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이를 위해서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심리학’,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언어학’, 과거의 패턴을 통해 인간의 행동방식을 유추할 수 있는 ‘역사학’ 등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한 가지를 더한다면 ‘소설’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면 끊임없이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는 연습이 필요한데 소설만큼 도움이 되는 장르도 드문 것 같다.

Q. 몇 년간 ‘취향맞춤’, ‘라이프스타일’을 키워드로 삼고, 세분화된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하려고 노력하는 브랜드가 많아졌는데 이를 표방하는 브랜드 가운데 눈에 띄는 브랜드가 있었는지, 현재 한국시장 소비자들의 취향은 과거와 비교해 어느 정도까지 깊어지고 달라졌을까요?

단연 젠틀몬스터이지 않을까 싶다. 십여 년 전만 해도 아이웨어 브랜드의 마케팅/브랜딩 방식은 단순했다. 대표적으로 “안경은 얼굴이다”로 크게 성공한 룩옵티컬이 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와 같이 상품의 기능을 단순 명료한 메시지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일종의 성공방정식이었다.

한국시장 소비자들의 의식이 높아지면서 이렇게 단순한 메시지는 잘 먹히지 않게 되었다. 너나 할 거 없이 이러한 유형의 광고를 하다 보니 차별화도 되지 않고 고객도 지루해진 것이다. 이때 언어를 다른 기호로 번역한 브랜드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침대 없는 광고를 하는 시몬스도 그중 하나다. 침대의 기능성을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시각’과 ‘청각’을 통해 느낌적 느낌을 고객에게 전한 것이다.

이를 가장 훌륭하게 해낸 브랜드는 위에서 말한 젠틀 몬스터다. 젠틀몬스터 매장 내에 안경이 자리하는 공간은 매우 일부분이다. 대부분의 공간은 전시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설치미술이 차지하고 있다. 고객은 오감을 통해 브랜드를 경험하게 되고 그 공간에 있는 안경은 ‘상품’이 아닌 ‘작품’이 된다.

로만 야콥슨은 ‘번역’을 크게 ‘언어 내 번역(rewording)’, ‘언어 간 번역(translation)’, ‘기호 간 번역(transmutaion)’으로 나누었는데, 현재의 브랜딩은 확연히 ‘기호 간 번역’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메시지를 언어가 아닌 오감으로 번역하는 브랜드가 각광을 받고 있다.

Q. 회사 소속으로, 프리랜서로 업무적인 마케팅과 브랜딩은 잘해왔는데 ‘나’라는 사람을 알리는 게 너무 어려운 거 같습니다. 퍼스널 브랜딩과 일반 브랜딩의 차이와, 염두에 두어야 할 포인트가 있을까요?

큰 틀에서 퍼스널 브랜딩과 일반 브랜딩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결국 고객의 ‘인식’에 대한 이야기이니 말이다. 다만 일반 브랜딩과 다르게 퍼스널 브랜딩은 브랜딩을 하는 주체와 대상이 동일하기에 객관적 인식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 다른 말로 상품과 서비스는 그것을 냉철하게 따져보고 장단점을 분석하기에 용이하지만 스스로를 그렇게 판단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공자도 70세가 돼서야 천하를 아는 것보다 나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지 않았는가.

그래서 퍼스널 브랜딩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포인트는 결국 ‘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메타인지를 통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튜브, 브런치, 인스타그램과 같이 공개된 장소에 ‘말’이나 ‘글’을 올려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고 나를 알아가는 것이다.

사르트르는 “실존은 본질에 우선한다”라는 말을 했다. 상품과 서비스는 그것이 만들어지기 전에 쓰임새가 정해지지만, 인간은 일단 만들어지고 의미를 찾아나간다. 퍼스널 브랜딩의 핵심은 이처럼 나의 의미, 상품과 서비스에 빗대면 쓰임새를 찾아나가는 데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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