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하루키 소설 정도는 나도 쓰겠다

NTT 동일본 인쇄광고 (2009)
2023-06-19

해당 아티클은 에디터의 브런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https://brunch.co.kr/@gounsun/32

なぜ、
同じ毎日を繰り返しているのに
未来をつくれるのか。

어떻게
똑같은 매일을 반복하고 있는데
미래를 만들 수 있는걸까


“그 정도 소설로 괜찮다면, 나도 쓰겠다”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 신인상을 탔을 때, 당시 그가 운영하던 가게에 동창이 들러서 했다는 말이다. 하루키의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현대문학, 2016)’에서 소개된 일화다. ‘그 말을 듣고 물론 불끈했지만, 그 정도의 소설이라면 아마 누구라도 쓸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루키는 글을 이어간다. 그의 문장은 어려운 단어나 화려한 표현이 적다. 쉽고 평이한 문장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작가다.

조금만 더 읽어 내려가면 ‘하지만 그 동창생이 그 뒤에 자기 소설을 썼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몇 년 전에  읽은 책인데, 300페이지가 넘는 내용 중에서 특히 이 부분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발언을 그 동창만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나도 쓰겠는데?”

내가 학생 시절에도 글 좀 쓴다는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그 친구가 소설을 썼다거나 등단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내 친구뿐이 아니다.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이 정도면 나도 쓰겠다’는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들이 있었다. 오래전 일이라 출처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꽤 많은 작가들의 글이나 인터뷰에서 읽었다. 이들은 최소한 작가가 되긴 했다. 꽤 좋은 글을 쓰는 작가도 있지만, 대부분 하루키 정도의 글을 쓴다고 평가받지는 않는다.

하루키는 호불호도 있고 평가도 엇갈리는 작가다. 일본의 어느 독자여론 조사에서 선정된 것 처럼 ‘지난 천년간 최고의 일본문인’인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 정도는 오르는 작가이다. “야구장에 관람을 갔다가 응원하는 팀의 타자가 1회 말 2루타를 치는 순간 소설을 쓰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그가 에세이에 쓴 내용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그가 야구를 보다가 불현듯 떠오른 생각을 술술 써서 한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가 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1~2시간씩 달리기를 해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글을 꾸준히 쓰기 위한 체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었다. 마라톤 대회에서 여러 차례 완주할 정도였다. 또한 그렇게 꾸준히 달리면서 삶과 문학에 대한 통찰을 키웠다고 한다. 달리기를 한 뒤에는 매일 정해진 시간만큼 꾸준히 글을 써 나갔다. 쉬워 보이는 글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루키 정도 쓰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오랜만에 하루키를 떠 올린 건, 이 광고 때문이다.  스즈키 이치로가 등장한 NTT 동일본의 인쇄광고. 평범한 이미지 옆에 자리한 비범한 카피가 울림을 주는 광고다.  

イチローはなぜ、
同じ毎日を繰り返しているのに
未来をつくれるのか。

이치로는 어떻게
똑같은 매일을 반복하고 있는데
미래를 만들 수 있는걸까

일본 프로야구 7년 연속 타격 1위. 메이저리그 신인왕 및 리그 MVP 동시 수상.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 메이저리그 최초 3000안타-500도루-골든 글러브 10회 수상. 메이저리그의 거구들 사이에서 최고가 된 동양인 야구선수. 이런 서술로도 충분치가 않다. 그는 야구선수라기보다는 구도자 같은 느낌이 든다. 그의 은퇴 전인 2016년 그를 다룬 한겨레의 기사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스즈키 이치로는 철학자다>.  24시간 수도승처럼 생활한다고도 말한다.

출처: https://www.hani.co.kr/arti/sports/baseball/750598.html

기사에 소개된 그의 규칙의 일부다.

– 경기 5시간 전에 경기장에 들어가, 같은 방식으로 스트레칭을 하며, 타격 준비를 한다.  

– 타격 연습 때는 3 볼-0 스트라이크를 생각한다.

– 타격할 때는 쪼그리고 앉았다가 어깨를 들고 플레이트 쪽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방망이를 쥔 오른팔을 투수 쪽으로 뻗고,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잡는다.

– 더그 아웃에서는 1인치 나무 막대기로 발바닥을 문지른다. 건강유지를 위해.

– 집에서 TV 볼 때도 선글라스를 낀다. 시력유지를 위해.

– 매일 아침 같은 음식을 먹는다.

이치로 이외의 어떤 지구인이 스스로 ‘나와의 약속을 한 번도 어긴 적 없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그는 재능이 아니라 루틴이 만든 천재였다. ‘똑같은 매일을 반복해서 미래를 만든다’니. 이치로를 설명하는 카피로 이것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겠다.

전면광고 버전에 나온 바디카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치로의 1주일은 마치

같은 하루를 일곱번 반복하고 있는 것과 같다.

언제나 같은 시간에 구장에 도착

글러브를 닦고, 스트레칭을 한다.

그리고 언제나와 같은 리듬으로 타석에 선다.

새로운 결과를 만드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치로가

미래를 계속 만들고있는 것은 왜인가.

그는 말한다.

확실한 1보를 쌓는 것 외에 멀리 갈 수는 없는 거라고.

통신도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의 1보가 모여, 큰 미래가 되는 것이라고.

진화를 계속해나가는 방법은 다른 것은 없다고.

이렇게, 미래는 오늘 만들어진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스즈키 이치로. 오늘의 평범한 약속을 꾸준히 지켜, 비범한 내일을 만든 사람들이다. ‘매일 루틴을 깨는 것이 루틴’인 나 같은 사람에겐, 그러한 삶이 어떻게 가능한 지 가늠조차 어렵다.

출처: GQ 2008년 인터뷰 (https://img.gqkorea.co.kr/gq/2008/12/style_55ee8e6b3912b.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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