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기업도 시작은 벤처였다”

東京海上日動 인쇄광고 (2017)
2023-07-04

20대 후반의 나이로 정미소를 하며 토지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남자. 대구 서문시장에 연 작은 상회로 다시 시작했다. 식료품을 팔다가 이후 청과물, 어물을 수출했다. 훗날 시가총액 400조가 넘는 삼성전자를 탄생시킨 삼성그룹의 시작이 될 거라고는 당사자도 몰랐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 역시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 소학교를 졸업하고 집안의 돈을 훔쳐 가출을 한다. 신당동의 쌀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다 가게를 인수했다. 쌀 배급제가 되면서 문을 닫았고, 자동차 수리회사를 차렸다. 훗날 자산총액 200조가 넘는 현대자동차의 시작임을 누가 상상했을 것인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발전과정에서 비판받을 일도 많았지만, 세계인들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된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규모, 기술력, 영향력 등 어느면으로 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단한 회사들이다. 그리고 가장 안정적인 기업들이다. 이 기업들의 입사를 고시(考試)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회진출에서 이룬 성공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시작점을 돌아보면 수십 년간 수없이 명멸해간 기업들처럼 내일을 알 수 없는 작은 벤처였을 뿐이었다.

성공한 벤처기업의 신화는 차고에서 출발한 애플 같은 전설 속에만 있지는 않다. 실리콘밸리식 성공 스토리의 전유물이 아니다. 또한, 네이버, 카카오 같은 기업들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이름을 댈 수 있는 성공 기업들 중 확실한 미래를 담보로 시작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바로 그 내용을 한 줄의 카피로 담은 것이 일본의 보험회사인 동경해상일동(東京海上日動)의 인쇄광고다. 심플하면서도 강한 카피만으로 이뤄져 있다. 어떤 이미지도 없다. 파란색 배경에 타이포만이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절대명제처럼 큼지막하게 얹혀져 있다.  

どんな大企業も

最初はベンチャーだった。

어떤 대기업도 

작은 벤처였다.

어찌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나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나 보다. 이 카피를 읽으며 새로운 발견을 한 듯 머릿속이 환기되는 느낌이다.

“어떤 대기업도 처음엔 작았다.” 
같은 이야기를 이렇게 썼다면 너무 당연해서 아무런 울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기업 초기의 작고 불안정한 상황을 기존 대기업들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벤처”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니 전혀 다른 느낌이 되었다.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하지 않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은 시각을 살짝 바꾼 그 단어 하나였다. 벤처라는 단어를 가져온 카피라이터의 선택에 감탄하게 된다. 

그렇구나, 그렇게 보니 경영의 신이라는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辛之助)도, 기술의 천재라는 혼다의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도 모두 벤처사업가들이었구나. 삼성의 이병철 회장, 현대의 정주영 회장도 처음엔 벤처사업가였던거구나.

이 이야기가 거창한 대기업들의 탄생신화뿐은 아닌 것 같다.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들도 그 시작은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벤처였다. 차범근, 박지성, 박세리, 박찬호 같은 스타들도 어려운 벤처 시절을 거쳤다. 그들이 해외로 진출할 때 성공을 확인받고 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유망주였을 뿐이었다. 어려운 환경에서 위기를 딛고, 작은 성공부터 쌓아가며 전설의 자리에 올라섰다.

SM, JYP, YG, 하이브 같은 성공한 엔터테인먼트 기업 중 지금 같은 성공을 확신하고 시작한 곳이 어디 있었을까. 가능성 있는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키워내며 작은 성공과 실패, 그리고 위기를 반복하며 지금의 이름을 만들어왔다. 

2013년, 7명이 소년들이 보이그룹으로 데뷔할 때, “얘네들 나중에 발표하는 곡마다 족족 빌보드 차트 1위도 하고, 비틀즈 만큼 유명한 팀이 될 거야”라고 얘기했다면, 어느 누가 믿었겠는가. 오히려 조롱하는 것처럼 생각되지 않았을까? 누군가는 웃으며 덧붙였을 거다. “방탄소년단? 이런 이름으로?” BTS도 벤처로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 자체가 그러하다. 벤처다. 모험이다.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다. 학교를 나와 취직을 하면 당분간은 보장된 급여를 받겠지만, 내 삶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한 개인으로서, 벤처의 시작이다. 그곳에서 성장해나갈지, 다른 곳으로 옮길지, 회사와 함께 어려움을 겪을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취직을 해도 그러할 진데, 프리랜서라던가, 스포츠, 연예인, 기술자, 사업 등 다른 선택지를 잡은 경우라면 더더욱 벤처의 삶이다. 

이 광고의 카피는 “어떤 대기업도 시작은 벤처였다”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시작은 벤처”인셈이다. 

정규영의 더 많은 생각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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