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에 익히는 것. 나는 실력을 그렇게 정의한다. 운동을 잘하는 것은 몸의 근육으로 익히는 일이다. 수백 수천번의 반복과 극복을 통해 내 근육 하나하나에 동작을 새기는 것이다. 김연아의 숨이 멎을 듯한 트리플 악셀, 손흥민의 파괴적인 드리블은 모두 근육에 새겨진 연습의 흔적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운동뿐이 아니다. 예술도 근육으로 익히는 것에서 시작한다. 똑바르게 획을 긋는 것을 팔의 근육이 받아들이는 것이 미술의 첫걸음이 된다. 몇 백번을 건반을 누르면서 피아노의 연주에 힘과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근육에 익히면 생각의 단계를 뛰어넘게 된다.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저절로 반응한다. 그때부터 진짜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 “상대방이 오른쪽으로 움직여 막으니 나는 왼쪽으로…”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 수준을 넘어선 뒤에야 실전에서 상대방과 맞설 수 있게 된다. “지금 ‘도’를 눌렀으니 다음에 ‘라’를 누른 뒤…” 같은 생각이 필요 없는 경지를 한참 지난 후에야 건반에 감정과 혼을 담은 예술이 표현되게 된다.
공부하기, 글쓰기, 아이디어 발상 같은 활동도 결국은 마음과 두뇌의 근육에 익혀진 것이 발현되는 것이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실력이 어느 날 폭발하면 놀라운 성과가 된다. 은반 위를 날아 전 세계를 매혹시키거나, 열세를 딛고 월드컵 16강에 진출한다거나, 연속된 음들로 공간을 채워 수많은 관객을 감동시키는 일이 생긴다. 예상을 넘는 성적, 읽는 이를 압도하는 문장, 보는 이를 사로잡는 영화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 믿을 수 없는 성과들은, 근육에 차곡차곡 쌓아 온 믿을 수 있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꾸준하게 만들어 온 실력이 결과를 낼 것이라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준비해 온 자신을 믿는 것에서 시작된다. 동경올림픽을 앞두고 방영된 미쓰이스미토모 은행의 광고는 바로 이 지점을 보여준다. 광고영상에는 조용히 시작하는 음악과 함께 긴장한 운동선수들의 표정이 스쳐 지나간다. 음악이 점점 고조됨에 따라 선수들도 스스로 용기를 불어넣으며 의지를 다진다.
결정적인 출발 순간. 음악이 멈추고 보는 이들의 숨도 멎는다. 그리고 검은 화면에 두줄의 카피가 꽂힌다.
信じられないことは、
信じることから生まれる。
믿을 수 없는 결과는
믿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함성!
음악, 영상, 편집감 어느 하나도 빠질 것 없다. 감각적으로 잘 만들어진 영상이다. 그러면서도, 놀라운 결과를 묵묵히 만드는 꾸준함의 힘을 멋진 카피로 표현해 냈다.
믿을 수 없는 결과를 우리는 가끔 ‘기적’이라고 부른다. 사전에 기적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지극히 상식적인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것, 이 광고가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나에게, 당신에게 어떤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앞으로 일어날까. 그리고 어떤 믿을 수 있는 과정이 지금 진행 중일까.
정규영의 더 많은 생각이 궁금하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