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은 등을 맞대고 공존한다

동경해상일동 신문광고 (2019)
2023-08-16

보험,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10년만에 연락한 친구?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에게 전화가 오면 둘 중 하나라는 농담이 있었다. 다단계 아니면 보험. 아주 우스개소리인 것 만은 아니다. 나도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제법 오랫동안 수많은 선후배 친구들의 연락을 받았다. 상경계열을 전공한 것이 이유일까, 다단계 보다는 보험영업 쪽이 훨씬 많았다.  

보험 아줌마? 지금은 사라진 말이다. 한때 보험영업은 금융지식에 대한 전문성 보다는 관계중심의 영업이라는 편견이 팽배했다. 그러나, 보험 영업조직은 오래전에 세련된 지식과 매너의 남녀전문가들의 무대로 바뀌었다. 

보험이란 말을 듣고 떠오르는 건 역시 ‘안심’ 아닐까. 보험은 “많은 사람들이 적은 금액으로 공동의 재산을 만들어 서로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제도”이다.(하나생명 홈페이지) 보험 회사들 마다 광고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여 미래를 보장받으며 안심할 수 있는 삶을 누리라고 이야기 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보험상품으로 안심을 산다. 

안심은 곧 안정이다. 보험은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대비하며, 예측가능한 삶을 약속한다. 안심은 또한 안전이다. 보수적인 잣대로 위험을 계산해야 공동의 자산을 위험없이 운용할 수 있다. 

안심, 안정, 안전. 이것이 보험의 속성이자 대표적인 이미지 일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동경해상일동의 신문광고는 고정관념을 깨는 의외의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 셈이다.

保険は
冒険から生まれた。

보험은
모험에서 시작됐다.

동경해상일동 화재보험은 1879년에 설립된 일본의 대표적인 보험회사이다. 일본의 손해보험업계에서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화재보험사를 가지고 있는 지주회사인 동경해상홀딩스는 일본의 모든 금융기관을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초거대 금융기업이며, 매출 규모가 한국의 거의 모든 보험사를 합친 것보다도 크다고 알려져있다. 

이 정도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기업이기에, 리더다운 메시지로 광고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광고는 2019년에 창업 14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메인 이미지는 인상적인 펜화로 그려져있다. 15~16세기 발전된 항해술을 기반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 등으로 진출하던 선단의 모습이다. 그 위에 ‘모험에서 보험이 시작됐다’고 큼지막하게 헤드라인이 배치되어 있다. 이 말의 의미는 바디 카피를 읽어보면 좀더 명확해진다.

대항해시대,
그 도전에 용기를 주기 위해 보험은 태어났습니다.
보험의 역사는, 도전의 역사입니다.

보험의 역사는 안전과 보장의 역사가 아니란다. 도전의 역사란다. 그렇게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그 옛날 무모해 보이는 모험이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 말의 ‘보험’과 ‘모험’처럼 일본어로도 保険(ほけん: 호껭)과 冒険(ぼうけん: 보-껭)의 발음이 유사하다. 발음과 의미를 살려 말맛을 높이면서도, 고정관념을 깨는 사실로 울림을 주는 좋은 광고 카피이다. 그런데, 이 카피가 마음에 오래 남았던 것은 보험의 유래를 알려주는 역사 때문만이 아니다. 평소 지나쳤던 세상의 이치를 생각하게 해주기 때문이었다.

진취적인 모험으로부터 안정적인 보험이 생겼다? 이렇게 대립되는 성격의 것들은 원래 하나로 묶여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끈다. 빛과 그림자, 동전의 앞면과 뒷면의 관계 처럼말이다. 사랑과 미움도 같은 뿌리에서 나와 얽혀있는 감정 아닌가. 어쩌면 고통과 쾌락, 아름다움과 추함, 선함과 악함도 모두 그런 관계 아닌가? 생각이 좀 더 점층하면 ‘세대간의 갈등도 그러한 것이 아닐까‘로 이어진다. 서로의 다른 사고방식으로 갈등하는 관계일 필요없다. 구세대가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 줄 때 새로운 세대가 힘차게 박차고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영희 선생의 저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까지 연결된다. 건강한 보수가 사회를 안정적으로 지탱해주면, 진취적인 진보가 세상을 한걸음 더 나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 사회가 발전하면서 모두가 함께 풍요로워지는 완벽한 그림이 아닌가. 물론, 현실에서 말처럼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겠지만.

극과 극은 서로 멀리 떨어져 마주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등을 맞대고 공존한다. 그렇게 존재할 때, 서로의 가치를 더욱 극명하게 발산하며 가장 완벽한 쓰임새를 완성한다. 약간의 비약을 곁들여 보험회사 광고가 이끌어 준 생각의 단편이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게 해준다.  

정규영의 더 많은 생각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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