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외국어 학원에 다니면 안된다고?

유캔 (ユーキャン) Web 영상광고 (2022)
2023-09-18

10년 전쯤 “40대 아저씨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란 리스트가 유행했다.

“멘토 놀이 하지마라 – 네 할 일이나 잘해라”

“가족에게 올인하지 마라 – 가족도 당신에게 올인하지 않는다”

“20대를 야단치지 마라 – 조언은 해주되 조롱은 하지 마라.”

“소녀시대도 제발 잊어라 – 아저씨 소원은 안 들어준다.”

40대 아저씨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 리스트를 소개한 신문기사.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8/30/2013083001350.html

그 밖의 많은 조언들이 뼈 때리는 통찰이란 평가와 함께 SNS 등을 통해 전파됐다. 대체로 고개를 끄덕일 법한 20~30여 개의 항목들이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유독 동의할 수 없는 항목이 하나 있었다.

이제 와서 외국어 학원 다니지 마라.
– 이제 외국어 하는 사람을 부려야 하는 나이다.

글쎄…? 우선 40대가 외국어 하는 사람을 부려야 하는 나이인지부터 의문이다.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부릴 수 있는 40대가 얼마나 될까 모르겠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왜 40대가 외국어를 공부하면 안 되는 걸까? 외국어를 잘하는 젊은이를 부릴 수 있으면 외국어 공부를 할 필요가 없는걸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주변에 부릴 외국어 인재가 없어 48세에 감옥에서 영어공부를 시작한 것일까.

굳이 이해를 하려 마음 먹으면, 그 취지를 이해 못할 정도로 꽉 막힌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이 어긋난 조언의 시작점에 깔린 전제를 녹록히 동의할 수 없다. 공부는 ‘배운 것을 활용해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리라. 물론 우리는 대체로 무언가 얻어내기위한 실용적인 목적을 가지고 공부한다.  취직을 위해, 업무에 도움이 되기 위해, 승진을 위해, 사업의 성공을 위해, 돈을 많이 벌기 위해도 공부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란 것을 우리는 안다.

많은 사람들은 ‘배우는 것’ 자체의 행복을 위해 배운다. 배우는 것을 통해 기쁨을 얻고, 배우는 것을 통해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배움 자체의 순수한 즐거움을 모르면, 40대가 되면 외국어 학원에 다니지 말라는 용감한 조언을 하게 된다.  

배움의 본질을 통신교육기업 유캔(ユーキャン)의 광고가 오히려 명확하게 보여준다. 유캔은 법률, 비즈니스, 미용, 디자인, IT 등 ‘배워서 써먹을만한’ 강의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광고의 문구는 배워 써먹자가 아니다.

유캔 2022년 Web 광고영상 캡처

さあ、変わっていく自分を楽しもう。
자, 변해가는 자신을 즐기자.

광고의 모델은 일본의 배우 안(杏)이다. 본명은 와타나베 안. ‘하나사키 마이가 잠자코 있지 않아’, ‘일본침몰’, ‘경쟁의 파수꾼’ 등으로 일드 팬들에게 낯익은 얼굴이다. 연기파 배우 와타나베 켄의 딸로 유명하다. 트랜스포머, 고질라, 인셉션 등으로 유명한 바로 그 배우.

딸과 아빠. 확실히 닮았다.

TV광고에서 모델 안은 바닷가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일본의 밴드 미스터 칠드런의 <花 -Memento-Mori-> 의 일부분이다.

負けないように 枯れないように

笑ってさく花になろう

ふと自分に 迷うときは

風を集めて空に放つよ

지지 않도록, 시들지 않도록

웃고 피는 꽃이 되겠지

문득 스스로에게 흔들릴 때

바람을 모아 하늘에 날려요

이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영상 속에는 자신의 생활에 충실한 가운데 어렵게 시간을 내 공부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서트 된다. 그 모습 위로 “언젠가 꽃을 피우기 위해 올해 무언가 배움을 시작하지 않겠습니까?”라는 내레이션이 흐른다. 

한 때 배움의 기회를 놓쳤다거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찾는 것이 통신교육 수요자의 일반적 특성이다. 여기서 피우려는 ‘꽃’이 새로운 사업의 기회일 수도, 새로운 취업자리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광고 속 마지막 카피의 목적지는 ‘변해가는 나 자신’이다.

많은 경우 ‘배워서 잘 써먹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된다. 결과가 그러하더라도, 배움이 의미를 갖는 것은 배움 자체에 있다. 배움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배움을 통해 우리가 배우기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배움을 통해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그 설렘 속에서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순수한 희열을 외면하며 던지는 ’40대 외국어 수강 불가론’은 조언이 아니라 성공한 꼰대가 던지는 막말이 될 수도 있다. 순순히 고개를 끄덕여줄 수 없다. 이 글을 쓰기 위해 10년 전의 리스트를 다시 읽어보니 전반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해 보인다. 일단 하나만 고쳐본다.

10년 전 : 이제 와서 외국어 학원 다니지 마라 – 이제 외국어 하는 사람을 부려야 하는 나이다.

지금: 외국어 학원 다녀도 된다 – ‘변화하는 나’를 즐기기에 충분한 나이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NVkpBdXjV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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