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새로움과 낡음의 기준은 무엇인가

JR동일본 포스터 (2015)
2023-11-14

“진보한 디자인은 박수를 받지만, 진부한 디자인은 외면당합니다.”

10년 전쯤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의 MC였던 모델 이소라가 유행시킨 말이다. 패션 디자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멘트답다. 새로운 것에 민감한 패션업계에서 ‘진부하다’는 말은 매우 치명적일 것이다. 진부하다의 진(陳)은 오래됐다는 뜻이다. 부(腐)는 심지어 썩었다는 뜻이다. 오래돼서 썩은 감각? 직업적 사형선고에 가깝다.

광고업계도 새로운 것에 민감한 동네다. 가장 인기가 많은 모델이 누구인지, 가장 뜨거운 화젯거리는 무엇인지, 유행하는 스타일은 무엇인지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광고 속 모델의 헤어스타일에도, 의상에 들어간 패턴에도, 손에 쥐어진 작은 소품 하나에도, 그리고 조그맣게 쓰인 자막의 폰트에도 그 시절의 최첨단 유행이 반영된다.  

새로움에 대한 추구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처음 나온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새로운가 아닌가’는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된다. 숱한 아이디어들 간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것들이 추려지고 다듬어져서 광고주에게 제시된다. 여기서도 적절한가, 효과적인가의 판단과 함께 또다시 새로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

“진부한데요.” 광고주의 이 한마디면, 잘 기획된 아이디어도 한 방에 날아가기 십상이다. 아무리 스토리가 재미있어도, 모델이 적절해도, 메시지가 임팩트 있어도 이런 반응이면 아이디어를 살려내기 쉽지 않다. 그래서 가장 듣기 두려운 말 중에 하나이다. 광고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그 ‘진부함’을 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 ‘진부함’이라는 것이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광고주와의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광고를 제작하는 실무팀 안에서도 ‘진부함’에 기준이 달라서 의견을 좁히지 못할 때가 많다. 어디서 본 듯한 상황이라서, 왠지 익숙한 표현기법이라서, 다른 곳에서 쓴 적 있는 모델이라서 등등… 수많은 이유로 아이디어나 결과물에 ‘물음표’가 붙고, 논쟁이 이어진다.

세상에 완벽한 새로움이 가능한가? 예전에 쓰인 적이 있는 소재나 스타일도, 상황에 따라 응용이 되면서 새로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손쉽게 다른 것을 차용하려는 시도가 아닌데도, 덮어놓고 ‘진부하다’고 평가를 하게 되면 설득도 쉽지 않고 답답한 상황이 되기 쉽다.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광고카피가 있다.  

新しいか古いか、
という考え方は古いかも。

‘새로운가 낡았는가’,
그런 사고방식 자체가 낡은 것일지도.  

철도회사인 JR동일본이 전개한 <Japanese Beauty Hokuriku> 캠페인에서 활용한 카피이다. 호쿠리쿠 지방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여행 캠페인의 문구이다.  아이디어나 스타일의 새로움과 낡음을 이야기하는 카피는 아니다. 이 캠페인 포스터들의 메인 비주얼은 젊은 관광객이 주인공이다. 주로 스타일리쉬한 차림의 젊은 여성의 모습이다. 모델의 세련된 느낌과 대비되는 고풍스런 거리와 실내, 그리고 자연이 묘하게 어울리며 아름다움의 공명을 자아낸다. 자연과 역사가 있는 관광지에서 새로운 감성과 가치를 발견하는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야기하는 대상은 다르지만, 결국 전하고 싶은 바는 통한다. 오래된 것도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새로운 것이 된다. 오래된 관광지가 구경할 가치가 없는 낡은 동네가 될 수도, 현재적 시각에서 새로움을 주는 곳이 될 수도 있다.

이소라가 ‘진보’와 ‘진부’를 논한 패션업계에서도 예전의 유행이 새롭게 재조명돼서 사랑받는 것은 흔한 일이다. 어떤 스타일이 20년 전에 유행했다는 사실만으로 진부하다고 평가되지 않는다. 지금 어떻게 해석해서 받아들여지냐에 따라 달라진다.

광고업계를 포함해서, 예술분야, 엔터테인먼트 분야 등도 똑같이 적용된다. 예전의 콘텐츠에서 소재나 스타일이 지금의 새로움이 될 수 있다. 소위, 뉴트로(Newtro) 열풍이 바로 그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새로운 감각으로 찾아내고 활용하면, 낡은 것이 그저 낡은 것에 그치지 않게 된다.


생각해 보면, 창작과 표현하는 직업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하다. 어떤 생각과 일도 최근에 나온 것인가 아닌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지금 어떤 의미를 갖는가가 중요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적은가, 많은가로 새로움과 낡음을 구별하기 어렵다. 지금 어떤 의미를 주는가에 따라 나이가 어려도 낡은 사람이 되고, 나이가 많아도 새로운 사람이 되기도 한다.

카피 그대로 ‘새로운가 낡았는가’만 따지는 기준과 사고방식 자체가 진부한 것이다.

유튜버 밀라논나. 본명 장명숙. 1950년생. 70대의 나이에도 젊은 세대에게 새로움의 가치를 전해주고 있다.  

정규영의 더 많은 생각이 궁금하다면?

✅ 브런치 https://brunch.co.kr/@goun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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