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역대급 실적이라 쓰고 위기라고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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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과 거래액이 반대로 갑니다

 네이버의 올해 3분기 실적은 말 그대로 역대급이었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거든요. 불황 속에서도 이와 같은 실적을 기록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국내 사업, 특히 커머스 부문으로만 좁혀 본다면 진한 위기감이 느껴집니다. 지난 분기 실적 발표 때부터 나타난 네이버 커머스의 성장 둔화가 2개 분기 연속을 이어졌기 때문인데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엔데믹과 불경기가 겹치면서, 성장이 급격히 둔화되었습니다. 올해 3분기 역시 전년 대비 8.0%에 그쳤는데요. 문제는 네이버의 국내 커머스 전체 ‘거래액’ 성장 역시, 8.2%로 이와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네이버 커머스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때만 하여도, 시장 평균 성장률을 2배 정도 상회하는 성장성을 보였는데요. 어느새 시장 평균 수준으로 주저앉은 것은 물론, 그 격차 역시 오히려 줄어들고 있습니다.

 반면에 네이버의 커머스 ‘매출’은 포쉬마크 편입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전년 동기 대비 16.2%나 증가하였는데요. 이처럼 거래액과 매출 성장의 차이가 벌어진다는 것은, 결국 네이버 커머스의 take-rate, 즉 수수료가 올라가고 있다는 걸 뜻합니다. 물론 이렇게 take-rate을 높이는 것은, 네이버의 탁월한 경영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이 너무 심해지다 보면, 일종의 쥐어짜기식 경영이 될 위험성을 가지고 있고요. 결국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결과를 불러올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네이버의 현재 행보를 보면, 조금 더 부정적인 결말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요.

돌려 막기는 위험합니다

 이렇게 네이버 커머스의 현재 모습이 위태위태해 보이는 건, 그간의 성장과 달리 최근의 좋은 실적은 자기 잠식을 통해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간 네이버 커머스는 크게 3가지 단계에 걸쳐 발전해 왔습니다. 가장 먼저 네이버 커머스의 성장을 이끈 건, 제휴몰 거래액이었습니다. 최저가 비교 검색을 토대로, 쇼핑 검색을 장악한 네이버가 일종의 통행료를 받으면서 시장에 들어왔는데요. 이때는 G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의 이익을 일정 부분 뺏어오는 방식으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서는 SME(Small and Medium Enterprise, 소상공인) 중심으로 스마트스토어 생태계를 키우며 2번째 성장의 기회를 만들었는데요. 당시 이커머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의 힘입어 네이버 역시 자연스레 거래액 규모를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근래의 네이버 커머스 성장은 크림과 브랜드스토어로 대표되는 이른바 버티컬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선 크림은 기대와 달리, 네이버 전체 커머스의 성장을 이끌 정도로 커주지 못하였고요. 브랜드스토어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매출과 거래액을 만들어 내는 것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제휴몰과 스마트스토어의 몫을 전환시키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이는 take-rate이 낮은 데서 높은 영역으로 거래액을 이전시키는 방식으로, 매출 성장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거래액 측면에선 변동이 거의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네이버 커머스 매출과 거래액 성장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는 거고요.

네이버 커머스는 플라이 휠의 동력원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기형적인 성장이 지속된다면,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은 어느 순간 급격히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이는 네이버 커머스의 경쟁력이 철저히 트래픽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네이버는 구매 여정의 첫 단계를 장악하고, 여기서 확보한 고객들을 무기로, 더 많은 셀러를 유입시키며, 이들의 가격 경쟁을 통해 얻은 최저가를 통해 다시 고객을 불러오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커머스 사업의 플라이 휠을 돌립니다. 다만 과거와 달리, 쿠팡처럼 앱을 통해 아예 고객을 바로 유입시키는 곳이 늘어나면서, 네이버의 영향력은 점차 감소하고 있고요. 이렇게 시작점부터 힘이 약해지면서 플라이 휠은 동력을 점차 상실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판매자 친화 정책으로 붙잡아 두었던, 셀러와 브랜드들마저 수수료 인상으로 인해 등을 돌린다면, 경쟁력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거죠. 이는 물류 인프라라는 실물 기반의 경쟁 우위를 가진 경쟁자 쿠팡과 달리, 네이버는 무형 요소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한데요. 네이버는 G마켓과 11번가 등 과거 커머스 강자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힘없이 무너져 버린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겁니다.

결국 본질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네이버가 이와 같은 파국을 막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앞으로 네이버는 업의 본질에 맞는 경쟁 우위를 다시 쌓아가야 합니다. 커머스를 포함하여 네이버가 영위하는 모든 사업의 경쟁력은 결국 검색 점유율에서 나옵니다. 따라서 매출 성장만큼이나 다시금 거래액 성장을 만들어 내고, 쿠팡을 다시 추격하려면, 검색의 품질을 높여야 합니다.

돌이켜 보면 과거 네이버가 이커머스 시장의 메기가 될 수 있었던 건, 과반수의 고객들이 온라인 쇼핑의 첫 여정을 네이버 검색으로 시작했기 덕분이었습니다. 이는 가격이라는 유통의 본질적인 요소를 충족시켜 주면서 작동할 수 있었는데요. 쿠팡이 편의성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고, 상품이나 가격을 독점하는 폐쇄적인 플랫폼들이 늘어나면서, 네이버 쇼핑 검색의 가치는 떨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네이버 최수연 대표가 지난 주주 서한을 통해 밝힌 것처럼 AI가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생성형 AI 기반의 검색이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다시 커머스 플랫폼들과의 경쟁에서 네이버는 새로운 차별점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과연 네이버는 커머스 사업의 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에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소식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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