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편의점 가보셨나요?
컬리가 CU와 손잡고, ‘컬리 특화 편의점(CU 타워팰리스점)’을 선보였습니다. 해당 매장에서는 카운터 전면에 조성된 ‘컬리존’에서 신선식품, 냉동식품, 간편식까지 컬리의 PB 상품 110여 종을 판매한다고 하는데요. 이와 더불어 CU는 이곳을 다양한 주종의 주류 300여 종을 구비한 주류 특화 매장으로도 활용한다고 합니다. 과연 컬리와 CU는 왜 손을 잡기로 결심한 걸까요?
둘의 인연은 2023년 7월에 맺은 ‘온·오프라인 플랫폼 기반 공동 사업 추진’이라는 업무협약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컬리의 김슬아 대표가 “컬리는 업무협약을 자주 하지 않는 데다가 흐지부지 끝내는 경우가 없다”라며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알려졌는데요. 이후 컬리멤버스의 CU 제휴 할인 혜택이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이번 특화 편의점 오픈까지 이어지며, 정말 무언가 결과물들을 꾸준히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렇게나 빠르게 협력 범위를 늘려가고 있는 이유는, 컬리와 CU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잘 메워줄 수 있는 좋은 파트너이기 때문입니다. 헬로네이처 사업을 종료하며 온라인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한 CU와 오프라인 거점이 절실히 필요했던 컬리의 니즈가 잘 맞아떨어진 겁니다. 특히 최근 컬리는 퀵커머스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라고 알려지기도 했지만요.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이번 편의점 CU 기반의 오프라인 진출이야 말로, 답보 중인 컬리의 현 상황을 타개할 묘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컬리와 CU, 둘은 제법 잘 어울립니다
컬리의 신사업은 다음과 같은 3가지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우선 정체된 거래액 성장을 촉진시킬 만큼 규모를 갖춰야 하고요. 동시에 초기 자본은 최대한 적게 들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익이 나는 구조로, 컬리 손익 개선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이런 면에서 퀵커머스는 결코 좋은 대안이 되기 어렵습니다.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해야, 매출을 늘릴 수 있기에, 확장 속도가 느리고요. 이를 빠르게 키우려면 반드시 많은 투자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아직 제대로 이익을 내는 곳이 없을 정도로 수익성마저 취약합니다.
반면에 컬리 특화 편의점은, 적은 투자로도 CU의 점포망을 통해 빠르게 전국 규모로 확대 가능한 데다가, 상품 판매 이익을 안정적으로 수취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정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렇게 컬리 PB 브랜드의 매출 규모가 확대되면, 규모의 경제로 인해 생산 단가도 효율화될 수 있는데요. 이는 본업인 온라인 사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다시 이어지게 됩니다.
추가로 둘의 브랜드 컬러가 모두 보라색이라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는 점도 재밌는 포인트였습니다
그렇다면 CU는 컬리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우선 높은 브랜드 가치를 가진 컬리의 PB는 그 자체로 CU 매장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줍니다. 과거 이마트24가 초기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노브랜드의 인기 덕분이었는데요. CU 내부적으로는 컬리의 제품들이 이와 비슷한 역할을 맡아주길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더욱이 최근에 편의점 장보기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데요. 컬리의 구색이 더해진다면, CU가 이러한 트렌드를 주도해 나갈 수도 있을 겁니다.
또한 CU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도 이미 상당한 트래픽을 가진 컬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요. 이번 편의점 테스트를 계기로, 모바일 주류 예약 구매 서비스인 ‘CU바(BAR)’를 컬리 앱에도 도입한다고 합니다. CU야, 당연히 마케팅 비용 없이 초기 고객을 손쉽게 확보 가능하고요. 컬리 입장에서도 어차피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주류를 CU에 내주고, 대신 새로운 고객을 유입시킬 수 있으니 이 역시 윈윈이라 할 수 있겠네요.
컬리의 미래는 상품에 있습니다
이번에 직접 방문해 본 컬리 특화 편의점은 기대보다 매력적이었습니다. 간혹 컬리에서 구매했던 상품이 필요하더라도, 최소 주문 금액을 채우기가 어려워서 포기했던 적이 종종 있었는데요. 이를 부담 없이 살 수 있다면, 자주 이용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각들을 하면서, 컬리 상품들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걸 문득 깨닫게 되었는데요. 다소 비싸다는 이미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장을 볼 때 컬리를 택하는 이유는, 그만큼 품질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입니다. 그간 컬리가 오랜 기간에 걸쳐 쌓아 온 이러한 브랜드 자산이야 말로 향후 지속될 경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아닌가 싶은데요. 배송 편의성은 물론, 가격 경쟁력마저 우위에 서 있는 쿠팡의 유일한 약점 역시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컬리는 앞으로 더욱 상품 차별화에 힘을 쏟아야 할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컬리는 더 이상 플랫폼이라는 틀에 갇힐 필요도 없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 이케아는 유통업체이면서 동시에 가구 제조사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고객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상품을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매장을 만든 것이지, 처음부터 본인들을 대형 유통 업체로 정의하진 않았습니다. 컬리 역시 그들이 추구하는 비전을 반드시 온라인 플랫폼 만으로 이룰 필요는 없을 겁니다. 오히려 더 본질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상품 경쟁력을 잘 활용하는 것이 ‘롱런하는 컬리’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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