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진짜 수수료는 도대체 얼마인 걸까요?

사실 피상적인 숫자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2024-01-17

아래 글은 2024년 01월 10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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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이 옳고, 네 말도 옳다

 쿠팡이 화가 났습니다. 발단은 1월 2일 자 한국경제 기사였습니다. 해당 기사는 쿠팡의 수수료가 45%에 달하는 사례가 있으며, 이는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요. 이에 대해 쿠팡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놓은 것은 물론, 법적조치까지 언급하며 격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여기서 쿠팡은 자신들의 최대 판매 수수료는 10.9%에 불과하며, SSG, G마켓, 11번가 등 대기업 계열 오픈마켓 대비하면 낮은 편이라고 항변하였고요.

 그렇다면 둘 중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누구일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양측의 주장은 모두 맞기도 하고, 동시에 틀리기도 합니다. 우선 한국경제의 기사가 가져온 숫자 자체는 팩트로 보입니다. 다만 판매가의 45%를 언급한 부분은 로켓그로스 이용 사례라 추정되는데요. 이는 일반적인 오픈마켓과 달리, 물류, 배송, CS 등을 모두 포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에, 당연히 수수료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일반적인 오픈마켓 수수료를 비교했다는 건, 잘못된 일인 거지요.

 하지만 쿠팡의 해명 역시 감추고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쿠팡의 오픈마켓 수수료 자체가 타사 대비 높은 수준이 아닌 건 분명 사실입니다. 그런데 쿠팡 내 이러한 일반 오픈마켓 거래액 비중은 크지 않은 걸로 알려져 있고요. 대부분의 매출은 직매입인 로켓배송과 로켓그로스를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기에, 실제로 수수료가 부담된다고 느끼는 소상공인의 수가 적지 않다고 알려져 있고요. 둘 다 일종의 의도적인 편집을 일부 가미했던 겁니다.

 때문에 이번 일은 본격적인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배울 점 또한 분명한데요. 이와 같이 이제 손쉽게 옳고 그름을 판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업의 경영 활동이 복잡해지고 있고, 따라서 이를 올바로 해석하기 위한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겁니다.

수수료 체계가 더욱 복잡해진 이유

 특히 유통업체의 수수료 체계는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쿠팡 역시 그러한데요. 쿠팡의 로켓그로스는 작년 3월 제트배송이 리뉴얼된 상품입니다. 사실 기존 제트배송의 수수료는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수수료는 25~40% 사이로, 상품 가격이 저렴할수록 그 수준이 높아지는 형태였는데요. 로켓그로스에서는, 판매 수수료는 기본이고, 보관, 배송, 입출고비 등이 별도로 부과되는 걸로 바뀌었습니다. 개편 직후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준 세분화가 실질적인 수수료 인상 효과를 노린 거라고 해석하였는데요. 수수료 체계가 복잡해지면 셀러는 정확한 마진을 계산하기 어려워지고, 따라서 정책 변화에도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복잡해진 수수료 체계는 사실상의 실질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러한 변화는 쿠팡 만의 것이 아닙니다. 소상공인 친화적이라고 알려진 네이버 역시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수수료는 업계 최저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상 필수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광고 비용까지 감안하면 그리 낮지 않습니다. 다만 초보 셀러일수록 명목 수수료만 계산하다 보니 이를 눈치채지 못할 뿐이었습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정기구독이나, 도착보장 솔루션 등에 추가 수수료를 붙이는 형태로 실질 수수료를 계속 인상시키고 있는데요. 이렇듯 수수료 체계가 점차 복잡해지면서, 네이버의 매출은 증가하나 입점 업체들은 이를 명확하게 인지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실질 수수료 인상 흐름은,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가 공고화되었기에,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고요.

플랫폼이 꼭 절대악은 아닙니다만

 하지만 그렇다고, 쿠팡이나 네이버의 이와 같은 행보를 플랫폼의 갑질과 횡포라는 프레임으로만 가두어 해석하는 건 위험합니다. 우선 플랫폼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인 효용 또한 분명 존재하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쿠팡의 존재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기도 합니다. 작년 기준으로 시중 가공 상품이 6% 오를 때, 쿠팡의 PB 상품은 오히려 1% 내려가며,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고 하니까요. 따라서 플랫폼 견제를 할 때는 이러한 점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이들의 성세가 영원히 지속되리란 보장도 없습니다. 쿠팡 역시 후발주자로 현재의 위치까지 올랐습니다. 따라서 혹여 쿠팡 역시 시장 지배력을 지나치게 남용한다면, 반드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대안 채널이 등장할 겁니다. 그래서 쿠팡 내부에서도 적정선에서 이를 잘 조율하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시장의 자정 작용에만 모든 것을 맡길 순 없습니다. 그렇기에 소비자와 셀러들은 시장의 변화와 개별 기업의 경영 활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정부 기관에서도 면밀히 이를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필요하면 개입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할 거고요. 다만, 앞서 말한 대로 문제는 점차 복잡해지고 있고, 사회적인 효용 부분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에, 부디 신중히 접근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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