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아날로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2024-01-31

이번 글에서 답할 질문들

1. 왜 사람들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경험을 찾을까? 
2. 왜 브랜드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경험을 제공할까?

안녕하세요, 작가 주넌입니다. 많은 것들이 편리한 디지털로 치환되고 있습니다. 손으로 필기하던 저는 이제 아이패드로 필기를 합니다. 다이어리에 하루의 계획을 체크하던 저는 이제 아이폰의 ‘미리 알림’을 사용하죠.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를 찾고 있습니다. 직접 LP를 재생하는 경험, 종이를 넘기는 경험, 손가락으로 셔터를 누르는 경험. 더 불편하고 비싼 경험을 자발적으로 구매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데이비드 색스’의 책 ‘아날로그의 반격’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아날로그 경험을 찾는 이유와 브랜드가 아날로그에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 편리한 디지털보다 불편한 아날로그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경험이 디지털 세계로 옮겨졌을 때, 사람들은 그 편리함에 매료됩니다.

‘스포티파이’는 직접 CD와 테이프를 구매해야만 들을 수 있었던 음악을 디지털 상에서 손가락 터치 몇 번만으로 무한히 들을 수 있도록 했으며, ‘아마존’은 직접 넓은 서점을 뒤져가며 구매했던 책을 클릭 몇 번으로 집까지 배송해 줍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다시 아날로그를 삶에 들이고 있습니다. 더 편리하고 저렴한 디지털 경험이 아닌 더 불편하고 비싼 아날로그 경험을 택하고 있습니다.


힙하고 젊어진 LP

스트리밍 서비스는 모든 곡을 찾아 들을 수 있으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곡을 자동으로 재생해 줍니다. 그러나 한정된 양의 음악이 담긴 앨범을 직접 구매해야 하며, 훨씬 번거로운 과정을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LP에 빠진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심지어 레코드판으로 듣는 음악이 디지털 파일로 듣는 것에 비해 음향적으로 더 뛰어나지도 않습니다. 요즘 스트리밍 서비스엔 고해상도 음질과 돌비 애트모스와 같은 공감 음향 같은 기술이 접목되어 있죠. 또한 LP 한 장의 가격은 스트리밍 한 달 구독 가격보다 비쌉니다.

그럼에도 미국레코드산업협회의 음악산업 수익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4100만 장의 LP가 미국에서 판매되었습니다. 미국 LP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17% 성장했으며, 실물 앨범 시장(CD, 테이프 등) 규모의 7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예스24’에 따르면, 30대 이하의 LP 구매 비율은 무려 37.2%에 달합니다. LP를 만져본 적도 없는 세대가 LP를 구매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LP는 젊은 세대에게 힙한 물건이 되었죠.

KPOP 시장에서도 트렌드에 맞춰 LP 형식의 피지컬을 발매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대카드’의 ‘바이닐앤플라스틱’, ‘뮤직컴플렉스서울’과 같이 LP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은 물론, ‘다이브레코드’, ‘웰컴레코즈’ 등 LP샵을 방문하는 이들이 늘고 있죠.


살아남은 종이책, 뜨고 있는 독립서점

해방촌의 독립서점, 별책부록 (출처 : 별책부록)

디지털 시대에 가장 먼저 소멸될 거라고 여겨졌던 아날로그 물건은 종이책이었습니다. 실제로 몇몇 사건은 종이책의 종말이 현실로 다가올 것처럼 느끼게 했습니다. 몇 년 전, 한국 서점 시장 점유율 3위였던 ‘반디앤루이스’가 파산했습니다. 

‘윌라’, ‘밀리의서재’ 등 기존 종이책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으며, 기존 오프라인 서점도 시대에 맞춰 온라인 e북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2018년 서점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신규출점이 5년간 1개로 제한될 정도로 수익성 악화 산업이었죠.

그러나 주인장의 취향이 담긴 조그마한 독립서점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서점 불황 속에서도, 2022년 한 해 동안 독립서점이 전국에 70 곳이나 늘었습니다. 사람들이 읽을 만한 양질의 종이책을 선별해 주는 공간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죠. 아직 종이책을 찾는 이들은 여전하며, 독립서점과 더불어 독서 모임 또한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2022년 세계 종이책 시장 규모는 약 463억 달러로 미미하지만 전년보다 2.2%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 소비가 활발한 미국에서조차 종이책 매출 비중은 아직까지 전체 책 시장의 약 70~80%에 달하죠. 전자책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전자책으로 종이책을 대체하기보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함께 읽는 하이브리드 독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아날로그 물건과 경험이 대체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CD와 LP를, 스마트폰 카메라가 필름을, E북이 종이책을 대체할 것처럼 보였죠.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아날로그가 소멸될 것이라 예상한 시점에 아날로그는 재부상했죠. 오히려 디지털로 편리함을 누리던 세대가 아날로그의 불편한 매력을 발견하고 다시 회귀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색스’는 “마치 하나의 대안으로써 포스트 디지털 경제가 출현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디지털 기술 덕분에, 아날로그 경험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극심한 대비가 아날로그의 매력을 끄집어낸 것이죠.


| 손으로 만져지는 경험이기에

왜 사람들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경험을 찾을까? 

사람들이 아날로그 물건을 사용하는 이유는 디지털 경험이 줄 수 없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편리함, 가격 외의 가치가 우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아날로그는 좋은 대체제가 되죠. 많은 이들이 허구의 디지털 경험보다 실체가 있는 아날로그 경험이 자신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고 믿고 있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묻는 ‘실재적 경험’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동원되는 물리적인 감각의 양에 있습니다. 아날로그는 더 많은 감각이 동원되는 더 귀찮은 경험입니다.

LP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다시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듣고 싶은 음악을 검색하고 터치 한 번으로 음악을 재생할 수 있습니다. 손가락 하나로 모두 해결되죠.

반면 LP는 매장에서 자신이 듣고 싶은 바이닐을 직접 고르고 구매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소유한 LP 중 재생할 앨범을 직접 고르고, LP를 앨범에서 꺼내 턴테이블에 올려놓죠. 이후 바늘을 내려놓고, 약간을 기다리면 노래가 재생됩니다. 

이처럼 아날로그 물건은 실제 손에 닿는 과정이 더 많죠. 효율성 측면에서 LP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기기 어렵습니다. LP를 재생하는 것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비해 몇 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아날로그 물건은 디지털 물건으로 대체될 수 없는 ‘실재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사람의 손길이 묻기에 더 큰 즐거움을 주죠. 물리적 사물과 경험이 사라져 가는 시대에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재적 경험은 큰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직접 참여하고 통제하는 ‘자발적 경험’

아날로그 경험은 자신의 선택과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어떤 LP를 들을지 직접 고르는 것, 또 음향부터 재생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통제하는 것처럼 말이죠.

배달음식, 냉동음식보다 직접 요리한 음식에 대한 평가가 후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이미 완성된 조형물보다 직접 땀 흘리며 조립한 레고나 퍼즐과 같은 오브제에 더 애정이 가죠. 사람은 적극적으로 과정에 참여하고, 자신의 노력이 담긴 경험에 더 큰 만족감을 느낍니다.

디지털에 비해 아날로그 경험을 더 쉽게 통제할 수 있는 이유는 아날로그의 유한함 덕분입니다. 메뉴판에 너무 많은 음료가 나열되어 있을 때, 오히려 고르기 어려울 때가 있죠. 디지털 상의 무한한 선택지는 오히려 자신의 선택과 취향을 반영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이 아날로그의 유한함이 경험의 가치를 높입니다. 수많은 음식이 나열되어 있는 뷔페보다 공들인 4,5가지 코스 요리를 제안하는 파인 다이닝이 더 만족감이 높을 때가 있습니다. 유한함은 희소성을 만들고, 희소성은 소중함의 가치를 만듭니다.


직접 내 손으로 찍은 세상, 필름카메라

코닥의 과거 포스터

스마트폰 카메라로 영화, 뮤직비디오를 찍는 시대이지만, 과거의 필름카메라를 애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손에 잡히는 경험을 얻고 싶기 때문이죠.

‘한국후지필름’에 따르면, 2022년 자사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23% 늘었다고 합니다. 또한 필름카메라를 대여해 주는 ‘언포모’나 필름카메라 인화를 전문으로 하는 ‘필름로그 현상소’, ‘망우살림’과 같은 공간이 주목받고 있죠.

핸드폰 카메라는 손가락 몇 번의 터치로 고화질의 이미지를 바로 얻을 수 있습니다. 곧바로 사진을 보정하여 더 이쁜 사진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죠. 반면 필름카메라는 뷰파인더를 들여다 보고 초점을 맞추고, 신중하게 셔터를 누릅니다. 

무한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휴대폰과 달리, 필름 카메라를 사용할 때는 기꺼이 필름 한 칸을 내어줄 만한 순간인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유한한 기회가 자신이 직접 사진을 찍는 행위를 더 소중한 경험으로 느껴지도록 합니다.

필름카메라는 신중을 가해도 완벽하지 않은 사진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디지털로는 깔끔한 사진이 나올 때까지 다시 찍기도 하죠. 그러나 필름카메라의 임의성과 예측 불가능성은 오히려 즐거움으로 다가옵니다. 자신의 물리적 감각을 동원해 직접 참여했으며, 자신이 직접 선택하여 얻은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30장 정도의 사진을 모두 찍은 이후 직접 인화소에 방문해야지만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무료인 핸드폰 카메라인데 반해, 인화는 비용이 발생하기도 하죠.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직접 자신의 손으로 세상을 담는 경험에 매료돼 필름카메라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아날로그는 디지털이 주는 편리함보다 더 큰 매력을 선사합니다. 아날로그 경험은 물리적인 감각을 더 많이 동원하는 실재적 경험이며, 자신이 직접 참여하고 선택한 경험은 더 큰 만족감을 불러일으킵니다.   


| 옛날 방식으로 다가가는 브랜드

아날로그가 주목받기 시작하자, 아날로그 물건과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 또한 성장하고 있습니다. 기분 좋은 문구를 판매하는 ‘포인트오브뷰’, 종이 잡지를 맘껏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종이잡지클럽’과 같은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브랜드가 아날로그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브랜드를 알리기도 합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설계하는 것이죠. 

다수에게 전해질 수 있는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를 택한 브랜드와 브랜드가 활용한 아날로그 도구들을 소개해볼게요.


믿을만한 깊은 콘텐츠, 종이 잡지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잡지가 발행되고 있습니다. 통계 상으로는 많은 잡지의 창간과 폐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지만, 소규모의 독립 잡지가 성장하고 있으며 영향력 있는 잡지가 늘고 있죠.

미니멀 라이프 매거진 ‘킨포크’, 힙한 비즈니스 잡지 ‘모노클’, 브랜드 매거진 ‘매거진 B’, 밀레니얼의 문화 매거진 ‘언유주얼’ 등 많은 잡지들이 디지털 콘텐츠를 제치고 살아남고 있습니다.

이제 브랜드도 잡지에 광고를 실기보다, 직접 잡지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직접 잡지를 기획하고 발행해, 브랜드의 지향점을 보여주고 있죠.

마약베개, 셀프 다운펌 등 다양한 물건의 유행을 이끈 ‘블랭크코퍼레이션’은 ‘로우프레스’와 함께 하나의 도구를 선정하여 집중 조명하는 매거진 <TOOLS>를 발행합니다.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nau’는 1년에 1회 하나의 도시를 선정해 도시와 사람들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삶을 탐구하는 로컬 다큐멘터리 매거진을 발행하죠.

디지털에서 활동하는 브랜드가 아날로그적 도구인 잡지를 발행하기도 합니다. ‘배달의 민족’은 ‘매거진B’와 함께 하나의 음식에 주목한 ‘매거진 F’를 발행합니다. 또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에서 개성 있는 활약을 펼치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잡지 ‘find’를 발행합니다.

‘배달의 민족’의 브랜드 매거진, ‘매거진 F’ (출처 : 배달의 민족)

종이로 된 콘텐츠는 디지털 콘텐츠보다 더 많은 감각을 자극합니다.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며 텍스트를 느낄 수 있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는 것을 체화할 수 있도록 하죠.

또한 디지털보다 종이로 읽는 콘텐츠가 더 몰입하기 쉽습니다. 디지털 콘텐츠는 자신이 읽는 정보를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팝업 광고, 다음 콘텐츠로 향하는 링크 등 주변의 과도한 정보들은 텍스트에 온전히 몰입하기 어렵도록 하죠. 그에 반해 종이 콘텐츠는 온전히 텍스트에 집중할 수 있으며, 더 깊이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렇기에 브랜드의 종이 잡지는 브랜드의 생각과 지향점을 더 깊게 전할 수 있습니다. 몰입할 수 있는 매체를 통해 브랜드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체화할 수 있도록 하죠. 잡지는 몰입의 경험을 제공하는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데이비드 색스’는 빠른 속도로 제작되며, 언제든 수정 가능한 온라인 콘텐츠와 달리 종이에 잉크로 인쇄된 콘텐츠는 한 단계 높은 신뢰성을 부여한다고 말합니다. 잡지, 책 등 종이에 담긴 콘텐츠를 더 믿을만한 정보라고 여기는 것이죠. 

그렇기에 휘발성이 높은 디지털 콘텐츠보다 신뢰성 높은 잡지를 통해 브랜드의 생각과 지향점을 전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잡지는 브랜드의 진정성을 전할 수 있는 매체인 것이죠. 

‘아니 무슨 잡지까지 만들어?’라는 생각이 오히려 잡지를 제작하는 브랜드의 진심과 전문성을 강화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더 번거롭고 비싼 잡지를 제작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브랜드의 진정성을 높이죠. 잡지를 쓸 정도로 그 분야에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출처 : 유니클로

‘유니클로’의 브랜드 매거진 ‘LifeWear’가 좋은 예시입니다. ‘유니클로’는 일본의 글로벌 SPA 패션 브랜드로,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모두 담당하는 브랜드입니다.

SPA 브랜드에게 따라오는 단어는 바로 ‘가성비’입니다. 한 번에 많은 양의 옷을 제작하고 유통하기에 다른 브랜드에 비해 저렴하게 판매되죠. 

또한 SPA 브랜드는 트렌드에 맞춘 아이템을 빠르게 제작하여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에 브랜드만의 ‘다움’이 짙지 않습니다. 유통업체라는 인식이 강하며 SPA 브랜드만의 스타일에 매료돼 브랜드를 소비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유니클로’는 에센셜 한 아이템에 집중하며, 다른 SPA 브랜드에 비해 적은 품종을 지녀 재고를 잘 남기지 않습니다. 

SPA 브랜드임에도 ‘유니클로’는 브랜드로 여겨집니다. ‘유니클로’의 감성과 다움에 매료된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는 분명 ‘유니클로’가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유니클로’는 가성비 좋은 SPA 브랜드에서 벗어나 이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으려는 행보를 보입니다. 그 도구로써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잡지를 활용하였죠.

‘유니클로’는 ‘뽀빠이’와 ‘브루터스’의 편집장 ‘기노시타 다카히로’를 필두로 1년에 두 번 발행하는 브랜드 매거진 ‘LifeWear’를 제작합니다.

이 매거진은 옷을 통해 모든 사람의 일상을 보다 풍요롭고 편안하게 만들고자 하는 유니클로의 철학이 담겼습니다. ‘LifeWear’는 전 세계 도시와 로컬 지역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하죠.

예술과 삶, 기능주의와 삶, 지속가능성과 삶, 도시와 삶. ‘유니클로’의 이야기를 전하기보다 특정 주제와 삶을 연결하고 조명하며, 이를 패션과 엮어냅니다. ‘뽀빠이’와 ‘브루터스’, 두 매거진을 성공시킨 ‘다카히로’의 편집력이 한껏 드러나,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받습니다.

가성비 SPA 브랜드에서 삶을 제안하는 패션 브랜드로 인식되기 위해 브랜드의 생각과 철학을 담은 잡지를 내는 것. ‘유니클로’는 자신의 진정성과 전문성을 전하기에 아날로그 도구인 종이 잡지를 적절히 사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맥락 속에서 전해지는 브랜드, 옥외 광고

왼쪽 : ‘슈프림’ 도산 스토어 옥외 광고, 오른쪽 : 영화 ‘타깃’의 홍보 게릴라 포스터

온라인상에서 브랜드를 노출하는 것은 오프라인에서 노출하는 것보다 저렴합니다.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브랜드를 전할 수 있죠. 그러나 고객의 기억에 더 오래 남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오프라인에서 브랜드를 보여줄 때, 더 강렬하고 오래 기억되는 경우가 있죠. 최근 옥외 광고를 활용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습니다. 

최근 ‘슈프림 도산 스토어’의 옥외 광고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슈프림’ 스케이트보드를 들고 맨해튼 145번가 지하철역을 달리는 타이숀 존스의 모습과 함께 스토어의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 648’이 적혀 있죠. 슈프림을 좋아할 만한 힙스터들이 있을만한 이태원에 설치되었습니다.

최근 게릴라 포스터를 활용한 마케팅이 늘었습니다. ‘이 사람과 중고거래 하지 마세요. 사기꾼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QR코드를 비치한 포스터가 서울 전역에 깔렸습니다. 이는 중고거래 범죄를 다룬 영화 ‘타겟’의 홍보 포스터였습니다. 중고거래를 애용하는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죠.

이 두 광고가 온라인에서 노출되었다면 어땠을까요? 저는 오프라인에 존재했기에, 타깃의 눈길을 사로잡았으며 그들에게 오래 기억에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역의 ‘넷플릭스’ 옥외광고 

오프라인 상의 광고는 브랜드에게 언제 어떤 식으로 광고를 노출할 것인지에 대해 더 많은 통제력이 주어집니다. 타깃 고객이 존재하는 곳 그리고 타깃 고객의 맥락에 맞춘 광고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적절한 광고는 브랜드를 좋아해 줄 고객과 마주칠 확률을 더 높입니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온라인 광고에 비해 맥락 속에서 타깃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창구이기 때문입니다. 

매일 출근길에 주식창을 바라보는 30대 직장인에게 전해지기 위해 선릉역에 ‘잘 파는 게 투자다’라고 말할 때, 힙한 젊은 세대에게 전해지기 위해 한껏 꾸미고 놀러 가는 성수 길거리에 명품 브랜드의 화보가 걸려 있을 때, 타깃 고객과 브랜드가 마주칠 확률이 높으며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또한 디지털 광고는 종종 사적인 공간을 침해하는 방해물로 여겨집니다. 실제로 디지털에서 광고를 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유튜브 프리미엄처럼 돈을 주고서라도 광고를 보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존재하죠. 또한 거의 모든 브랜드가 온라인을 활용하기 때문에 경쟁이 심화되기도 하였죠.

이때 인쇄광고나 옥외광고는 좋은 대안이 됩니다. 실제 세상에서 고객과 마주치며, 고객의 맥락 속에서 브랜드가 전해진다면 브랜드는 더 기억에 남죠. 

운행 노선에 맞춰 제작된 지하철 광고, 지역을 활용한 핀스킨 광고, 거주민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바뀌는 엘리베이터 광고, 해당 지역을 방문하는 타깃에게 말을 거는 게릴라 포스터까지. 

온라인상에서 보다 오프라인에서, 브랜드는 고객과의 접점을 더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고객과 관계 맺는 가장 빠른 길, 내부 직원

팝업 스토어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브랜드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고 판매하는 브랜드 스토어가 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찾아보기보다, 직접 오프라인에 방문하는 고객도 늘고 있죠.

온라인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국내 패션 브랜드 ‘새터’와 ‘마르디 메르크디’는 각각 성수와 이태원에 스토어를 냈습니다. 또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PB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는 오프라인 스토어를 통해 성장 중이며, 미국의 온라인 안경 쇼핑몰 ‘와비 파커’ 또한 오프라인 스토어가 성장의 변곡점을 만들었습니다.

많은 브랜드가 오프라인 스토어를 택한 이유는 더 기억에 남는 실재적 경험을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리테일이 등장하기 이전의 오프라인 리테일은 필요의 소비를 이끌었다면, 요즘은 구매보다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 방문합니다. 웹에서의 쇼핑보다 브랜드를 더 즐길 수 있는 곳이 된 것이죠.

브랜드는 오프라인 스토어에 브랜드의 다움이 가득한 인테리어와 음악, 향을 더하고 있습니다. 국내 패션 브랜드 ‘아더에러’ 매장에서 매 시즌 감각적인 전시를 관람하며 이들의 ‘예술성’을, ‘러시’의 매장에 쌓여 있는 날 것의 제품을 보며 이들의 ‘친환경’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지만 이러한 경험적 요소들이 시간을 내고 방문하고 싶은 공간을 만듭니다. 물리적인 감각이 동원된 브랜드 경험은 타깃 고객과 브랜드를 연결될 확률을 높입니다.

왼쪽 : ‘이솝’의 개수대, 오른쪽 : ‘러시’의 오프라인 매장 POP

특히, 오프라인 매장 경험에서의 핵심은 매장 직원과의 소통입니다. 온라인과 달리 오프라인에선 면대면으로 사람과 관계 맺으며 공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때 고객은 오프라인에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확한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에게 맞는 제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추천받을 수 있죠. 알고리즘에 의존한 추천보다 핸드셀링 문화가 더 강세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직원분들의 안목과 큐레이션은 알고리즘 추천과 달리 사람과 사람이 관계 맺는 것이기에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진 직원분들의 친절함은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듭니다. 브랜드 스토어와 매장 직원은 고객과 브랜드가 연결될 계기를 만듭니다.

‘스타벅스’가 진동벨이 아닌 이름을 불러주는 이유, ‘러시’와 ‘이솝’이 고객의 손을 씻겨주는 이유, ‘애플’ 스토어의 직원이 과할 정도로 친절하게 정보를 알려주는 이유. 모두 브랜드 스토어에서의 내부 직원과의 관계 맺는 경험이 고객에게 브랜드를 기억할 계기가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줄 수 없는 것이죠.


미국의 온라인 안경 브랜드 ‘와비 파커’의 창업자 닐 블루멘털은 ‘창업하는 데 이렇게 돈이 적게 들었던 시대는 없었다. 하지만 성장하기 이렇게 어려운 적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디지털 시대는 브랜드에게 고객과 더 쉽게 만날 수 있는 효율적인 창구를 제공했지만, 모두가 온라인으로 향하기에 온라인에서 전해진 브랜드는 쉽게 묻힌다는 것이죠.

오히려 오프라인 경험을 선사한 브랜드가 고객의 기억에 자리 잡습니다. 브랜드는 기억되기 위해, 실재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아날로그 경험 또한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고객의 손에 잡혀야 하기에

브랜드는 왜 아날로그 경험을 제공해야 할까?

브랜드는 경험돼야 합니다

브랜드가 기억되려면 경험돼야 합니다. 사람들은 브랜드와 만나는 접점에서 경험한 단서들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이해합니다. 

광고, 직원, 공간, 입소문 등 다양한 접점에서 브랜드를 경험하죠. 그렇기에 고객과의 접점을 관리해야 합니다. 또한 의도적으로 브랜드의 ‘다움’이 담긴 경험을 제공하여 고객과 연결될 계기를 만들어야 하죠. 

일본의 기획자 ‘호소야 마소토’는 “한번 ‘좋은 기억’으로 남은 브랜드 경험은 물건을 구입해야 하는 시점에 되살아나요. 그 기억은 수많은 경쟁사를 제치고 해당 브랜드를 계속 선택하게 만들죠.”라고 말합니다.

어릴 적, 엄마가 해주던 일본 카레가 좋아서 성인이 되어서도 ‘발몬드 카레’를 구입하고, ‘보마켓’에서 탈취제를 돌에 뿌려 맡은 경험이 기억에 남아 ‘희녹’의 제품을 구입했던 것처럼 말이죠.

브랜드는 경험을 제공하여 더 인상 깊은 내면의 기억을 설계해야 합니다. 강렬한 경험은 깊은 기억을, 깊은 기억은 브랜드와 연결될 계기를 만듭니다. 고객이 경험했으면 하는 브랜드 다움을 잘 정립하고, 이를 고객의 입맛에 맞게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하죠.

이때, 실재적 경험을 제공하는 아날로그 경험은 강렬하고 깊은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좋은 기억을 만들 수 있는 장치이죠. 그렇기에 브랜드는 실제 고객의 손에 잡히고 보일 수 있는 아날로그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브랜드를 아날로그로 경험했을 때

1) 더 강렬하게

아날로그 경험은 브랜드를 더 오래 기억에 남도록 합니다. 실제 세상에서의 진짜 경험이기 때문이죠. 고객은 온라인 경험의 편리함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오프라인 경험의 즐거움을 기억하죠. 

실제로 만져보고 웃고 떠들었기에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물리적인 경험을 전하는 아날로그는 브랜드를 전할 좋은 도구입니다. 

2) 더 구체적으로 

아날로그 경험은 브랜드를 더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합니다. 브랜드의 지향점, 라이프스타일은 추상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이를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무언가로 변환시켜 고객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아날로그 경험은 실제로 브랜드가 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더 구체적으로 전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에서 전하는 것과 달리, 실제로 손에 잡히기에 브랜드가 전하는 메시지를 구체적으로 전할 수 있는 것이죠. 

직접 ‘파타고니아’ 매장에서 오래된 제품을 수선하는 모습을 경험했을 때, 직접 ’29cm’의 매장에서 그들의 큐레이션을 관람했을 때, 브랜드의 진심과 지향점을 느끼게 됩니다. 

3) 더 다르게

마지막으로, 아날로그 경험은 차별화된 경험이 되었습니다. 디지털에 익숙해진 세대에게 다르게 다가갈 수 있죠.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경험하지 못했던 LP, 필름 카메라 등 아날로그 물건이 오히려 힙하게 다가가는 이유와 같습니다.

경험돼야 하는 브랜드에게 아날로그는 좋은 도구가 됩니다. 더 만족감 높은 실재적 경험을 제공하며, 브랜드의 지향점을 구체적으로 전할 수 있죠. 또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아날로그는 색다른 경험이 됩니다. 아날로그 접점은 브랜드가 온라인 접점에서 만들 수 없는 고객 가치를 만듭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를 좋아합니다. 디지털 시대가 고도화될수록, 이 욕망은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날로그 물건이 아닌 아날로그의 이유를

아날로그 트렌드엔 이유가 있습니다. 아날로그를 원하는 이유는 디지털이 줄 수 없는 실재적 경험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레트로, 뉴트로라는 이유로 그 물건을 굿즈로 활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브랜드가 건넬 수 있는 아날로그 경험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봐야 하죠.

온라인 푸드 플랫폼 ‘컬리’가 최근 첫 오프라인 공간인 ‘오프컬리’를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컬리가 주제에 맞춰 큐레이션 한 상품은 물론, 미식 기반의 도슨트 프로그램을 예약하여 참여할 수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삶을 제안하는 ‘컬리’가 제안할 수 있는 아날로그 경험이 바로 재료에 대한 전시와 셰프의 요리를 직접 관람하는 경험인 것이죠.

‘오드’는 해외의 다양한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고, 큐레이팅하는 브랜드입니다. 이들은 더 좋은 음악과 소리와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택한 아날로그 경험은 바로 최첨단 오디오로 채운 영화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운즈 한남’에 ‘오르페오’라는 국내 최초의 음악 콘텐츠 전문 상영관을 만들어, ‘오드’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죠.

디지털 시대가 계속될수록 반대로 사람들은 아날로그적 경험을 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실제로 자신의 몸과 손을 사용할 때, 자신이 직접 참여하고 노력을 들일 때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죠.

브랜드가 전하는 아날로그 경험은 고객과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는 접점이 됩니다. 브랜드에게 아날로그는 자신의 브랜드를 더욱 깊이 전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1. 왜 디지털 시대에 사람들은 아날로그 경험을 애용할까?

편리한 디지털이 줄 수 없는 불편한 아날로그만의 가치를 택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자신이 직접 참여하고 통제하는 실재적 경험은 디지털 시대에 소중해졌으며 더 큰 만족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2. 브랜드는 왜 아날로그 경험을 제공해야 할까?

브랜드는 고객이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브랜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느껴져야 하죠. 이를 아날로그 경험을 통해 실재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할 때, 고객은 브랜드의 생각을 더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아날로그 경험은 브랜드와 고객이 연결될 강력한 계기를 만듭니다. 


마지막 한마디

어떠한 계기로 멀었던 브랜드가 가까워지곤 합니다. ‘토스’의 브랜드 책을 읽었을 때, ‘호카오네오네’의 매장 안 트레드밀에서 이들의 신발을 체험해봤을 때, ‘매거진 B’의 10주년 전시를 관람했을 때처럼 말이죠. 대부분의 계기가 브랜드의 메시지가 손에 잡히고 눈에 보였던 아날로그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아날로그 방식으로 여러분에게 다가온 브랜드를 떠올려보세요. 

더 많은 브랜드의 이유 만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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