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소니 워크맨 TV광고(2009)
2024-02-28

언젠가 본 한 예능 프로그램. 메인 MC인 유재석이 예전에 쓰던 MP3플레이어를 복원하는 에피소드가 나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고친 아이팟에는 그가 즐겨 듣던 1,200여 곡이 들어 있었다. 2010년대 중반에서야 스마트폰으로 바꿨다는 그는 꽤 오랫동안 MP3 플레이어를 썼다고 한다. 그 1,200곡 안에는 10대 때 즐겨 듣던 음악부터 비교적 최근까지의 곡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출처: MBC <놀면 뭐하니?> 캡처

Wham의 Last Christmas(1984년), 영화 영웅본색 OST인  장국영의 當年情(당년정/1986년), 김동률의 취중진담(1996년), 본 조비의 It’s my life(2000년)에서 AOA, 러블리즈 등 아이돌 음악까지. 한 곡 한 곡 들을 때마다 추억을 떠올리며 감상에 젖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음악은 정말 힘이 세다. 순식간에 그 음악을 듣던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가 준다. 그 힘을 2010년 TCC광고연감에 등재된 한 카피는 이렇게 설명한다. 

いま一番タイムマシンに近いのは、
カラオケだと思う。

지금 가장 타임머신에 가까운 것은,
가라오케라고 생각해

– 가라오케Bar 키마구레 포스터


음악이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단 소절만으로 충분하다.  “딴, 따단~ 딴, 따단~” 하고 시작하는 Wham의 라스트 크리스마스의 인트로만으로도, 나는 골목마다 이 노래가 흘러나오던 20여 년 전 어느 겨울로 돌아간다. 설렘으로 한창 분위기가 부풀어 오른 명동의 거리에 서 있게 된다. 아마 40대 이상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꼭 그 노래가 아니어도, 누구나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음악은 멜로디와 가사뿐 아니라, 그 시절의 풍경과 이야기를 품은 채로 오래 기억된다. 몇십 번을 반복해서 (때론 맞아가며!) 외웠던 단어들과 수학공식들은 머릿속에서 완전히 삭제되어 버렸는데, 30-40년 전에 들은 노래는 어쩜 그렇게 생생한 걸까. 가끔 우연히 옛 노래를 들으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그 음악을 듣던 내 방의 책상 앞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하굣길, 스피커로 그 노래가 나오던 레코드 가게 창가에 진열되어 있던 LP판들, 내 옆에서  서로 좋아하는 가수가 더 노래를 잘한다고 우기던 친구의 얼굴까지도 선명하다.

그런 힘이 노래를 타임머신으로 만들어 주나 보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처럼 우리와 함께 살아가게 하나 보다.


2009년에 방영된 소니의 MP3 플레이어 워크맨 광고가 딱 그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강변을 걷는 소녀. MP3 플레이어 속 노래를 들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흥얼거린다. 소녀의 기억 속 어느 풍경들이 인서트 되며 딱 한 마디의 카피가 영상위에 조용히 드러난다.

영상보기: https://youtu.be/PRanmHw7cyM

출처: 소니 TV광고 (2009) 캡처

10代で口ずさんだ歌を、
人は一生、 口ずさむ。

10대 때 흥얼거린 노래를, 
사람은 평생 흥얼거린다

2009년이면 스마트폰이 막 사용되기 시작하던 때이다. 광고 속 소녀가 들고 있는 MP3 플레이어가 아직 광범위하게 사용되던 시절이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방식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전축의 스피커로, TV와 라디오로, 카셋트플레이어로, MP3플레이어로 또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어떻게 음악을 듣는지는 상관없다. 어떻게 무슨 곡을 듣던 그것이 머지않아 추억이 되고, 평생을 함께 하게 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나도 10대 때 흥얼거리던 노래들을 지금도 가끔씩 흥얼거린다. 변진섭 <새들처럼>(1988년), 이문세 <사랑이 지나가면>(1987년)  다섯 손가락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1985) 들국화 <그것만이 내 세상> (1985년) 부활 <희야> (1986년) 무한궤도 <그대에게>(1988년) 공일오비 <텅빈거리에서>(1990년)… 물론, 그 노래에 빠져 있던 시절과는 같은 감정일 수는 없다. 그러나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있다가 기회만 주어지면 입가에 맴돈다. 그리고 나를 그 시절로 보내준다.

1980년대의 그룹 부활. 김태원,이승철씨의 젊은시절 모습이 보인다

(출처: http://www.24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201684)

지금 10대인 내 아들도 어른이 되면, 지금 흥얼거리는 노래를 어른이 되어 부르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좋아하는 노래를 물어보니, 아이브의 <After Like> 라는 답이 돌아왔다. 30여 년이 지나 아빠의 나이가 되어,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솔직한 거야…. ” 라는 가사를 흥얼거리면서, 그 시절 동경했던 소녀들을 기억하게 될까? 그 음악을 듣고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 함께 먹은 떡볶이를 추억하게 될까. 

정규영의 더 많은 생각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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