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의자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아주 편안한 건 아닌데, 간단한 주류 혹은 음료만 있어도 주변 사람들과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생각은 저만의 판단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이번 CU의 사례를 보면 그렇게 느껴집니다.
편의점 CU는 오리지널 콘텐츠 시리즈 ‘그르르 갉: 깊대’ 를 론칭했습니다. ‘그르르 갉’ 은 편의점 의자를 끌어당길 때 나는 소리를 의성어로 표현한 신조어입니다. 편의점 의자에 앉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속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이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시작된 밈(meme)이고요, 그래서 깊대(깊은 대화) 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내용은 편의점 테이블 토크를 테마로 편의점 의자에 앉아 나누는 깊은 대화가 필요한 순간에 대한 에피소드입니다. 깊은 대화가 필요한 다양한 이들의 솔직한 토크를 그려내 공감과 감동을 불러 일으킵니다.
CU는 그간 많은 콘텐츠를 성공적으로 선보여왔습니다. 특히 ‘편의점 고인물’ 시리즈는 누적 조회수 3억뷰를 넘기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죠. 이렇게 콘텐츠에 집중하는 건 이유가 있을겁니다. 도대체 왜 그런걸까요?
트렌드의 측면에서 본다면, 뉴미디어에서 가장 친근하게 MZ세대와 알파세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콘텐츠입니다. 분명 마케팅을 위한 수단이지만, 딱히 광고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대신 콘텐츠의 내용에 더 집중하게 되죠.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나 기업을 강하게 인지하게 됩니다. 만약 콘텐츠가 흥미롭다면 반복적으로 인지하게 되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즉, 과거의 마케팅 방식보다 훨씬 뉴미디어 친화적이고 또 새로운 세대의 특성을 반영하는 폭이 크다는 겁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과 브랜드, 기관이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콘텐츠는 마케팅 측면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될겁니다. 따라서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가 어떤 게 있는지 판단하고, 가능하다면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여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가지 더는 스토리를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그르르 갉’ 은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스토리가 명확히 존재하는데요, 스토리는 정말 이야기 구조 자체일 수도 있지만 명확한 의도와 목표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토대로 각종 콘텐츠 기획이나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물론 숏폼의 시대입니다. 어쩌면 직관적이고, 단순한 마케팅 프로젝트나 콘텐츠가 더 인기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케이스는 반복적으로 접근하긴 다소 어려운 부분이 존재합니다. 공감의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기왕이면 반복적으로 볼 수 있는 최소한의 서사구조는 존재하는 게 좋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콘텐츠는 앞으로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말할 겁니다.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만의 콘텐츠를 고민하고,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사진/BGF리테일, HD현대오일뱅크, 쿠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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