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 1.5조 원 투자의 진짜 목적은

단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함 만은 아닐 겁니다
2024-03-27

조 단위 베팅이 성사되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의 모회사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시장에 향후 3년간 11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를 투자한다고 합니다. 우선 2억 달러(약 2,600억 원)를 들여, 올해 안에 통합 물류센터를 지을 예정이라 하고요. 한국 셀러의 글로벌 판매 지원에도 1억 달러(약 1,300억 원)를 사용할 계획이라 합니다.

 작년부터 알리와 테무가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쿠팡을 비롯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위기가 부각되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미 거대한 물류 인프라로 경제의 해자를 만들어 놓은 쿠팡이기에, 알리에게 제대로 붙어보려는 의지가 있다면 최소 조 단위의 물류 투자가 선행되어야 했었는데요. 물론 이번 투자가 물류 인프라만 해당되는 건 아니지만, 전체 규모는 1조 원을 훌쩍 넘긴 터라, 정말로 알리가 진지하게 한국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아한 점은 굳이 알리가 한국 시장에 이렇게 목맬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 물론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세계 5위 수준으로 상당히 큰 편이긴 합니다. 하지만 쿠팡과 네이버라는 강력한 로컬 사업자가 버티고 있기에, 일단 경쟁 강도가 만만치 않고요. 따라서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지 않기에, 일각에선 이번 투자 계획이 실제로 집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회의적 시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시야를 넓히면 답이 보입니다

 다만 이는 오직 한국 내수 시장에만 초점을 맞췄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물류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알리의 숨겨진 전략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알리는 전 세계로 상품을 배송할 때, 중국에서 한국으로 해상 운송을 한 후, 인천공항을 통해 최종 목적지로 보낸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실제로 인천공항을 통해 처리된 해상-항공 복합운송화물은 전년 대비 43.1%나 증가했으며, 그중 거의 대부분이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출발한 전자상거래 상품이었다고 합니다.

 알리는 이미 웨이하이와 옌타이에 물류센터를 구축하여 운영 중인데요. 한국 내 물류센터까지 지어져서 이들이 서로 연계된다면, 해상-항공 복합 운송 효율은 한층 더 개선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투자 비용 회수 역시 더욱 빨라질 거고요.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투자 확대는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알리는 한국 역직구 시장도 같이 노리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최근 알리가 집중하는 한국 전문관 K-베뉴 역시 국내 판매자를 입점시켜 알리의 국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이렇게 모은 상품들을 기존 알리의 물류망에 태워 글로벌로 팔아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 물류 관계자는 알리의 한국 물류센터가 브랜드 전문으로 운영된다면 파급력이 있을 거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브랜드 상품들을 중심으로 운영한다면, 일단 물류 효율이 어느 정도 날 거고요. 국내 판매는 물론 항공 운송을 통한 글로벌 확장에도 유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옵니다

 이러한 알리의 투자 확대가 쿠팡을 비롯한 국내 플랫폼들과 일부 셀러들에게 어느 정도의 타격을 줄 것은 분명합니다. 기존 가격 경쟁력에 개선된 배송 품질까지 더해져 시장을 잠식해갈 거고요. 특히 무재고 사입에 의존하던 셀러들은 시장에서 점차 밀려날 위험이 있습니다.

 반면에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드는 기업과 브랜드에겐 알리의 사업 확장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알리의 물류 인프라를 통해 전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또한 동시에 현재 비교적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국내 물류 기업들은 위기를 맞이할 가능성도 큽니다. 이처럼 중국 물량이 쏟아진다면, 나중에 중국 물류 기업들이 직접 진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알리, 테무 등의 위협을 다루는 기사들은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중 대부분이 위험성을 과도하게 강조하거나, ‘저가 상품 공습’ 등의 단순한 프레임으로 접근한 것은 다소 아쉽습니다. 오늘 다룬 것처럼 중국 플랫폼들의 진출은 복합적인 면모를 지닌 일인 만큼, 이해득실이 철저히 분석해 가며 세심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트렌드라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가장 신선한 트렌드를 선별하여, 업계 전문가의 실질적인 인사이트와 함께 메일함으로 전해 드릴게요.

🥤트렌드라이트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41037?groupIds=269377

조회수
2,179

의사는 곧 병원이다! #닥터 브랜딩 .

스타 원장님이 필요한 병원 담당자님 주목! 위픽만의 병의원 마케팅 노하우...
함께 읽으면 좋아요
아티클
*무브위키(MU-B Wiki): ‘무신사 브랜드 위키’의 줄임말로 무신사와 함께 성장한 브랜드를 소개합니다.‍ ☑️ 나체(NACHE), 요즘 얼마나...
MZ세대 PR 레퍼런스 마케팅사례
아티클
리얼 트렌드란 무엇일까? 특정 세대만 열광하는 유행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오랜 시간 모든 세대가 좋아하는 불변의...
MZ세대 PR 공간마케팅 글쓰기
아티클
솔직히 둘 간의 시너지가 날 가능성이 커 보이진 않습니다
소비 트렌드 커머스
아티클
*무브위키(MU-B Wiki): ‘무신사 브랜드 위키’의 줄임말로 무신사와 함께 성장한 브랜드를 소개합니다.  ‍ ✅ 쿠어(COOR), 요즘 얼마나 잘되길래?...
레퍼런스 마케팅사례 마케팅전략 마케팅트렌드
아티클
*무브위키(MU-B Wiki): ‘무신사 브랜드 위키’의 줄임말로 무신사와 함께 성장한 브랜드를 소개합니다.‍ ✅ 락피쉬웨더웨어(Rockfish Weatherwear), 요즘 얼마나...
MZ세대 PR 공간마케팅 기획
아티클
알리와 테무에 잠식되지 않을 방법
브랜딩 커머스
아티클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 과징금 부과 논란, 핵심 쟁점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커머스 트렌드
아티클
물류 투자의 순서와 방식이 적절치 못했거든요
커머스 트렌드
트렌드라이트

마케터에게 제안하기

마케팅, 강연, 출판, 프로젝트 제안을 해보세요
커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