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는 되고, 이대는 안되는 이유

경험과 확장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다
2024-03-27

아프리카 초원은 야생 동물의 천국이다. 특히나 매년 건기가 되면 수많은 초식동물의 대규모 이동은 엄청난 장관을 이룬다. 처음에는 수백마리로 시작한 누우를 비롯한 초식동물은 수천 수만마리로 불어나서 함께 이동을 한다. 이동 거리도 엄청나다. 서울에서 부산 왕복하는 거리의 2배인 1,600킬로미터를 이동한다.

<필요에 의한 이동>을 하는 세렝게티 동물(@픽사베이)

그런데 이러한 대규모 이동은 <필요에 의한 이동>이다. 매년 3~5월의 우기가 지난 후 마실 물과 풀들이 말라가는 건기가 오면 초식동물은 살아남기 위해서 이동을 한다. 생존에 필수 요소(물과 식량)를 찾아서 먼 길을 떠난다. 

소비가 이루어지는 상권 역시도 <필요에 의한 이동>으로 성장하거나 쇠락하게 된다. 대표적인 상권이 <홍대와 이대>상권이라고 생각한다. 

홍대입구역을 중심으로 한 홍대 상권과 이대입구역을 중심으로 한 이대 상권은 거리상 매우 인접해 있다. 지하철역 기준으로 중간에 신촌역을 두고 있을 뿐이다. 도보상으로도 20~30분 내외로 이동이 가능할 정도이다. 하지만 두 상권의 상황은 판이하게 다르다.

홍대입구역에서 내려서 지하철역 밖으로 나아가려고 해도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힘겹게 지하철역을 벗어나면 상권에는 오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자를 반기는 대형 브랜드의 메가스토어는 물론 다양한 쇼핑 컨텐츠로 활기가 넘친다. 

정적이 감도는 이대 상권의 모습(@유통쟁이)

반면 이대상권은 정적이 감돈다는 말이 떠오를 지경이다. 길에는 등교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소비가 이루어지는 상권이라는 느낌이 사라져 버렸다. 2000년대 초반, 강북 상권의 쇼핑 중심지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특히 상가 건물의 경우에는 1층이 비게 되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1층이 임대수입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층이 채워져 있는 곳보다 ‘임대 현수막’이 붙은 상가건물을 찾기가 더 쉬운 상태이다. 

이러한 이대를 비롯한 인접한 신촌 상권의 힘겨운 상황은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난다. 작년 4분기 공실률을 보면 가로수길(36.5%)에 이어서 이대/신촌 상권(22%)이 그 뒤를 이었다. 해당 시점 서울 평균 공실률(5.6%)보다 4배가 큰 수치이다. 그만큼 지금 이대/신촌 상권의 암담한 현실을 실감케 한다.

홍대는 되는데, 이대는 안되는 이유는?

1. 젠트리피케이션의 전형을 보여주다.

7년전 이대 상권에서 2층 규모의 상가 건물에서 임대 계약 상태로 매장을 운영했다. 비록 백화점에서 도입한 새로운 개념의 ‘미니 백화점’이었으나, 백화점에서 운영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오픈한지 2념 남짓을 버티지 못했다. 

그 당시에도 이대 상권은 오랜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과 같이 상권의 활력은 약해져만 가고 유동인구는 줄어들어면서 공실은 증가해 가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더욱 심각해져가고 있다.

이대 상권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전형에서 찾을 수 있다. 1990년대 보세 의류를 사기 위한 대표적인 쇼핑 장소는 이대 상권이었다. 그러면서 5~10평 전후의 작은 점포들이 생겨나면서 쇼핑의 중심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서 알 수 있듯이, 점포 수요가 늘면서 점포를 공급하는 임대인들은 임대료를 인상하게 된다. 그 당시에는 높은 임대료를 받더라도 세입자들이 손익이 나오는 상황이었기에 거래가 성립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의선 숲길이 조성되는 등 홍대 상권 중심으로 이동을 하면서, 세입자들은 결국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서 이대 상권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임대인들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서 2~3년마다 임대료를 꾸준히 인상해 나갔다. 결국 이러한 전형적인 젠트리피케이션을 보이며 이대 상권은 무너져 갔다.

현재도 상권의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 임대인은 옛 시절의 영광만을 기억한 체로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임대료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국내 소비자는 물론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상권에서 높은 임대료를 내면서 들어오려는 세입자는 없다. 

2. 시대 변화에 역행하다.

이대 상권은 쇼핑에 특화된 상권이다. 그래서 상권내 지자체에서는 상권에 특성에 맞게 ‘쇼핑 관광 권역’로 지정을 했다. 쇼핑에 특화된 지역이기에 앞으로도 쇼핑 관련된 매장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한정지은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커다란 패착이었다.

첫째, 쇼핑 관광특구로 지정을 한후에 이대 상권에 들어선 것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대형 자본을 갖춘 화장품 중심의 매장이었다. 이러한 매장 역시도 국내 소비자보다는 이대 상권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을 타겟으로 했다. 그러나 사드사태 이후 중국 관광객의 급감은 이대 상권에 직격탄을 날리게 되었다.

둘째, 대형 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기존에 특색있게 자리잡고 있던 다양한 매장들은 쫓겨나다시피 이대 상권을 나와야 했다. 그 이후 홍대상권 혹은 이태원 등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대 상권은 흥미로운 컨텐츠가 사라지고, 그곳을 떠난 매장들은 새로운 상권에 활력소가 되었다.

셋째, 우리나라의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은 전체 소비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보세 의류매장에서 취급하는 제품들은 온라인에서 더 저렴하고 편리하게 언제든지 구매할 수 있다. 궂이 어렵게 돈과 시간을 들여서 이대 상권까지 와서 쇼핑을 해야 할 이유를 찾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결국 10년간 유지되어오던 이대 상권의 ‘쇼핑 관광 권역’은 작년 4월에 풀렸다. 시대 변화를 읽지 않고 예전의 성공 방정식에 무작정 적용시킨 규제 속에서 이대 상권은 속절없이 무너져 버렸다.


그렇다면, 이대 상권을 다시 살릴 수는 없을까?

오랜기간 유지되어온 상권에 변화를 주기는 쉽지 않다. 우선 상권내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상가 건물만 놓고 보더라도 한개층 면적이 100평이라면, 2~3평 정도별로 소유주가 상이하고, 임차인과의 계약도 얽혀 있다. 그리고 꼬박꼬박 임대료만 받으면 되지 궂이 추가로 돈을 쓰거나 신경을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상권의 슬럼화는 더욱 가속화될 뿐이다. 그러나 슬럼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은 있다. 세렝게티 초원을 떠났던 초식동물이 우기가 되면 다시 돌아오듯이 <필요에 의한 이동>을 하도록 하면 된다.

첫째,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임대인들의 현실을 직시한 노력이 필요하다. 압구정로데오 상권도 가로수길의 부흥과 함께 힘든 시절을 보냈다. 임차인들이 높아진 임대료를 감담 못하고 이동하면서 공실률은 높아져 갔다. 하지만 이때 임대인들이 뜻을 모아서 임차료 인하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상권으로 다양한 컨텐츠가 유입되면서 부흥을 맞이하고 있다. 

이대 상권 역시도 매장의 규모 및 매출에 연동한 임대료 제시 등을 통하여 임차인들이 지속적인 영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나마도 상권이 유지되어야 최소한의 임대료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Key Player를 유치’해야 한다. 최근에 가장 핫한 지역은 ‘성수동’이다. 팝업스토어의 성지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컨텐츠와 대규모의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 성수동의 지리적 특성과 건물마다의 스토리가 가지 힘도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특색 있는 매장들이 들어서면서 변화는 시작되었다. 

이대 상권에도 해당 지방자치 단체에서 건대 입구의 커먼그라운드를 벤치 마킹한 ‘박스스퀘어’를 오픈했다. 새로운 컨셉의 매장을 통해서 변화를 시도하려 하였다. 하지만 고객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별달리 특별할 게 없으며,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Key Player’를 유치하는 데 집중하는 게 효과적이다. 

낙원악기상가에서 진행한 ‘뉴진스’팝업스토어(@스포티파이)

올드함에 새로운 스토리를 섞으면 ‘레트로’로 새롭게 전달될 수 있다. 최근 진행한 ‘낙원악기상가’에서 진행한 ‘뉴진스’팝업스토어가 대표적이다. 서울에서 대표적인 오래된 상가이지만 새로운 컨텐츠와 만남으로서 완전히 다른 스토리를 전달하고 사람들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셋째, ‘골목의 특성’을 살려야 한다. 부동산 개발회사인 네유밸류가 운영하는 ‘광교 앨리웨이’를 가면 새로운 컨텐츠는 물론 ‘골목’으로 구성된 MD가 인상적이다. 대규모 쇼핑몰이 온 게 아니라, 골목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컨텐츠를 만나는 여행을 하는 느낌을 준다. 그 공간에서 ‘물건’을 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일상의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앨리웨이 광교 & 익선동의 골목모습

이대 상권 역시도 오랜 상권이다 보니 작은 골목과 언덕으로 이어진다. 그 양옆으로는 수많은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하지만 ‘골목’에서 주는 색다른 여행과 같은 즐거움과 경험은 느낄 수 없다. 그렇기에 이대 상권의 골목이라는 특징을 살려서 앨리웨이 광교 및 익선동을 벤치마킹해서 발전시켜 보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더불어서 골목 상권별로 진행하고 있는 주말 단위 차량 통제를 통한 자유로운 쇼핑 환경 조성도 검토해 볼만 하다. 이대 상권의 메인 도로는 일방통행이며, 작은 골목별 도로는 주차도 불가한 상황이겡 충분히 도입이 가능하다.

(시대는 변하였지만 옛 시절의 스토리와 현재의 감성을 녹여서 이대 상권이 새롭게 살아나길 바래본다.)

👉 브런치 주소(유통쟁이 김우찬) : https://brunch.co.kr/@mook555#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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