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도 기획하고, 시상식도 중계하고
29CM가 가수 장범준 공연 티켓 단독 판매에 나섰습니다. 물론 29CM는 2018년부터 컬처 카테고리를 정식으로 운영하며, 여러 문화 예술 관련 상품들을 제공해 오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이 더욱 특별했던 건, 공연 자체가 ‘무신사 개러지’에서 진행될 정도로 아예 콘텐츠 자체를 직접 기획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리미티드 오더’라는 이름으로 지속적으로 다채로운 문화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라 하고요.
이와 같이 최근 커머스 기업들은 문화 콘텐츠 판매는 물론 직접 기획까지 나서며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올해 2월에 프리즘이 한국대중음악상의 단독 중계 파트너로 나서, 앱에서 이를 실시간 라이브로 송출한 것이 대표적인데요.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백화점에 미술관이 들어서고, 미술 전시를 주최하는 등 유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나 커머스 기업들이 문화 콘텐츠에 진심인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취향 기반 소비자를 찾아서
29CM, 프리즘, 그리고 백화점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무언가 가격 이외의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곳이라는 겁니다. 문제는 선호하는 스타일과 브랜드가 확고한 이들을 찾아서 접촉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어느 정도 소득과 정비례하긴 하나, 수입이 많다고 반드시 취향 소비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인데요. 가격적 강점은 매스 마케팅으로 알려도 효과가 있지만, 이러한 완전히 협소한 타깃에겐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때 주목받은 것이 문화 소비자들인데요. 공연, 전시 등에 기꺼이 돈을 지출하는 이들은 자신만의 취향이 확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화 콘텐츠는 좋은 브랜딩 수단인 동시에 효과적인 마케팅 채널이기도 합니다
실제 성과로도 이는 확인이 가능한데요. 2021년에 29CM가 피카소전 티켓을 단독으로 선판매했을 당시, 티켓 구매자 중 절반 가량이 신규 고객으로 유입되었다고 합니다. 즉 가장 효과적인 신규 고객 확보 채널의 역할을 한 건데요. 이처럼 문화 콘텐츠는 그 자체 만으로도 좋은 브랜딩 수단이면서, 효과적인 마케팅 채널 역할까지 맡을 수 있습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준 사례 중 하나가 현대카드의 슈퍼콘서트입니다. 한때 업계 최하위였던 현대카드는 유명 아티스트의 힘을 빌어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시장 점유율 2위 등극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남다른 경험을 제공하여, 새로운 신규 고객을 확보하였고요. 현대카드의 팬이 된 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적극적인 소비층으로 변모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아마 29CM나 프리즘도 이러한 미래를 꿈꾸고 있을 거고요.
차별화 만이 살 길입니다
요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매우 어렵습니다. 거대한 1위 사업자 쿠팡은 가격과 구색, 편의성 모든 측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고요. 가격 하나 만으로는 쿠팡조차 따라잡을 수 없다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플랫폼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결국 작은 플랫폼들이 이러한 흐름에서 생존하려면, 차별화된 영역을 확보해야 합니다. 결국 이는 곧 자신 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독특한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는 걸 뜻하는데요. 문화 콘텐츠는 일반적으로 한정된 재화의 성격을 가지기에, 여기에 활용하기에 가장 적합합니다. 그래서 더 나아가, 아예 29CM가 했듯이 아예 기획까지 하면서 이를 선점하려 하는 거고요. 이처럼 콘텐츠와 커머스 간의 이종 결합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겁니다. 또 어떤 재밌는 사례가 나올지 더욱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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