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이라는 말이 있다. 곡선이 오목에서 볼록으로 변하거나 반대의 경우와 같이 굴곡의 방향이 변하는 지점을 말한다. 쉽게는 상황이 변하는 전환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21세기 들어서 가장 큰 변곡점은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 발표 시점이었다. 아이폰의 출시 이후 우리의 생활은 큰 변화가 이루어 졌다. 인터넷은 물론 모바일은 우리 생활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2010년생 이후에 태어난 알파 세대에게 휴대폰은 태어날 때부터 세상에 존재한 삶의 일부분이다.
그리고 얼마 전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 발생했다. 최근 가장 핫한 키워드인 챗GPT의 등장과 함께 연일 주가 갱신을 하고 있는 <엔비디아(NVIDIA)>의 놀라운 발표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주가지수(@구글)
엔비디아는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회사로서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가 아닌 그래픽/연산 처리용 반도체를 생산한다. 챗GPT와 같은 놀라운 연산 처리 능력을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엔비디아의 연산처리용 반도체는 반드시 필요하다. 놀라운 시장 가능성으로 인해 엔비디아의 주가는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엔비디아가 새로운 시장에 도전장을 내기로 공식적인 선언을 했다. 바로 <휴머노이드> 시장 진출을 발표했다. 정확히는 <휴머노이드 로봇 플랫폼(GROOT)> 으로 확장하기로 한 것이다.(관련영상)
엔비디아 대표인 젠슨황의 발표 모습(영상 캡쳐_@유통쟁이)
엔비디아의 휴머노이드 전략은 로봇이라는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해왔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즉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해줌으로서 인간의 역할을 도와줄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휴머노이드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그리고 예상되는 변화는 무엇일까?
휴머노이드 시장의 가능성 때문이다.
휴머노이드는 영화 소재로 매우 친숙한 존재이다. 스타워즈에 주요한 캐릭터인 ‘R2-D2’나 로봇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영화 ‘월-E’등을 통해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계속해서 접해왔다.
영화 스타워즈 속 ‘R2-D2′(좌) / 영화 ‘월-E'(우)
그런데 앞으로는 단지 영화 속 상상에 그치는 휴머노이드가 아니다. 실제 우리 생활 속으로 빠르게 침투해 오고 있다. 골드만삭스 연구에 따르면, 향후 10~15년 이내에 휴머노이드 시장은 60억 달러(한화 8조원)로 커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전 세계 노인 간병 수요의 2%를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것이다. 상상 이상의 속도로 말이다. 우리가 아이폰 등장 이후 지금은 항상 손에 휴대폰을 쥐고 있듯이 말이다.
이러한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국내외 대기업의 휴머노이드 시장에 대한 투자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산업용 로봇 투자금 추이(@CB Insights)
국내외 기업들은 앞으로의 휴머노이드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우선은 산업용 로봇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금년도 예상 투자 규모는 7.7억달러 규모이다. 이러한 산업용 대상으로 축적한 기술은 자연스럽게 생활용 휴머노이드 개발로 넘어오게 될 것이다.
엔비디아는 이러한 시장의 변화 시점에 자신만의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한 첫 발을 뗀 것이다. 구매자 입장에서 하드웨어는 선호하는 브랜드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겠으나, 생산 단계부터 셋팅이 되어 있는 생태계 플랫폼은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휴대폰을 사용하기 위해서 구글 ‘안드로이드’나 애플 ‘iOS’에서 벗어날 수 없듯이 말이다.
우려는 있으나 결국 다가올 시장이다.
산업용 휴머노이드 이후 실생활로 넘어오기까지는 수많은 우려와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을 바탕으로 한 시장은 반드시 다가올 시장이다.
첫째, 높은 가격이지만 결국 낮아질 것이다. 현재 기업들에서 발표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2억원 가량이다. 하지만 개발 기술 속도와 시장의 성장이 뒤따른다면 충분히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로 낮아질 것이다. 일례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2년 내에 대당 2만 달러(2400만원)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둘째, 가격대비 성능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발표한 데로 2만 달러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나온다고 해도 우리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하지만 우리는 챗GPT의 놀락운 학습능력과 처리 능력을 경험하고 있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면서 24시간 학습하고 업데이트 해나갈 것이다. 그러면 인류가 수만년에 걸친 진화로 얻은 지식 수준을 단기간에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양과 처리 능력은 이미 뛰어넘은 상태이다.
셋째, 사회적 문제점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순차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휴머노이드 시장은 단순 노동 시장을 대체해 나갈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다. 충분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기존의 산업을 무너뜨리기도 했으나, 반대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 하였다. 추가로 우려되는 부분은 결국 감정이 없는 로봇이라는 점이다. 윌스미스 주연의 영화 ‘아이로봇’과 같이 인간이 통제하지 못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이다. 그러나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도 교통 사고 발생과 같은 문제는 있었으나 순차적인 법규와 컨트롤을 통해서 실생활에 녹아 들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에 대한 우려 역시도 단계적인 과정을 발전해 나갈 것이다.
유통 소비시장과 휴머노이드 로봇
유통 소비시장도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발빠르게 움직인다. 새로운 기술 도입을 통해서 고객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피팅(좌) / VR스토어(우)
그 중에서도 백화점은 고객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직접 입어보지 않다고 화면 앞에 서면 가상으로 옷을 입은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가상피팅’을 하거나, 매장에 오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매장을 둘러보고 쇼핑할 수 있는 ‘VR스토어’를 운영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고객의 반응은 차가웠다. 결국 고객에게 새로움을 제공하려고는 했으나 그만큼의 가치 제공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가상피팅은 실제 입어본 느낌이 나지 않았고, VR스토어만으로는 쇼핑의 경험을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컸다.
그렇다면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은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실제 일부 백화점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가동하는 매장도 있다. 간단한 매장 응대 및 매장 안내자 역할을 한다. 하지만 소통에 한계가 있고 제공되는 정보도 제한적이다.
그러나 로봇 플랫폼이 적용된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한다면 좀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다.
가령,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한 ‘컨시어지 서비스’이다. 일본의 한 백화점은 고객별로 상품 안내 및 추천 등을 상세히 진행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적극 도입했다. 또한 츠타야 서점은 오랜 경력의 전문가의 분양별 안내를 통한 컨시어지 서비스로 유명하다. 이러한 역할을 휴머노이드가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고객 응대시 원하는 제품을 물어본 후 제공하기 보다는, 고객 인식 이후 구매이력/제품정보/세일내용 등을 기반으로 한 최적화된 컨시어지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다.
그리고, 매장내 직원이 사라질 수도 있다. 매장에서 제품을 고른 후 진열된 재고가 없는 경우에는 직원이 가져오기를 기다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은 고객 응대는 물론 매장내 재고파악 및 발주 등을 통하여 최적의 재고를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로 우리 생활에 녹아들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의 길이를 얼마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우리가 예상하는 절대치보다 빠르게 다가올 수 있다.
그 가능성을 보고 엔비디아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국내외 대기업은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결국 다가오고 있는 변곡점에 그저 휩쓸려서 가기 보다는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흐름을 만들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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