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한 분들과 1년간 활동 경험을 나누는 회의 자리에 여덟 명이 참여했는데 시작 전에 그 자리에 참석한 한 분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어떠셨어요?”
구체적으로 물어보지 않고, 어땠냐고 물었습니다. 대략 앞에 생략된 것이 어떤 것인지, 무엇을 묻고 싶은지 눈치는 챘지만, 정확히 무엇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몇 번 함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 분의 질문 스타일은 그렇습니다. 사실 상대로부터 답을 기대하기보다는 본인 말을 꺼내기 위한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상대가 답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본인 생각에 상대의 답이 늦거나 하면, 추측을 해서 자신이 답을 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성격 차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대답을 단정 짓고, 그것을 자신의 말로 끌고 갑니다.
좋은 질문은 생각을 나누고, 대화를 시작하는 출발점입니다. 상대가 제대로 답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마치 그럴 것이라는 추측으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의 근거로 삼습니다. 여러분의 대화는 어떤 가요? 상대가 주도를 하는 편인지, 아님 대화를 끌고 가는 편에 더 가까운지 궁금합니다.
어땠는지 묻는 것도 대화를 시작하는 질문이지만,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로 하여금 유도신문하듯이 묻는 게 아니라, 상대로 하여금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질문은 생각을 여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쓰레기통은 일상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생활 소품’이다. 당연한 것에 대해 특별히 고민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누군가 “이 많은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라고 질문을 던졌다면 어떨까? 새삼스레 의문이 찾아들 것이다. 인간에게는 ‘왜’에 대하여 이유를 찾으려는 ‘논리 본능’이 있는 탓이다. 마찬가지로 “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안내 보도블록은 노란색일까?”라는 물음은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사실에 대해 호기심을 일깨운다. 이처럼 물음은 문제를 문제로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찾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87쪽, <철학자의 설득법>(어크로스) 중에서
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보도블록은 노란색일까요? 다른 색을 사용할 수는 없을까?” 노란색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모두를 위한 색깔로 정한 걸까? 전맹, 저시력자를 위한, 주목도가 높은 색상이 노란색이라고 합니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늘 보는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자는 것입니다. 익숙한 행동에 의문을 제기해 보자는 것입니다. 수액은 왜, 항상 환자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야 하는가?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 걸까? 다르게는 해볼 수 없을까?
디자인 씽킹이나 비주얼 씽킹 등 아이디어 창출을 위한 다양한 방법과 도구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에게 필요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도 필요한 ‘사고법’입니다. 막연한 아이디어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구체화하는 과정입니다.
병원에서 수액을 맞아본 경험이 한두 번은 있지 않을까요? 수액을 맞을 때 어떤 자세로 맞고 있나요? 수액은 왜 환자의 위치보다 높은 곳에 있어야 할까요? 이런 의문을 품은 학생들이 새롭게 디자인을 한 수액 공급장치 프로토타입이 디자인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들이 제안한 프로토타입은 Prototypes for Humanity 2023 공모전에 골든 캡슐이라는 이름으로 출품, TOP5에 들었습니다. 다섯 개 카테고리 중 한 분야에서 수상한 것입니다.
늘 환자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야 하는 수액이 어떤 상태에 있어도 공급할 수 있도록 기압차를 이용한 플라스틱 용기를 개발했습니다. 전쟁이나 재난의 현장에서 학생들은, 왜 수액을 높이 들고 환자와 함께 뛰거나 걸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늘 거치대를 들거나 함께 뛰는 모습에 “왜”라는 질문을 한 것입니다. 안에 있는 풍선이 수축이 되면서 수액이 공급되는 형태입니다. 다이슨 창업주까지 나서서 이 디자인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현실적인 문제를 다뤘다고 평가했습니다.
SBS보도화면 이미지 캡처(2023.11.27)
우리 주변에 아직 “왜 그것이어야 만 하는지, 그렇게 해야 하는지,라고 반문할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https://www.hongik.ac.kr/contents/www/cor/new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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